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내정에 부쳐

in kr •  7 years ago  (edited)

"훌륭한 기자도 결국 저리로 가는구나."
오늘 김의겸 전 한겨레신문 기자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내정됐다는 뉴스를 본 아내의 말이다.

김 내정자가 훌륭한 기자였는가에 관해선 각자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 나도 그를 자세히 모르고 친분도 없다. 그는 기자시절 끝물에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일련의 특종을 쏟아 냈다. 누구보다 먼저 문제점을 인식하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때부터 줄기차게 물고 늘어졌다. 요즘 세상, 그 연차에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근성이었다. JTBC의 태블릿PC 보도 이후 모두가 달려들었을 때도 빛나는 특종들을 계속 썼다. 그의 평생 기자생활을 지켜본 누군가 그를 훌륭한 기자가 아니라고 해도, 이 부분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 내정자는 사실 정권출범 당시에도 대변인으로 입길에 오르내렸다. 정말 청와대의 부름을 받았지만 고사했다는 것은 알려져 있다. 그는 당시 관직을 받지 않고 회사를 떠났다. 그는 일찌감치 회사를 그만둬서, 친정부 성향의 언론인이 새정부 청와대에 입성했다느니, 정치를 감시해야 할 언론인이 정치를 하려고 한다느니 하는 비판의 중심에 한겨레가 서 있진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내 추측이다.

어쨌든 또 한 명의 기자가 펜을 놓고 관을 썼다. 아내는 훌륭한 기자'도' 결국 저리로 간다고 했다. 대체로 저리로 가는 기자는 훌륭한
기자가 아니었다는 거다. 정치권으로 떠나는 기자를 향한 현직기자의 비판의식이 깔린 말이다. 나는 아내의 말에 상당히 공감한다. 가까운 케이스 몇을 꼽아보니 딱 맞다.

참 많은 기자가 기자이기를 포기하는 시대다. 그러다보니 훌륭한 기자들도 훌륭한 기자인 채로 자신의 경력을 마감하지 못하고 펜을 놓는다.

기자가 너무 많다. 좋은 매체, 나쁜 매체를 떠나 경쟁이 너무 심하다. 특종은 커녕 물을 먹지 않기도 점점 어려워진다. 잘 다듬어진 펜 하나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포부도 점점 멀어진다. 기자가 신념대로 기사를 잘 써서 남 부럽지 않게 살 수 있는 때도 아니다. 신념을 버리고 구악짓을 해서 배만이라도 불리려고 해도 세상이 투명해져 신통치 않을 테다. 무엇보다 기자들을 보는 세상의 시선이 너무 가혹하다. 죄 짓지 않은 기자들도 함께 죄인이다. '기레기'라는 말이 나를 향하지 않아도 마치 도둑질하다 들킨 것마냥 가슴이 철렁한다.

누가 뭐라해도 훌륭한 기자가 아닌 나는 언제까지 이 일을 할지 모르겠다. 사실 별다르게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고민도 없다. 기자질을 그만둘 때, 훌륭한 기자가 좀 더 많은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또 그 때쯤 김의겸의 모습이 그저 그런 언론 출신 정치인들과 비슷해지지 않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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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중2때 처음 접하고 용돈으로 정기구독 시작해서 대학시절 심지어 군대가서도 찾아 읽고 어렵다고 해서 주간지2종까지 구독했었던..

처음 권해 주신분이 가장 존경하던 선생님이셔서 성경처럼 여겼었나 봅니다. 많이 배웠고 세상을 보는 눈도 넓혔고 입시에도 도움이 됐지만 오랜벗이 변절하면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상처를 받아서 절독 후 다신 뒤 돌아보지 않고 있는..

생각해보니 기자, 논설위원, 정기칼럼 쓰시던 분들 책도 사다 모으고 강연 보러 가고 싸인받고 별짓 다 했네요..
그땐 내가 왜 신문윤리강령을 찾아 읽고 그랬는지..

주절주절 말이 이상하게 늘어졌습니다. 한겨레 단어만 보면 독이 올라서 그만 ㅎㅎ

좋은 기자분들이 더 많다고 믿고 있습니다. 혹여 일하시다 쓴소리 들으셔도 힘내세요! 지금은 미디어환경이 변해서 그런거지 예전 기자님들도 지금 환경에 적용하면 매일 욕먹고 살고 있을거라 봅니다. 화이팅!

무슨 일로 상처를 받으셨을까요..

믿음이 강했기에 실망도 컸었던 것 같아요. 조직의 문제이고 일부 정치색을 강하게 드러내는 분들에 대한 반감이었나 봅니다. 좌와 우가 아닌 언론으로서 지켜야할 역할을 기대하고 믿었고, 그런 언론사라 생각했고, 그런 자세로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을 기록하는 언론사라 믿었어요. 참 바보같이.

개인적으로 김의겸 내정자 잘 하시길 바랍니다. 기자 출신 정치인, 관료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길 기대합니다.

