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4년 국제부에서 일하던 시절 매일 지하철로 회사에 출근하며 메모했던 글을 가져와 약간 고친 것입니다. 사건은 주로 1호선에서 일어났습니다. 가장 오래돼서 낡았고 그러면서도 가장 먼저 놓인 노선이라 서울의 요지들과 구석구석을 통행하는 1호선엔 특히 별 일이 많이 일어났던 것 같습니다. 짤은 내용과 상관이 없습니다. CCL 무제한인 사진을 주워왔습니다.
1호선 문이 열리자 자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같은 칸 보이지 않는 저 쪽에서 아기가 울고 있었다. 아기는 불에 덴 것처럼, 바늘에 찔린 것처럼 비명 같은 소리로 울었다.
이 쪽에서는 빌어먹을 발성이 성악가 수준으로 잘 된 잡상인이 뭔 건강식품을 팔았다. 앞 좌석에는 쪼르르 앉은 50대 등산복 아저씨들이 꼭두새벽부터 산 꼭대기까진 가지도 않고 중턱에서 막걸리나 한 잔 걸치고 도로 내려왔는지, 땀냄새와 술냄새의 토할 것 같이 절묘한 콜라보레이션을 보여줬다.
구로, 신도림으로 향하는 1호선 객차는 남녀노소 외국인 누구에게나 아비규환이니, 30대 건장한 남성인 나도 폭발하고 싶은데 아기가 무슨 수가 있었을까.
그런데 사람들 표정에 하나같이 짜증이 가득했다. 열차 안이 이렇게 불쾌한 데는 자신들도 어느 정도 한 몫씩 하고 있는데, 울고 싶은 우릴 대신해 시끄럽게 운 죄로 아기와 엄마만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이 잡놈의 상인은 지가 훨씬 시끄럽다는 걸 모르는지, 또 방금 손수레 바퀴로 내 발뒷꿈치를 찧었는지도 모르는지, 예의 그 오지게 발성이 잘 된 목소리로 "어후, 애를 달래야지"라고 짜증을 냈다. 등산복 중년들은 저 쪽까지 들리지도 않을 텐데 이 쪽에서 호통들을 치느라 더 시끄러웠다. 게다가 입 열 때마다 믹스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운 지독한 입냄새와 막걸리 냄새가 섞여서 나는지도 모르고 열린 입을 다물지도 않았다.
아기가 울면 옆에서 육아 고수들이 깍꿍도 해주고 사탕도 주고 그러는 것 아니었나. 유난히 전철을 싫어했던 내가 울면, 몇 번이고 내려서 달래고 다시 차에 타곤 했다던 어머니가 생각났다.
지하철에서 아기가 울었는데, 어른 새끼들 때문에 더 짜증났던, 일요일 출근길.
저도 매일 같은노선으로 출퇴근을 해서,
덤덤하게 나열해주신상황이 , 본것처럼 눈에 그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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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선... 막강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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