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Le Figaro)
최근 벨기에를 기점으로 확산되고 있는 피프로닐 성분의 계란 파동은 AI 이후 또다른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언론 역시 ‘친환경란’으로 인증받은 계란 농장에서도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됐다는 게 ‘충격적’이라며 소비자들의 반응을 다루고들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섭취 시 간·신장·신경계 손상을 일으킨다’고 주의를 준다. 말할 것도 없이 정부의 관리 감독 소홀인 건 당연한 이야기고, 계란 농장의 안일한 생산 시스템에 의해 불거진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 가운데 가장 넌센스인 건, 난각에 표시된 지역번호와 농장 표시를 통해 계란의 피프로닐 성분 계란을 구별해낼 수 있다는 기사들이다. 이른바 ‘08’이 적힌 계란은 살충제가 들어간 것이니 먹으면 피프로닐을 섭취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 문제의 진원지였던 벨기에에서도 해당 계란을 구별하는 법을 이야기하면서 폐기할 것을 소비자들에게 촉구했다고 한다. 그리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계란들을 대량으로 폐기 중이라는 기사가 보인다. 물론, 검사를 통해 검출된 농장에서 표시하는 것이니 일부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든다. 그 이전에 사놓은 계란들은 안전하단 건가? 왜 이런 문제는 반복되나?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 정부나 전문가는 정말로 믿을 수 있는 걸까?
한국 정부는 계란 안정성 검사가 3년 정도 전무했음을 인정하면서 앞으로 양계농가에 전수조사를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그 이전에 유통된 계란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없고, 다만 난각에 표시된 걸로 확인할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벨기에에서 사건이 터지고 한국에서 검사하기 직전의 계란은 모른다는 거다. 지금 유통되는 계란도 실상 전수조사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성분이 확인된 것이니, 따지자면 재수없게 선택된 계란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됐다는 거다. 즉 다시 말하자면 난각에 08이 적혔든 적히지 않았든, 거기에 무엇이 들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친환경란을 사기 위해 검색을 좀 해본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알겠지만, 계란에 등급을 매기는 방식도 이와 같다. 한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 몇천개를 쌓아놓고 그 중에 몇개만 골라 터뜨려 색깔과 노른자의 탱탱함, 등등을 확인하고 등급을 매겨준다. 여기서 1등급을 받으면 자연히 그 계란은 시중의 일반 계란보다 높은 가격에 팔림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그 농가에서 나온 계란의 상태가 다 그와 같다는 걸 보증할 수는 없다. 친환경인지, 항생제를 쓰지는 않았는지, HACCP인증을 받았는지를 갖고 이야기들을 해대지만, 대량생산 대량유통을 기본적으로 하는 자본주의에서 그런 게 가능할리 없다. 그냥 먹고 안 아프면 다행인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생산된 계란 전부를 깨서 확인이라도 해야 한다는 거냐, 그렇게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감히 말하건대 검사를 한다는 건 여기서 핵심이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대량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는, 그리고 대량으로 소비시켜야 한다는 시스템이다. ‘살충제 성분이 친환경란에서도 나와 충격’이라는 말은, 그냥 이런 체제가 만든 소비 시스템에 놀아났다는 말밖에 안 된다. 보다 많은 생산을 안정적으로 해야겠기에 살충제를 썼다는 것, 그게 어떤 성분인지는 모르겠으나 진드기를 죽이는 데 탁월하니 사용했다는 것, 정부는 정부대로 전수조사나 관리감독은 인력이 부족하니 대충해도 괜찮다는 것, 그리고 ‘완전식품’이라 광고하며 ‘반드시 하루에 ~개는 먹어야 한다’는 걸 믿고 구매하는 것… 이 모든 고리에서 자유로운 이가 있을까?
모든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동물성 식물성 식품을 나누며 이야기하기엔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식품들이 갖는 문제가 앞서 말한 고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마음 놓고 믿고자 하는 ‘정부’ 혹은 ‘전문가’, 그리고 ‘언론’이란, 실상 거대한 유통을 촉진하기 위해 봉사하는 이들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끓여 먹으면 괜찮다’ 혹은 ‘계란 254개를 한번에 먹어야 피프로닐에 의한 구토 설사 증상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가습기 살균제’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전혀 다른 종류의 전혀 다른 문제라고 볼 수 도 있으나, ‘믿고 사용해도(먹어도) 좋다’는 말이 실상은 대중들을 기만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음이다.
정말 걱정이예요. 다른 계란들은 안썼다는 보장도 없고.. 얼마나 오랫동안 살충제계란이 유통되
었는지도 모르는것이었으니까요..
유럽에서 계란파문으로 우리나라도 이 문제가 수면에 떠오르기도했지만 그래도 정부의 빠른대처가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가 있어 먹거리에 나름 신경썼는데 이런 사태가 생겨서 정말 걱정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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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해들 하더군요. 우스갯소리로 애도 애지만 '닭도 키워야 하냐'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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