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 우울증

in kr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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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사람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멍하니 한동안 바라봤다. 뿌옇게 내뿜는 연기 너머로 그의 고민과 회한, 상처, 아픔이 느껴졌다. 그 모습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나에게도 애써 눌러두고 있었던 고민, 회한, 상처, 아픔이 불쑥 찾아왔기 때문일까? 알고 있다. 이 느낌. 우울증. 한 동안 거머리처럼 들러붙어 떨어질지 몰랐던 그 느낌. 한 없이 바닥으로 내려앉는 느낌, 그렇게 내려앉을수록 세상이 두려워 보이는 느낌. 내게 우울증은 그런 느낌으로 찾아왔다.

담배와 우울증은 닮아 있다. 담배를 끊는 사람은 없다. 담배 맛을 한 번 본 사람 중 담배를 끊는 사람은 없다. 그저 누군가는 조금 짧게 누군가는 조금 오래, 누군가는 죽을 때까지 참으면서 사는 것일 뿐이다. 우울증도 마찬가지다. 끊을 수 없다. 완치가 없다. 우울증에 한 번 빠져본 사람은 그 느낌을 끊을 수 없다. 우울증은 어느 순간 확 덮쳐 들어온다. 누군가는 조금 짧게, 누군가는 조금 오래, 누군가는 죽을 때까지 견디며 사는 것일 뿐이다.

스피노자의 말처럼, 몸과 정신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우울증은 정신의 문제이지만, 우울증에 걸려본 사람은 안다. 우울증이 덮쳐 왔을 때 몸도 아프다는 걸. 철학을 공부하면서 삶 굽이굽이에서 만나게 되었던 고민을 피하지 않고 살았던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제 우울증을 참고 견딜 수 있을 정도로는 성숙해졌으니까 말이다. 처음 우울증이 찾아왔을 때 현관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 힘들었다.

얼마나 다행인가? 지금은 꾸역꾸역 새벽에 문을 열고 세상으로 다시 나올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으니 말이다. “살자. 살아보자. 버텨보자. 견뎌보자. 삶은 그런 것이니까.”라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여 줄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니까. 한때는 저주처럼 들러붙은 우울증을 떼어내서 나와 가장 먼 곳에 두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 친구도 나의 일부로 받아들여야겠다. 밝고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것만 나의 모습이진 않을 게다. 어둡고 부정적이며 절망적인 모습도 나의 모습이다. 어쩌랴.

담배를 죽을 때까지 참으며 살듯이, 우울증도 그저 내 삶의 일부라 여기고 죽을 때까지 버티며 견디며 그렇게 살고 싶다. 그래, “살자. 살아보자. 버텨보자. 견뎌보자. 삶은 그런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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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가끔... 정말 감기처럼, 우울감이 찾아오곤 하죠. 그냥 어디론가로 훌쩍 사라져버리고 싶을 때. 그럴 때가 있죠. 보팅하고 가요.

저도 간헐적 우울증이 있어서 그 시기가 될 때마다 정말 힘들어요. 근데 주위에 보면 다들 조금씩의 우울증은 있더라구요. 누구나에게 삶은 처음이라 힘들고 고단한듯 해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힘냅시다!

저도 오랜 유학생활때문에 혼자 우울한적이 정말 많았더랬죠...
우울할때에는 우울한생각을 안하려 노력하고
좋은생각만하려하며
집안보다는 밖에나가는게 최고같습니다
좋은글감사합니다.

봉주흐!!!공감합니다!! 삶은 기쁨과 슬픔의 도가니지요
저 푸른 바다가 수많은 차이나는 물방울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걸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요

세상 밖으로 나와 스팀잇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가즈앗!!! ^^

살아가면서 점점 참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 같네요
참는 방법을 알면 사는 방법도, 버티는 방법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마인드컨트롤이 제일 중요한것같아요!! 항상힘내시고 화이팅하세요!!

하아 저의 딜레마인데 공감이 많이 갑니다 팔로우와 보팅 하고 갑니다.

몸과정신이 따로 떨어져있지 않다는 말이 공감되네요. 머릿속이 정리되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이는 것도 방법인 것 같아요. 일단 나가고, 일단 웃고, 먹고..그러다보면 생각지도 못하게 깊은 고민이 옅어지기도 하더라구요.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