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묘한 순간, 그렇게 내 차례는 온다.

in kr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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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늘을 참 좋아한다.

특히나 석양지는 하늘이 만들어내는 그라데이션은 파랑에서 주황으로 넘어가는 가장 완벽한 그라데이션이다. 분명 내 머리위는 아직 파란 하늘인데 눈앞엔 주황빛이 바다로 잠긴다. 분명히 두 다른 색깔이, 여기다 싶은 경계 없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도무지 어디까지가 파랑이고, 어디부터가 주황이 시작되는지, 그래서 언제까지가 낮이었고 다시 밤이 되는지, 그렇게 또 새벽은 오는지 나뉠 새 없이 새로운 아침은 또 시작된다.

긴가 민가 오묘하던 순간이 있다.

가끔 퇴근길에 운전을 하다가, 어수룩하던 시간의 도로를 밝혀줄 가로등이 일제히 틱틱 소리를 내며 켜지기 시작 할 때가 있다. 이상하게 그 순간을 만날땐 희열이 생긴다. 지금이 밤인지, 낮인지 이야기 이야기 하기 어려운 그 애매한 순간에 일렬로 우두커니 서 있단 가로등이 동시에 길을 밝히기 시작하면 그 순간은 마치 '이제 내 차례야!' 하고 앞으로 나서는 그런 모습같달까. 아직은 밝아 필요없을 것 같은 오묘하던 그 순간에, 전구는 미리 자신을 밝히고 데워놓는다. 그리고 곧 뒤덮일 어둠을 준비하고는 늦은 밤까지 뜨거워진 그것으로 세상을 밝힌다.

우리가 기다리던 것은 확실한 순간이었다.

우리는 아마 번개가 치는 것 같은 순간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 이거였어! 이게 내가 하고싶은 일이었어! 이게 내가 원하던 선택의 순간이었어! 라고 소리칠만한 그런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게 아닐까 말이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 그 선택이 너무나 잘 한 일이길 그 순간에 당장 확인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자명한 순간을.

그런데 과연 그런 순간이 우리에게 오긴 할까? 늘 주저하며 기다리기만 했던 우리에게, 마침 그 순간이 다가왔을땐 또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며 다음으로 미루게 되지 않을까?

변화는 누구도 모르게 온다.

변화의 순간은, 낮의 파란 하늘이 붉어지고 다시 어두워지는 동안, 그렇게 뚜렷한 경계없이 다가온다. 내가 지금 그 변화를 위한 선택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사이에 불쑥 지나간다. 하지만 누군가는 긴가민가 애매하던 그 순간, 넘어갈듯 말듯 오묘한 그 순간, 이제 내 차례야 하며 가슴속 꼬여있던 것을 불태워 밝은 것으로 자신을 다시 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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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서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애매하다 싶을 때.

뛰어들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오묘하다 싶을 때.

누군가 '지금이야!' 라고 확실한 경계를 세워주었으면 좋겠지만 그딴게 전혀 없는 간지러운 그 때.

아마 그 때가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순간이 아닌가 싶다.

번개처럼 번쩍 주어질리 없다. 어차피 번개는 긴긴 밤을 밝혀주지 못한다.

작가가 작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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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이네요 팔로우하고 가요 ^^

감사합니다!

환영합니다~팔로우 하겠습니다 ^^ 스팀잇 가입과 알아 두셔야 할점들 간단하게^^
일단 1.팔로우먼저50-100명한다2.그리고 글을쓴다(이전에 글 써봐야 잘 노출이 안된다)3.보팅은하루에10~15 회정도만보팅 80%유지 4.다른사람 보팅 할때는 30분이상 지난 글에 보팅을 한다( 바로하면 보팅수익없음)5.제목 오른쪽에 온천 표시 안 나오도록, 1스팀이 1USD 이상일 때 보상은 50:50으로 설정6.댓글소통을 많이하라~!! 스팀잇을누벼라~!! ***보팅과 소통은 사랑입니다. 그러나 뉴비는 보팅이 약합니다 보팅 안하는게 아니라 못해주는 경우가 더더 많습니다 ㅠㅠ 보팅 채우는 시간 때문입니다. 열심히 부지런히 스파업 하세요!!

와 너무나 꿀같은 설명 감사합니다!! 도대체 보팅은 무슨 개념인지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왔네요 ㅎㅎㅎ

^^ 하나하나 배워 나가시면 됩니다 ~ 즐거운 스팀잇 되세요 ~

  ·  7 years ago (edited)

오... 작가가 작가에게...
제가 제일 많이 언급한 책을 언급해주시는 분이 나타났군요.
닉네임은 세스 로건 + 넷플릭스인가요? ㅎㅎ

아 그게 책 제목인가요??
그냥 제가 저한테 하고싶었던 이야기라 그렇게 적었는데 ㅎㅎㅎ
영상 만드는 일을 가끔 하고 있어서 넷플릭스보다 쪼끔 적은 셋플릭스로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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