군대 있을 때 한겨레21 사오려 했더니 당시 중대장님이 말리던데요.. 괜히 문제 일으키지 말라고... ㅎㅎ
(90년대 말 GOP였어요. 뭐 지금은 좀 달라졌겠죠)
(요 몇년간은 한겨레를 따로 찾아보거나 하질 않아서 뭐가 어떻게 변했는지 몰랐어요)

화이팅입니다!

고맙습니다!

사실 필드에서 뛰는 기자들이 뭔 잘못이 있겠습니까. 물론 일선 기자들도 기레기라는 비판으로부터 전적으로 자유로울 순 없지만, 그보다 더 큰 비판은 게이트키핑을 하는 데스크에 가해져야겠죠.

에고.. 써놓고 보니 굉장히 씁쓸하네요.ㅜㅜ

ㅋㅋㅋ 선수들은 씁쓸하죠. 같이 힘내요 필님

ㅋㅋㅋ 네네 화이팅입니다. ^^

박수현 대변인이 임명됨과 동시에 김의겸 기자가 그만 둘 때 대략 짐작은 했었습니다. 어차피 박수현 씨는 정치인으로 충남지사 출마가 거의 확실시되었고 김의겸 기자로선 언론인이 청와대로 직행하는 데 대한 부담도 있었으니... 기자라는 직업을 일찍 그만 둔 저이지만 좋은 기자는 그저 좋은 기자로서, 승진의 부담, 신분 상승에 대한 헛된 욕심 같은 것에서 자유롭게 천직을 즐기고 봉사할 수 있는 언론 환경이 되었으면 하네요. 시호님은 좋은 기자인 듯합니다. 시호님 같은 분을 기레기라고 욕할 사람은 없으니 이 사회를 위해서라도 부디 오래 그 자리에 계시길... 초면에 주제 넘은 댓글 송구합니다. 미약한 보팅/팔로우/리스팀합니다. 건승하십시오...

전직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저도 팔로우 했어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자주 뵐게요~^^

몸은 무뎌졌을지언정 시선과 펜끝은 늘 날카롭길 바래.

음.. 기자에서 대변인이라고 하니 윤 모씨가 생각이 나긴 하는데...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요.

주진우 기자 : "속옷 차림이었습니까? 알몸이었습니까?
ㅇㅊㅈ : 속옷....

ㅋㅋㅋㅋ 설마요 ㅋㅋㅋㅋ

다들 인지도 쌓이고 돈 쌓이고 하다 보면 정치권의 러브콜을 항상 받더라구요. 유명세와 절대 떨어질 수 없는 자리고, 러브콜을 거절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자리죠. 유명하고 이미지 좋으면 반드시 정치에서 불러주더라구요.

나중에 손석희 사장님이 국회의원 출마하신다고 하면 풀보팅 할 생각입니다. 본인은 절대 안하신다고 하시지만...

ㅋㅋㅋㅋ 대통령 시킵시다.

기자가 펜을 놓고 관을 썼다는 말 와닿네요.
한번의 고사 후에 맡은 직이니 훨씬 잘하리라 생각해봅니다. ^^

ㅋㅋㅋ 머 준비 많이 했겠죠. 그랬길 바랍니다.

결국 그분도 대변인으로 가셨군요.

그렇습니다. ㅋㅋ

훌륭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그런 연줄로 정치권을 가는건지 아니면 정치권에 있기에 그렇게 되는걸지.....

둘다 맞는 것 같습니다. ㅋㅋ

이런거 보면 손석희사장님이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어떤 대의명분이 있다 하더라도 기자는 정치판에 들어가는건 아닌 것 같아요.
그자체만으로 순수성을 상실해버리니깐요

그분은 그냥 정치하기 싫어서 그러는 것 같아요. ㅋㅋ

정말 그럴까요^^

대통령 하려 그러나 ㅋ 일단 주변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그런데 사람 속은 알 수가 없죠.

안 그러고 JTBC를 갔을리가.. ㅋ 최영미 시인 인터뷰 할때 51:49 됐구나 싶던데요. 정치부로 옮기셔서 집요하게 파보심이.. 그 사람 속 말이죠^^

제가 기를 쓰고 정치부를 나온 지 한달 밖에 안 돼서 ㅋㅋ

기자정신만 가지고 기자로서 감시의 기능으로 이 사회를 바꾸는데 한계를 느꼈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요? 시작도 하기 전에 비판 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잘다듬어진 펜 하나로 세상을 바꿀수 없는 이 사회가 또 잘못되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시작 하기 전에 비판이 엄청 많아요. ㅋㅋ 낙하산이라는 얘기도 하는데 대체 어느 부분이 낙하산인지 ㅋㅋㅋㅋ

정치와 연관이 되면, 본연의 길에서 벗어나 지는거 같아요
우리가 시호님을 응원합니다 ^^

고맙습니다. ㅋㅋㅋ

기자가 펜을 놓고 관을 썼다는 말이
왜 이렇게 아프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관을 썼다가 다시 펜을 잡는 경우도... 정말 지탄받을 일이죠.

