윤여정 선생님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석권하셨다.
이 수상 행렬이 어디까지 이어질까 궁금하고,
그보다 더 궁금한 건,
아카데미 시상식날, 우리 모두가 기대하는대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게 되신다면
어떤 수상 소감을 남기실지 몹시 궁금하다.
봉준호 감독님이나, 윤여정 배우님을 보면서 늘 하게 되는 생각이 있다.
작품이나 연기만큼이나 사람으로서도 매력적인 분들이라는 것.
꾸밈이 없고, 보편적인 공감을 자아내면서
누구와도 같지 않은 멘트를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지시는데,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깊다.
이런 분들이 가장 높게 빛나는 순간을 목격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건
영화기자로서도 꽤 뭉클한 일인 것 같다.
오늘은 지난 2월 <씨네21>이 1292호에 단독으로 취재한
봉준호 감독과 배우 윤여정의 대담 중 인상적이었던 구절을 살짝 소개하려 한다.
봉준호 감독,
"이것도 궁극의 질문인데, 왜 이렇게 궁극의 질문이 많지? (웃음)
좀 거칠게 표현하자면 선생님은 항상 그냥 하시잖아요.
(중략) 평소 같은 모습으로 나와선 "박카스 한병 드시겠어요?" 하면
5분, 10분 안에 너무도 쉽게 그 인물의 상황을 믿게 되거든요.
그게 굉장히 마법 같은 건데, 선생님도 저희가 모르는 고민이 많으시겠지만 일견 철없이 봤을 때는
어떻게 그냥 저렇게, 어떻게 그렇게 그 인물이 되나 싶어요."
배우 윤여정
"나도 열심히, 진짜 마르고 닳도록 대본 외워서 연기해요.
단지 악을 쓰고 하면서 보여주는 건 별로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언제부턴가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어요.
철이 든 배우가 된 다음부터.
정말 인생을 깊이 사시는 할머니들이 이야기 하는 걸 보면 담담해요.
다 지나간 얘기라서 남의 얘기 하듯이 해요.
언젠가부터 남 연기하는 것 말고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어요.
오버액팅하는 걸 싫어해서.
(중략) 나 여유롭지 않다니까. 열심히 하는 거라니까.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