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산책

in kr •  6 years ago  (edited)

엄마의 외로움에 대한 생각

우리 엄마는 외로움이 많은 분이셨다 전라도에서 자라 수원에서 일하다가 부산으로 시집온 엄마가 외로움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일지도 모르지 혼자가 좋고 외로움 같은거 못 느낄 줄 알았던 나도 혼자가 되니깐 '내가 외로운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걸

대학생이 되면서 나는 점점 귀가가 늦어졌다
엄격한 집은 아니었기에 늦은 귀가로 뭐라고 하지는 않으셨지만 언제나 서운했을거라 생각한다

19살 이른 나이에 출가한 동생과, 일본으로 출국을 앞둔 딸 앞에서 엄마는 눈물을 자주 보이셨다
'너희 동생 가고 한사람 빈 것도 이렇게 티가 많이 나는데 너까지 가버리면 우리집 얼마나 넓고 쓸쓸할까'
'나도 맨날 늦게 들어와서 집에 잘 없잖아'
'그래도 올 사람이랑 안들어올 사람이랑 같니 너는 그래도 밤이 되면 오겠지 하면서 기다리기라도 하지'
그렇게 말하며 내가 누운 내 침대 옆자리로 꼭 들어와 눈물을 훔치며 나랑 같이 낮잠을 자던 우리 엄마였다

오늘은 혼자 고깃집에 가서 술을 마시며 인스타를 보는데 내가 자주 보는 작가님이 한달에 한두번씩 엄마와 함께 술을 마시는 이야기를 가지고 만화를 그려주셨다

그래서 내가 엄마랑 같이 술 마신게 언제쯤이지? 아니 엄마랑 나가서 밥 먹은건? 엄마랑 어딜 간적은 있나?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3~4개의 기억이 떠올랐다
참 나쁜 딸이었더라 엄마랑 둘이서 나간 기억이 이렇게도 없는 걸 보면.

당장이라도 엄마한테 연락해볼까 하는 생각에 휴대폰을 들었지만 술 마신걸 티내고 싶지 않았다
한번 일본으로 엄마를 초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내가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싶지는 않았다
엄마의 외로움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지만 말 그대로 어렴풋하게, 나는 그 깊이를 전부 이해하지 못하겠지
결국 연락하지 못한채로 휴대폰을 접었다

한국에 돌아간다면, 돌아간다면, 남들처럼 살가운 딸은 아니더라도 조금 더 딸다운 딸이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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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 전화 드린적이 언젠지....ㅠㅠ
내일 아침에 전화 드려야겠네요. 꼭

전화는 잘 하셨나요ㅎㅎ 항상 생각만하고 잘 안하게 되네요ㅠ

저는 바로 옆에 있는데도 자주찾아뵙지 못해서 죄송스럽네요
보팅하고 갑니다.

같이 살았었는데도 잘 마주치지 않은 사람도 있는걸요ㅠㅠㅠㅠ

멀리 떨어져 명절에조차 인사도 잘 못드리는 제 자신을 돌아보게됩니다...

전화라도 한번 드려야겠어요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