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악(舊惡)열전]7. 기업의 '기자관리'와 놀아나는 기자들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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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종류의 구악은 대부분 왜곡된 관계에서 시작한다. 순전히 내 판단이지만 기자가 출입처 취재원과 개인적으로 친밀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개인적으로만 친한 취재원에게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기사는, 써야 한다면 쓸 수 있다. 이게 건전한 관계다. 그러나 둘 사이에 재물이나 향락이 끼어들어간 관계는 왜곡된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관계가 쌓여 형성된 친분은 공과 사를 구분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 사람의 일이기 때문에 좀 미안한 마음은 있을 수 있지만 그건 소주 한 잔에 풀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만날 때마다 비싼 밥과 술을 얻어먹고, 이른바 '2차'를 가고, 헤어지면서 차비 조로 돈도 좀 받고, 선물도 받고 하면서 쌓은 관계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흥건하게 취해서 어깨동무를 할 때는 이 관계가 그냥 친분관계인 걸로 착각하지만, 결정적으로 기사가 나갈 때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출입처를 '조지는' 기사를 써야 할 때 기자에게 친밀한 취재원의 얼굴이 떠오르는 정도면 기사를 쓸 수 있다. 하지만 취재원에게 받아먹은 것들이 떠오르면 기사를 쓰기 어렵다. 그럼에도 기사를 쓰는 기자는 정말 뻔뻔한 사람일 것 같다. 기사를 쓰고 그걸 내리는 조건으로 더 받아먹을 공산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기사를 써야할 때 무엇이 떠오르느냐에 따라 친분관계와 왜곡된 관계의 차이는 극명해진다.

어쨌든 여러 기업의 홍보팀의 '기자관리'는 이런 왜곡된 관계 형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물론 직접 출입하며 경험해본 적은 없어서 말하기가 조심스럽긴 하다. 홍보팀 사람들도 역할이 다 있겠지만 나는 기업 홍보팀 관계자들을 술자리에서 밖에 만나본 적이 없다. 법인카드를 갖고 다니면서 기자들을 만나 점심과 저녁 밥술을 사는 게 이들의 역할이었다. 나는 이런 일을 겪었다.

사회부에 있을 때 A부장이 주최한 회식이 있었다. 그런데 삼겹살을 구울 줄 알았는데 좀 비싼 곳으로 갔다. 인원 상 부장 법인카드로는 커버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1차가 끝날 때쯤 모 기업 홍보담당 상무와 부장, 차장이 자리에 합류했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바로 2차로 이동했다.
이들은 기자들 사이사이에 끼어 앉아 소폭을 만들고 빠른 속도로 술을 마셨으며, 권했다.
2차가 끝나자 부장은 "귀가를 원하는 사람은 들어가라"고 했다. 평기자들이 전부 귀가하겠다고 했지만 평소와 달리 잡지 않았다. 이 기업 사람들과 부장, 팀장만 3차로 이동했다.
자사 기자로 있다가 기업으로 이직한 홍보 관계자들은 회식의 단골 손님이다. 이들은 자신이 참석하지 않은 자리의 술값도 달려와서 계산하곤 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그냥 술만 먹으면 되는가? 아니다 그렇게 행복한 직업은 없다. 혹시 신문사에서 기업에 안 좋은 기사를 쓰면 다음날 아침 종판 신문이 나오기 전에 이들의 연락이나 방문을 받게 된다.

이럴 때 이들의 역할은 '제목에서 오너 이름 빼기'나 '제목 뉘앙스 살짝 바꾸기' '기사에 언급된 기업들의 순서에서 자기 회사를 뒤로 미루거나 살짝 빼기' 정도로 공정 상 그렇게 어렵지 않은 요구를 하는 것이다. 어렵지 않으니 평소 '관계'가 돈독한 입장에선 손쉽게 '도와줄' 수 있다. 고쳐주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거절하긴 어렵다. 평소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알기론 초판 기사와 종판 기사에 어느정도 성의있는 변화만 있어도 이들의 존재이유와 목적은 달성된다. 전체적인 톤은 기업에 부정적으로 나갔어도, 성의를 보여줬기 때문에 이들의 '관계'는 유지된다. 술자리, 밥자리, 골프자리도 계속 된다.

