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리와 함께하는 대저도 역사 탐방-[ 1934년 삼남지방 대홍수 그리고 이민(2)]

in kr •  6 years ago 

고향산천아! 잘 있거라! 성공하면 다시오마!
[1934년 10월19일. 삼남재민수송 임시열차에서]
-동아일보 특파원 강대홍 동승기-

고향산천아! 잘 있거라! 성공하면 다시오마!
희미한 희망안고 북으로 북으로
1080명 이재민 오늘밤 경성 통과 예정.

잔뼈가 굵고 커서 백발이 성성토록 이 땅 아니면 살 곳 없다던
생각을 몰아내는 두 달 동안의 홍수지옥. 사십만 이재동포는
장차 어데로 오고간단 말인가?

부산을 출발점으로 한 대저면 이재동포를 실은 기차가 군북에서
비롯하여 진영서 태운 열차역. 삼랑진에서 연결되어 북으로 검은
연기를 토하며 달리는 임시열차. 객차 열 둘에 화차 둘을 달고 1054명의
남녀노소를 실은 이 차는 장차 어데로가노.

“차를 질리도록 타보았으면” 하는 무리들의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가는
차를 보고서 부러워하던 무리들이라! 그들은 평생에 한 번 타볼 수도
없었을지 모르는 팔자의 이 천재지변은 그들에게 사천리 차길을 공으로
태워 주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하지?

칠백리 낙동강 물이 하늘이 준 선물이련마는 일년,이년,삼년, 연거푸 닥쳐온
재난은 드디어 이세상 모르는 남녀를 북으로 만주에까지 몰아가게 되었다.
말을 모르고 글을 모르고 인정과 풍토가 설은 곳이다. 영구,영구가
어데메냐 하늘끝 당나라로 사신이 들어가던 요동넓은 벌이다.
그러나 이들이 몽매에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가자 ! 그러나 가지 않을 수 없지 않더냐” 이 비장한 친구의 호령하에
아무리 울고파도 버티어도 악착같은 목숨은 살길이 없으니 차라리 가자!
설마 사람들이 사는 곳이니 못살리 있으랴하는 일말의 희망을 앞세우고서
떠나는 것이다.

기적이 울릴때마다 산천을 가리고서 지날때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상상되는
만주벌판 그것은 미지의 세계요 의문의 세상이었다. 원래 헐벗은 몸이라
입는 것이 볼만한 것이 있을리 없다. 가장 집물이 가졌다면 보퉁이라고
한아름되는 보퉁이를 이고 지고차에 올랐으니 삶을 오직 운명에 맡기고
목숨을 하늘에 호소하는 이 무리들의 안주할땅이 과연 전개될 것인가?

“산천아 잘 있거라! 인제가면 언제오나?”

하염없이 부르는 이 노래가 그대로 사실화한줄이야 꿈엔들 생각할리있었던가?

여기가 금천밀양이요 대전이요 하고서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주마등같이
휙휙 뒤로 지나가는 차창에 비낀 풍경이 하나도 그저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는 아이 젖을 먹여 달래며 보채는 애들에게 등을 어루만저 재우는 부모들의
정과 사랑 . 담배 한 대라도 떡 한 조각이라도 나누는 순순한 정이 객차마다
아름답게 전개되었다.

함께 고생을 하고 같이 차를 타고 또 미지의 세계로 가니 그렇지 않아도
굳고 두터운 정이 그들 사이에 엉크러지는 것이 인생의 꽃을 보게
하는 듯 하였다.

생각건대 당국이 영구히 이주하는 이민을 모집한다는 말을 내밀자
대저면에는 450명이 배당되었는데도 1500명의 지원이 있었다니 이차를
타고가도 동포들은 그래도 선발된 용사들이다. 이백만 동포가 피와땀을 흘려
남북만주 개척의 용사가 되었으니 그다지 서러워할 것도 없을 것이니
인간 도처에 청산이 있으니 하필 이땅에만 뼈를 묻을 필요가 있을 것이냐?
원컨대 이 팔과 이 다리에 힘을 주어 크게 넓게 개척의 깃발을 날리소서
빌고 싶다.

울고불고 손 흔들어 보내는 형제동포 일가 친척이 다같이 성공을 빌고 있으니
멀지않은 훗날에 많은 형제가 굶주림을 넓은 땅에서 피하기를 바라고 싶다.

천재가 반드시 재변될 수 없는 것이니 화를 바꾸어 복으로 되는 날이 오기를
기자는 빌고 눈을 감았다.

도시락에다 점심을 먹고서 머리 아프다는 무리들이 창에 기댄 채 멀리
움직이는 산천을 바라보는 분에 우뚝우뚝 솟은 집과 으릉거리는 한양 철교가
경성에 왔다는 소식을 전한다. 평생에 처음보는 이곳이라 구경도 해보고 싶건마는
실려가는 이민의 무리라 언제 생각을 내밀수 잇으랴! 오후 5:55분 경성을 지났다.

잘 가거라! 잘 가거라! 하고 플랫폼에서 손을 들어 찬바람에 손을 흔들었다.
알지 못할 눈자위가 시려옴을 느낀다.

[1934년 7월 20일경. 대저도를 비롯한 현재 강서구 전역에 대홍수가 발생해서
극심한 고통을 겪던 중 만주땅으로 이주할 주민들 신청을 받았었네요.
가슴 아픈 망향의 열차안에서 동아일보 기자가 전달합니다. ]
대저 주민 또리가 신문 기사를 약간 의역해서 읽기 쉽게 재편집해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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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있었군요. 우리는 참으로 아픈 일들을 많이 겪은 민족입니다. 삼랑진 오랜만에 들어보는군요. 예전에 남해쪽으로 가려면 꼭 거치는 역이었는데...

ㅎㅎ 물금,삼랑진.... 삼랑진에 멋진 솔밭이 있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글의 필력이 장난이 아닌걸요!?+_+

지금이나 예전이나 좋은 기자는 아무나 되는게 아니죠.. 1930년대 맞춤법이나 쓰이는 단어가 약간 달라서 의역을 조금 했습니다.

태풍이 오고 있습니다!

에궁.. 비가 좀 와야 하는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