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김종필 전 총리 별세 1면보기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 •  7 years ago  (edited)

종이신문 특성 상 토요일에 별세한 김종필 전 총리의 기사는 월요일자에 실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호외를 발행할만큼 중요한 인물은 아니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별세한 날도 토요일이었고, 입사하기 1년 전이었는데 나중에 들어와서 보니 우리 공장도 호외를 찍었다고 한다.

무튼 어제 국내 출장을 다녀오느라 1면 보기를 못 올렸다. 이렇게 진영에 따라 평가가 갈리는, 한마디로 복잡한 인물의 부고 기사는 신문마다 매우 다른 기사와 편집을 선보인다. 이런 기사는 항상 신문사에서 정치기사깨나 썼다 하는 사람들이 집필을 하기 때문에 오늘은 특별히 리드 문장이나 첫 문단도 함께 다뤄볼까 한다.


경향신문_유신 3김의 영욕 서쪽 하늘로 지다_2018-06-25.jpg

경향신문

JP 별세 기사 제목으로 가장 많이 나온 말이 3金(김)인 듯하다. 경향은 주로 부정적인 톤으로 제목을 읊었다. 서쪽하늘이라는 건 그가 충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었기 때문. 리드는 '한국 현대 정치사의 가장 논쟁적 인물이 세상을 떠났다.' 논쟁적이라는 이야기는 부정적인 말들을 애써 참고 적은 것 같다. 문단 내내 비판 일색이다. '그는 정부를 무너뜨린 군사정변 주역이었고,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의 2인자였으며, 3김정치의 길항 속에 권력의 중심을 탐한 정치인이었다. 그의 타계와 함께 한때 한국 사회를 지배한 박정희주의와 3김정치도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하게 됐다.' 다소 한쪽으로 치우친 내용이지만 문장 자체는 훌륭하다.


국민일보_큰 족적 뒤의 그림자…시선엇갈리는 ‘JP추도’_2018-06-25.jpg

국민일보

날짜가 지난 부고기사인 만큼 사망 자체보다는 추도 분위기를 제목에 많이 담았다. 복잡한 인물을 복잡하다고 평가한 제목. 나쁘지 않은 선택. 톱자리를 내줬으며, 경향과 마찬가지로 한창때의 사진을 넣었다. 리드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3김시대의 마지막 문을 닫고 지난 23일 영면했다.' 담담하고 드라이한 문장이다. 이후 문단도 마찬가지. 중도지를 표방하는 신문들은 이렇게 양면적인 인물은 양면적으로 써준다. 그래서 재미없기도.


동아일보_무항산이면 무항심_2018-06-25.jpg

동아일보

이날 신문 중 가장 독특하게 쓴 기사 중 하나. 리드가 "미리 써둔 자신의 묘비명이 '맹자'의 '무항산이무항심(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없다)'이었다." 남보다 취재를 조금 더 했고, 산업화에 기여한 부분을 드러내겠다는 의도를 충실히 담을 수 있었다. 제목도 '무항상니면 무항심'이고 사진 검은 바탕 위에 흰 글씨로 JP가 직접 쓴 묘비명을 담았다. 좀 튀면서 읽을거리도 주는 괜찮은 기사와 편집이라고 생각. 사진은 노쇠한 가운데, 정치권에 이슈가 있을 때마다 한마디씩 하던 시절로 보인다.


문화일보_통합을 주문하다 협치를 지향하다 포퓰리즘 꾸짖다_2018-06-25.jpg

문화일보

제목만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 쯤 되는 분이 서거하셨는 줄 알겠다. 그런데 기사는 가장 중요한 맨앞 부분을 '쿠데타 주역' '한일 국교정상화' '김대중 납치' '박정희 장기집권 일등공신' 등 비판적인 내용들로 채웠다. 이 이상한 편집은 아마도 작성한 기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편집 과정에서 윗선의 힘이 작용한 것 같다. 전체 기사를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사진은 가장 최근 모습을 선택한 것 같다.


서울신문_마지막 3金 떠나다_2018-06-25.jpg

서울신문

우리공장도 3김을 강조했다. 짧고 드라이하게 제목을 달았다. 역시 중도지를 표방하고 있다. 사진은 3김이 마주보고 선 장면을 얼굴만 트리밍해서 시선과 긴장감이 강조되게 했다. 한정된 지면에 고민이 많았을 상수의 기운이 느껴진다. 기사 리드는 정말정말 드라이하다. 뒤에 이어지는 문장들 속에 '완고한 지역주의와 1인 보스의 리더십에 의존한 3김정치'라는 부분에서 기자의 비판의식이 느껴진다. 팔은 안으로 굽었다.