그런데 예를 들어 '오너 성매매'(구체적으로 언급하면 해당 기업 홍보맨들의 연락이 올까?)와 같이 중대한 기사가 나오면 한 두 명의 기자를 관리해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럴 땐 기업이 언론사에 주는 광고가 한 몫을 한다. 기사를 보도하지 않은 대부분의 언론사는 해당 기사가 터졌을 때 머릿속으론 광고를 걱정하면서 겉으론 팩트 체크를 운운하며 기사를 'kill' 시켰을 거다.

결국 중대한 기사는 광고가 막아주고, 그런 '관계'로 막을 수 있는 부분들은 소소하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 그거 못해도 크게 지장이 없을 거다. 하지만 언론사나 기자 입장에서도 그걸 소소하다고 해선 안 된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마사지'가 누적되면 기업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왜곡, 변형하는 데 영향이 있을 것임은 자명하다. 그걸 그 기자, 언론사가 만들어 준 거다. 개인적으로 보면 어찌됐든 술과 유흥을 대가로 기사를 팔아먹은 거다. 공짜 술 마시려고 찌질하게 그런 소소한 것에 자존심을 내 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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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요즘도 이런일이 설마 있는 건 아니겠죠?? ㅎㅎ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나쁜짓이라고 보여지네요..
어떻게 그 자리에 까지 올라갔을지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을 텐데요.. 언제부터 그렇게 된걸까요.. 사회가 그렇게 만들었다
변명을 할런지.. 참 답답합니다 ㅋㅋㅋㅋㅋㅋ

요즘도 있습니다. 장담합니다.

와~~ 리얼 장난아니네요 ㅋㅋ 정말 세상이 바뀌기는 힘들 것 같네요 ㅎㅎ

교수님이 말씀해주시던 내용과 다른게 없어요.. 수업듣는 느낌이에요._.

신방과이신지 ㅋㅋㅋ 수업처럼 재미 없었나요.. 털썩..

ㅋㅋㅋㅋㅋㅋ그 뜻이 아니에요ㅋㅋㅋㅋ 전공은 신방이었고 부전공이 멀티미디어학과였어요 결국 진로는 후자로 갔지만요 :(

잘하셨네요 ㅋㅋㅋ

출입처를 '조지는' 기사를 써야 할 때 기자에게 친밀한 취재원의 얼굴이 떠오르는 정도면 기사를 쓸 수 있다. 하지만 취재원에게 받아먹은 것들이 떠오르면 기사를 쓰기 어렵다.

이 부분이 정말 인상적이네요. 돈을 먹은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의 심리차이가 직관적으로 잘 이해되는 것 같습니다! 저런 곳에서 일하다보면 유혹에서 자유로워지기가 쉽지 않겠어요... 그럼에도 굳건히 자신의 길을 가는 분들은 정말 멋집니다 :)

그래서 구악인가봐요. 젊은 기자들 중엔 받아먹는 사람 별로 없(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ㅋㅋ 직접적으로 돈을 먹는 경우는 별로 없겠지만 뭔가 유혹적인 것들을 받아먹었을 때 그렇겠죠.

김영란법이 생기고 조금은 덜한거같다고 하던데.. 상상이상이군요 ㅎㅎ

아, 참고로 제가 든 사례는 김영란법 전입니다만 머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  7 years ago (edited)

고쳐주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거절하긴 어렵다

관계가 얽히고 설키게 되었을 때
'거절'은 참 불편한 행동이 되어버리는 것 같고,
언론의 역할도 변질(?) 되는 것 같습니다.
구악열전 기대했던 것 만큼 술술 몰입감 있게 읽었네요.

