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청와대 춘추관 시장통' 찌라시의 진실

in kr •  7 years ago  (edited)

이 글은 참 쓸까 말까 지금도 고민 중인 글이다... 라고 하지만 나는 이미 쓰고 있다.

다음과 같은 지라시가 전날 기자들 사이에서 돌았다.

(받은글)춘추관 분위기 갈수록 시장통

'사찰', '독서실'로 불리던 청와대 춘추관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시장통'으로 불림. 잦은 브리핑 때문이 아님. 일부 기자들의 고성에 가까운 혼잣말과 기자단 브리핑에 가까운 전화통화도 기자실 내에서 볼 수 있음. 특히 전화통화 내용은 인맥자랑을 가장한 거의 예능 콩트 수준임. "아이고 장관님~ 우리 사이에 무슨 오랜만이야~", "위원장님, 식사는 하셨어?"…. (단독‧특종 통화를 그렇게 한다면 대환영)

여기에 289명에 달하는 기자단 단톡방은 개인적 질문과 우문, 289번의 울림을 만들어내는 대답들 "네", "고마워요", "수고" 그리고 잘못보낸 메시지 등으로 오염되고 있음. 이래저래 각종 공해가 많아짐.

이에 대해 청와대 춘추관에 한쪽 발만이라도 걸치고 있는 본인이 겪은 바를 말하자면, 이것은 실화임을 밝히는 바이다.

나는 청와대 1진 기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식 출입기자에 이름을 올린 것도 아니라서 위 춘추관 내 기자실엔 자리가 없으렸다. 1진 기자가 보관하고 있는 멀티탭을 가지러 가기 위해 두어 번 잠깐 들어가 본 게 전부인 바, 위에 언급된 '인맥자랑용 전화통화'나 '고성에 가까운 혼잣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위 지라시는 우리의 훌륭한 청와대 1진 기자도 함께 보았는데, 그가 이에 관해 부정하지 않았으며 격하게 공감, 육두문자를 남발했음을 분명히 밝힌다.

이제부터 직접 겪은, 아니 이런 된장 지금도 겪고 있으며 결국 고민 끝에 이 글을 쓰게 만든 일을 여기에 소개하려고 한다. 그렇다. 여기에 글을 올리는 것은 나에게 스팀잇이 페북보다 조금 더 싸지르기 편안한 배출구이기 때문임을 밝혀 둔다. 지금 검나 싸지르고 싶어 미치겠단 말이다.

사건을 소개하기 전에 기자가 아닌 독자분들을 위해 배경 설명이 필요하렸다.

요즘엔 웬만한 출입처엔 다 기자들과 출입처의 언론, 공보 담당자들이 단톡방을 파 놓고 일을 한다. 보도자료나 공지사항을 전달하기 매우많이 편하기 때문이니, 기자들보다는 공보담당자들의 필요와 편의에 따라 만들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할 수 있겠다.

당연히 이 단톡방들은 상당히 공적인 공간이다. 한 방 안에 타사 동료 기자들은 물론 같은 회사 1, 2진 선후배가 함께 있는 검나게 불편한 경우도 있고, 심지어 청와대 출입기자단 단톡방에는 홍보수석도 들어와 있다는 사실. 청와대 단톡방의 경우엔 현재 290명이 들어있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내용을 확인한다. 어떤 공지나 자료에 관해 저마다 한마디씩 물어보면 그걸 하나하나 확인해야 하는 공보 담당자나, 출입처 말진 쫄에게 중노동이 뒤따를 밖에! 그래서 보통 대규모 단톡방이 만들어지면 개별적인 질문이나 사적인 대화는 개인톡으로 하도록 아예 공지를 올려 놓거나, 그러지 않아도 장사 한 두번 해본 거 아닌 사이끼리 알아서 지키고 있음을 미리 알려두는 바이다.

그런데 오늘. 각 언론사를 대표하는 최고의 엘리트 기자들만 모여 있(다 고 자칭하)는 청와대 춘추관 출입기자 단톡방의 다음과 같은 대화를 캡처해서 보여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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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성을 지키기 위해 개고생했다.)

발단은 기자단 간사(기자단 대표자 정도)가 실수로 엠바고를 깨뜨린 데서 나왔으렸다. 엠바고는 사실 기자들끼리 편의와 페어플레이를 위해 맺는 신사협정이라 어떤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주지해 둔다. 하지만 이를 깨뜨리면 그 경중과 의도성, 악의성 등을 따져 기자단의 의견을 모아 해당 언론사에 징계를 내리는 바, 그 출입처에 계속 출입사로 등록하고 싶은 언론사는 이를 묵묵히 받아들여야 한다. 큰 사안이 아닌 경우 보통 피자형, 치킨형 등의 '간식형'을 내리고, 상습성이 있다거나 중요한 엠바고였다면 출입정지 기간을 정해 간사가 선고한다.

