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색깔과 공존하면서 나는 물들지 않을 수 있다는 건 모순이다

in kr •  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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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색깔과 섞여 있으면서 나는 섞이지 않을 수 있다는 건 모순이다. 애초에 자신만의 '색'이라는 게 있기나 한 걸까. 세상에 나혼자만 존재한다면 가능할지도. 우리는 남들과 섞이면서도 나만의 색깔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며 사는 것 같다. 마치 자신만의 색깔이 없으면 한 순간도 살 수 없을 것처럼.

이 글에서 내가 생각하는 사람의 '색'에 대해 한번 정의해보려 한다. 생각을 다듬는 짓을 하는 건 꽤나 오랜만이다.


예전에 친구랑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색과 향이 없으면 그게 뭐야."

"그것도 색이지."

"색이 없는데?"

"색이 없는 것도 색이 될 수 있지 않나. 그냥 말 장난이지, 뭐."


무색, 무취의 인간도 있지 않을까 싶어 저런 대답을 했는데 말을 하면서도 의문이 들기는 했다. 과연 그런 인간이 존재하기는 할까.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그야 말로 '무'같은 사람이 말이다.


그래도 가끔 마주치는 매력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차갑게 느껴지는 사람들 혹은 허무주의에 빠진 사람들은 나에게 향이 나지 않는 사람들에 가깝다. 이런 고민을 하면서도 완전 '극'에 있는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도 든다. 그냥 가까울 뿐이라는 생각을.

요즘 사람들과 지내며 느끼는 건, 확실히 사람은 변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잘 안 변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그냥 그렇게 믿고 싶은 것 같다. 나는 사람들이 어제와 다르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나 자신에게도 가능성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다른 사람들은 다 안 변한다고 믿는데 어떻게 나만 변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나. 그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렇게 자신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시점은 언제였을까. 변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을 때는. 변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을 때는.

나는 자라면서 많은 사람들의 색에 물들어 간다. 수시로 변하는 사람들에게서 여러가지 것을 얻고 서로 나누며 자꾸만 색이 변해간다. 다만, 색이 변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색을 바꾸고 싶지 않은 사람들 말이다. 그 사람들은 자신에게 변화를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색을 고집하는 데서 변화가 멈춘다. 변화를 두려워 해서 자신의 색깔이 있다고 믿고 고집한다.

그 색깔은 누구로부터 섞였을까?

자기 자신에게 변화를 주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없다. 단순하다. 우린 모두 어리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어리다고 생각해야 자랄 수 있다. 배우는 자세를 유지하지 않는다면 고여 썩는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자라고 싶기 때문이다.


색은 다른 사람에게서 오는 것이다. 온전한 자신의 색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남의 색을 자기가 갖고 있던 색과 적절히 섞어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그것이 그냥 내 색인 것이다. 본질적으로 자신만의 '색'이라는 건 존재할 수 없지만, 나를 다듬게 만들어 주는 색은 존재한다.


자신만의 색이 없다고 믿게 되면 남에게서 더 많이 배우고 싶을 것이다. 더 많은 색들을 담아보고 싶을 것이다.


섞는 건 본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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