휴우 다행입니다. 오랜만에 쓰는 데다, 전에 검색 결과로 제 글이 노출되는 걸 눈으로 확인한 뒤라서 쓰기가 좀 힘들었거든요. ㅋㅋ

tip!

꺄 고맙습니닷

시호님을 시험대상으로 삼아 팁유 기능을 한번 사용해보았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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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내용입니당ㅎㅎ 친추하구 가요 tip!

앗 고맙습니다! 저도 친추 돼 있었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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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해먹을꺼면 공짜 술이 아니라 크게... 해먹어야겠죠. 흠흠...

  ·  7 years ago (edited)

그러니까요 ㅋㅋㅋㅋ 제말이... 꽁술 먹으면서 2차도 가고 머 차비도 받고 하는 거죠.. 그래도 찌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다면 2차 3차 4차 5차까지 가서 담날 회사 출근을 못하고 근태로 짤릴정도로 받아 처먹으면 초구악 열전에 이름을 올릴수도 있겠습니다.

음 차수는 저만큼이 안 되지만 회사 출근을 못한 사례는 많습니다. ㅋㅋㅋㅋ

이런 쪽의 이야기는 처음 보는데
기대한것 이상보다 흥미롭게 잘 보았습니다.
여기나 저기나 별반 다를게 없네요 -ㅁ-..

앗 거기는 어디기에 ㅋㅋㅋㅋ 고맙습니다.

이래서 기자들이 욕먹는 거죠. 시호님을 말하는 건 아니고요. ^^;

홍보팀에서 하는 일 중에 기사 내리는 게 가장 큰 일이 된다면 정말 씁쓸할 것 같아요. 홍보를 하는 건지 뒤치다꺼리를 하는 건지. 잘 한 일 널리 알리라고 했더니, 똥 싼 것 치우고 그 위에 향수 뿌리는 일을 한다면..
제가 대학 졸업반 때 홍보팀에 취직하려고 알아본 적이 있었거든요. 전공하고도 연관이 있고, 글 쓰는 거 좋아해서 보도자료 만들고 하면 재미있을 거 같아서요. 안 가길 잘했네요. (취직 안 시켜줬으려나? ㅎㅎㅎ)

욕 먹어야죠. 근데 홍보팀도 파트가 다 있어서 브리님이 생각하셨던 일 하는 파트도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이네요..
자신의 자존심의 가치를 높게 생각하면 되려나 했는데...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크게 한탕 하려나요 ㅎㅎ

기업 쪽에서 크게 딜할 만한 기사 쓸 수 있을 정도면 엄청 능력자죠 ㅋㅋㅋ

You've outdone yourself.

엄연히 비리를 저지른 기업을 감싸주는 기사를 볼 때마다 화가 났었는데, 이런 일이 정말로 일어나고 있었군요ㅠ 그나저나 시호님의 글을 볼때면 어쩜 이렇게 글을 잘쓰실까 감탄만 하게 됩니다. 홀린 듯 막 집중해서 읽게 돼요 ㅎㅎ tip!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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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본문에 팁을 적는다는걸 깜빡해서 댓글로 달았더니 저한테 주네요....그래서 다시 댓글을 지우고 제 댓글 본문에 팁 추가했습니다...저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팁유까지 댓글 다니까 너무 창피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또 예상치 못한 곳에서 웃음 폭탄을 주시다니 ㅋㅋㅋ 소문내야지

ㅋㅋ 부끄럽사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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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일이 있겠지는 싶었는데 저런식으로 관리가 되는거군요. 신기하면서도 참....

미묘하게 관리가 되죠. 일단 밥정이 쌓이는 거니까요

시호님 필력은 평소에도 어마어마하다생각했지만, 구악 시리즈에서는 더 더 장난아니신듯 합니다. 바득바득 갈고 쓰시는 느낌 +ㅇ+

ㅋㅋㅋ 고맙습니다. 필력이랄 것도 없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