간사 양반은 피자를 쏘기로 하고, 직책이 직책인 만큼 출입정지 반나절형을 스스로 선고했다. 그럼 얘기가 끝났을진대 이 청와대의 한량 기자들은 평생 피자도 못 먹어 본 사람들마냥 쏘는 시기와 방법에 관해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니 그까짓 피자 좀 못 먹으면 어떻다고 '지역기자 배제 음모'라는 말까지 나오냔 말이다. 농담 반을 가장한 궁서체임이 틀림이 없다는 것은 뒤따르는 문장들을 보면 알 수가 있으렸다.

이들은 항상 '수고가 많으시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협치는 국민과 함께' 등 인사치레나 뻘소리 글로 단톡방을 오염시키는 존재들였더랬다. 마감이 4시반인데 4시에 인사발표를 하고 주요 브리핑이 나오면 토할 새가 없어서 토하지도 못하는 선량한 기자들, 단톡방에 뭐라도 올라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내용을 확인해 보고해야 하는 임시촉탁말진 잡졸기자들에게 이들의 의미 없는 톡 하나하나는 상당한 오염물질일 수밖에 없으렸다.

더 열받는 것은 이들이 브리핑 등 주요 업무에 관해서는 이렇게 진지한 적이 없다는 사아실! 취재와 보도보다는 밥벌이를 위한 영업, 혹은 '청와대 출입기자'라는 명함 위 글자에 더 신경이 곤두서 있는 족속들이렸다.

또 하나, 조기대선으로 각 언론사에 급히 꾸려진 청와대 팀들이 많고, 상당수는 나처럼 정식 등록 없이 출입하는 상황. 대통령의 공식 일정엔 전 정권부터 오래 출입해 온(신원조회가 돼 있는) 이들이 따라가서 대통령 워딩을 받아치고 상황을 스케치 해서 다른 기자들과 공유해 줘야 하는 중책(POOL기자)이 있는 바, 문제는 이들이 대부분 지역지의 국장급 나이 많은 기자들(지역지 비하 의도 없음, 지역지도 지역지 나름)이며, 앞서 말했듯 업무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 이놈의 POOL이 올라오는 데 한 세상이 지나는 것. 오전 10시 일정인데 이런된장 오후 4시가 넘도록 안 올라오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을 알려두는 바이다. 마감에 쫓기는 다른 기자들한테 미안한 마음이라도 좀 있으면 평소에 손꾸락이라도 좀 가만히 두시기를 강력하게 촉구하는 바이다.

거기에 덧붙여 이들 중 상당수는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기자랍시고 질문도 못하고 주는대로 받아만 쳐먹던 바로 그 청와대 기자들이였음을 밝혀두노라.



이들은 금요일에 춘추관으로 출근을 안 한 단 말인가?

이날 밤 상황 추가
-대통령 미국 CBS와의 인터뷰로 단톡방이 난리가 났는데 이들의 톡은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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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출입 오래했다고 자랑하던 모모일보 모 늙은 기자가 생각나네요 종편 자주나오는...

그런 분들은 잠깐이라도 청와대 발 담그면 평생 그거 우려먹죠. 제 주변에도 있습니다. 한번 출입한 뒤로 어딜 가나 그 경력을 끄집어낸다는... 지금같은 정부에서야 얘기가 완전히 달라졌지만, 전 정부에서 청와대 출입했다면 '=일 안했다'라고 볼 수 있죠.

분노의 스팀잇 ㅋㅋㅋㅋㅋ

분노했으나 평정심을 유지하였다.ㅋㅋ

와 기자분의 뒷담화 정말재밌습니다.

고맙습니다. 종종 올릴게요 ㅋㅋ

글에서 '욱'이 느껴지네요.

습습 후후... 릴렉스 ㅋㅋㅋ

와... 손꾸락에서 마음을 담으신걸 볼 수 있었어요 ㅋㅋ
하.. 참.. 그러네요 휴..
잘 봤습니다 ㅠ

사실 서울 소재 중앙일간지라고 해도 회사 안에 저런 분 꼭 있죠...

글에서 분노가 묻어납니다 ... 이정도 일 줄이야

저는 개인적으로 언론사를 등록제가 아닌 허가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