안녕하세요 시호님, 사실 기자분들중에도 훌륭하신 분들이 많이 있는데요 몇 분들의 사욕? 정치욕? 때문인지 다소 부정적인 모습이 비춰지면서 선량한 고생하시는 기자분들짜기 비슷하게 보는 부분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말씀처럼 어떤 자리에 있어도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자분들 모두 화이팅 입니다~~

고맙습니다. ㅋㅋㅋ

저는 여전히 펜만큼 무섭과 잔인한 것은 드물것이다 라는 입장이 있습니다. 기자분들의 경쟁이 심해도 여전히 좋은글 감동적인 글에 목마릅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하니 김의겸 내정자도 변할수 있겠지요. 하지만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을 미리 곰곰히 고민해 보았으면 합니다.

해리지 님과 같은 독자들이 많아야 하겠습니다.

구악 기자들'만' 저리로 가면 저곳 물이 너무 흐려지니까요.
훌륭한 기자'라도' 한 둘 저리로 가주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 적어도 후배 기자들이 고개 끄덕이며 떠올릴 수 있는 정치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맞습니다. 사실 정치인으로서 괜찮은 선배들이 몇몇 있긴 해요. ㅋ 하지만 그들이 훌륭한 기자였는지는 잘 모름.

친구 하나도 기자였다가 펜을 놓고 모 대학 교직원을 하고 있어요.
발로 뛰면서 사회의 무언가를 캐서 알리는 그 사명감을 견디지 못해서 말이죠

그런 걸 보면 지금까지 펜을 들고 있는 시호님 정말 굉장하신 것 같습니다
팟팅입니다!!

제 동기가 기자질 그만두고 모대학 교직원을 하고 있는데 설마 동일인은 아니겠죠? ㅋㅋ

저도 그렇고 제 친구도 아직 결혼을 할 나이가 아니라서요 ㅋㅋㅋ

기자출신이셔서 필력이 저랑 비교하여 월등하시네요. 저는 회사원이어서 연말정산을 했습니다. 세금이 안오른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는데 이번에는 세금이 거의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더군요. 단편적인 예지만 이번 정권이 서민친화적으로 잘 하고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김의겸님도이번정권과 만나 시너지를 내었으면 좋겠네요. 참고로 저는 좌도 우도 아닌 중간에 위치해있는 한 국민입니다 ㅎㅎ

ㅋㅋㅋ 출신은 아니고 현직입니다. 워나비님 댓글만 보면 문장 엄청 깔끔하고 정확하게 잘 쓰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스스로 이시대의 참보수라고 생각하는데 주변에선 좌빨이라고 하네요. 이해할 수 없습니다. ㅋㅋㅋ

변질된 사람만이 그 곳으로 갈까요? 그 곳으로 가면 사람이 변질될까요? 라는 물음이 머리에 스쳐갑니다

그곳으로 가면 변하는 건 머 확실하고, 가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명분과 목적이 있죠. ㅋㅋ

결단력있는 기자분이라면 어느 자리에 가도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그런분이 훌륭한 분이 아닐까요

아내분도 기자이신가봐요. 저리로 가든 이리로 가든 자의식만 제대로 가지고 있으면 어느 위치에 있던 그 사람은 빛이 날겁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대나 잣대에 부응하기 보다는 독고다이정신으로 살아가는게 옳다는 주의라서요 ㅎㅎㅎ

기사도 읽어보면 기자의 생각이 보입니다. 훌륭하신 기자분들도 많은거같아요^^
앞으로 훌륭하신 기자님들이 만들어낸 기사를 많이 보고 싶습니다
화이팅!!

아무리 훌룡하신분도 정치로 가시면.. 변하더라구요 나쁘게 변하는 쪽이 월등하게 많지만. 이분은 그러지 않으시길. ㅎㅎ..

아..대변인으로 가셨군요..

시호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정말 훌륭하고 사명감을 가진 기자들이 많은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훌륭한 기자란 '꼭 써야하는 기사를 반드시 쓰는 기자' '펜대는 냉철하지만 시선은 따뜻한 기자' 인데요. 아직 많이 뵙진 못한 것 같아요ㅎ 그래도 전보다 점점 늘어나는 느낌은 듭니다.

저렇게 가버린다면 그저 좋은 소신에 맞는 대변인이 되길 바라는 수밖에는 없지요.

끝까지펜놓지않으시길요!

내정을 보고 정부에게도 기자에게도 실망했었습니다 ㅠ_ㅠ
좀 더 세련된 수들이 있었는데 왜 그러나 모르겠어요.. 여러가지로..

그런 경우가 한둘이 아니죠. ㅋㅋ 세련미가 떨어져요 전반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