세계일보_‘3金시대’ 종언을 고하다_2018-06-25.jpg

세계일보

언제쯤 세계일보를 칭찬할 수 있을까. 3김시대가 이제서야 종언을 고했다고 할 수 있나? 종언, 고했다.. 한자를 잔뜩 써서 내용이 모호한데, 말은 바로 하랬다. '끝났음을 말하다'라는 의미인데 사실 마지막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 시점이 지금인 건데, 3김 시대가 막을 내린 지는 한참 됐다. 종언을 고한다는 건 아직 끝나지 않았을 때 끝나게 됨을 알린다는 얘기다. 괜히 멋부리려다 정확하지 못한 제목을 단 건지, 아니면 더 심오한 정치철학적 의미를 담았는데 무지몽매한 내가 못 알아먹은 건지.
기사 리드는 좀 모호하지만 고인의 호인 '운정'을 이용해서 '구름 속 정원에 잠들었다'고 표현했다. 멋드러졌긴 한데 기사 작성자도, 편집자도 한자어를 너무 좋아하는 듯. 앞에 주어부에서 '풍미'도 참...
사진은 한창 잘 나가던 때의 모습을 선택.


조선일보_마지막 3金 역사 속에 잠들다_2018-06-25.jpg

조선일보

정말정말 가장 드라이한 기사다. 조선일보가 이렇게 아무런 가치판단 없는 첫 문단을 쓴 이유는 뭘까. 누가 보면 중도지인 줄 알겠다. 정말 모르겠다.


중앙일보_기사 제목을 입력하세요_2018-06-25.jpg

중앙일보

이날자 신문을 통틀어 가장 튀는 사진과 제목과 기사. 사진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골프를 치다가 대폭소 하는 장면, 제목과 기사는 JP 생전 마지막 접견을 했던 사람만 쓸 수 있는 내용. 오랜 시간 JP를 인터뷰해서 시리즈를 실었던 중앙일보만 쓸 수 있는 것들이다. 기자가 아닌 칼럼니스트 직함을 단 작성자의 리드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풍운아였다. 바람처럼 일어나 서산을 벌겋게 물들이더니 구름처럼 흩어졌다.' 멋을 있는대로 낸 문장이고 또 멋지기도 하다. 고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한겨레신문_‘영원한 2인자’ JP 떠나다_2018-06-25.jpg

한겨레

'영원한 2인자'라고 제목을 달았다. 사진은 박정희에게 훈장을 받는 모습이다. 비판을 하면서 현대사에서 차지했던 비중을 감안해 예우해 주는 듯한 분위기. 기사에선 3김 시대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가 드러난다. 풍미...


한국일보_‘ 3金 시대’ 막내리다_2018-06-25.jpg

한국일보

3김시대가 막 내린 지가 언젠데. 정확하지 않은 제목이다. 기사를 1단으로 길게 세워서 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다. 다만 바탕을 검게 칠하고 글씨를 희게 써서 눈에 들긴 한다. 기사는 무난하게 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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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정치사의 영욕의 인물이자 영원한 2인자, 과연 그는 국민들에게 추앙받아 마땅한 국가적 인물일까? 아니면 권력에 기대어서 그의 자리를 탐하기만 하던 정치적 야망의 권위주의적 상징이었을까?

추앙 받을 만한 인물은 아닌 것 같은데 ㅋ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오늘도 흥미롭게 잘 봤습니다. ^^

질 읽었습니다. 중앙일보는 사진을 정말 잘 뽑았네요.

외국에 살아서 한국 신문 보기가 힘든데 이렇게 올려주시니 정말 좋은 것 같아요 ㅎㅎ 특히 1면 비교 아주 재밌게 보고있슺니다👍

ㅋㅋ 고맙습니다

영원한 2인자라는 이름과 함께
마지막 3 김도 떠나 같네요
다시 한번 세월의 무상함을 느낍니다

앞으로 더 훌륭한 정치인이 나오길 기원합니다.

한 시대를 이끌었던 정치인이지만... 그 평가는 참 극과 극이네요!!

전 정치엔 그리 큰 관심(부끄럽지만)도 없어 알지도 못했는데..
독도를 팔아 넘긴 사람이란 기사를 보기도 해서.. 흠..

저도 개인적으론 머...

찬찬히 읽었습니다. 덕분에 신문 일면 모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어찌됐든 한국사에 남을 만한 인물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

어제 뉴스를 보면서 엇? 하고 놀랐어요. JP는 뭔가 영원히 살 것 같은 이미지로 제 머리 속에 남아있어서... 아.. 그들도 나이를 먹는구나.. 싶더군요.

이렇게 여러 기사들을 훑어보니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는 걸 더 느낄 수 있네요. 3김의 시대는 진작에 끝났고, 지금은 후대에 어떤 시대로 기억될 지 궁금합니다.

인물정치, 지역주의의 상징이죠 ㅋㅋ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3김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지역감정도 막을 내리는건가요?

이제는 또 어떤 인물이 나오고 흘러갈지..
좋은글 감사합니다~

역시 신문은 기사내용뿐 아니라 '편집'도 같이 봐야 하는 것 같아요.
소개와 분석,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한 사람에 대한 평가가 관점에 따라 이렇게 다르군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여러 신문기사를 펼쳐 놓고 보니 이해가 더 빨리 되는 듯 합니다.

어제도 형들과 김종필 때문에 옥신각신했네요
충남 놈이 김종필 관심 없는게 말이 되냐면서 ㅋㅋ
문통이 조문 안 간게 옳은거냐면서 ㅠ

글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