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과 화폐가치, 그리고 물가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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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sjchoi 입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몸이 말을 듣지 않네요. 겨우 잠에 들었다가 깨 버린 이후, 몸은 처지고 정신은 말똥해서 스팀잇에 들어왔습니다.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갑자기 들었는데, 사라지기 전에 남겨 놓고 싶네요.

최근 우리나라에서 암호화폐 시장은 다른 어떤 이슈도 갖다 대지 못 할만큼 가장 뜨거운 감자입니다. 특히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암호화폐에 대해 방영한 이후 더 큰 관심이 생겼죠. 아마 그 방송에서 많은 시청자들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장면, 아시겠지만 2시간 만에 30억이라는 자산이 증가하는 그 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강하게 자리 잡았을 겁니다. 지금이야 한국에서의 신규 자금 유입이 막혀 있고, 코인마켓 캡에서 제외되는 등 잠시 동안의 난항을 겪는 걸로 보이지만, 점차 거래소가 개방되고 정책들이 정비가 되어 갈수록 시장이 커지는 건 막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시장이 커지는 과정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수익을 실현하게 될 텐데, 이 과정에서 실현한 수익은 어디로 갈까요? 여전히 많은 자금이 코인 마켓에 묶여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오죽하면 '코인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은 팔려는 물량이 없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돌 정도니까요. 그러나 언젠가는 이 수익들이 다시 국내 시장으로 풀리게 됩니다. 특히 적지 않은 양의 화폐가 시장에 풀리게 될 겁니다.

그때, 시장은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화폐가 시장에 풀린다는 것은 일단 화폐 공급이 늘어난다는 것이고 이는 곧 화폐 가치의 하락을 의미합니다. 화폐 가치가 하락한다는 건, 물가가 오른다는 이야기지요.

그냥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서도 우리의 소비를 가정해 볼 수 있습니다. 실현한 수익으로 그 동안 필요했던 것들을 전보다 더 부담 없이 살 수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소비 심리가 늘어나고 물가는 오르게 됩니다. 전보다 높아진 호가에도 집과 차를 살 여력이 되고, 심지어 추가 투자도 하게 됩니다. 먹을까 말까 고민했던 식당도 충분히 갈 수 있습니다. 높아진 소득은 자연스럽게 물가를 올리는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킵니다.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오르게 되는 데는 노동 수요 및 공급과도 연관성이 있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꿈꾸는 그것 있죠? 자본을 충실히 모아 일을 그만 두고 인생을 즐기는 것! 다시 말해, 충분히 돈을 번 사람들에게 노동은 더 이상 자기계발이나 용돈 벌이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려워진 겁니다. '너, 30억 있으면 지금 일 얼마나 목숨 걸고 열심히 할 거야?'라는 질문에 대답을 해 보면 알겠지요. 노동 시장에서 참여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곧, 노동의 공급이 줄어든다는 말과 같습니다. 기업들은 충분한 노동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결국 높은 임금을 불러서라도 필요한 인력을 충당하게 됩니다. 임금이 오르는 것이지요. 임금이 오르면? 이는 다시 생산 단가가 올라 가고, 이렇게 부가가치가 올라가면 당연히 생산물의 가격도 올라갑니다. 물가는 또 오릅니다.

은행도 위기입니다. 우리가 2천만 원을 벌어서 통장에 입금을 합니다. 그리고 그걸 다시 암호화폐에 투자를 해서 200% 수익을 얻습니다. 그러고 나서 6천만 원을 다시 통장에 입금한 후 인출하려고 합니다. 4천만 원은 어디에서 나오죠? 자기자본비율(BIS)라는 것이 있습니다. 은행이 자신의 자산 가운데 직접 보유하고 있는 현금의 비율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전통적으로 은행은 현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저금리로 예금 이자를 주고, 고금리로 대출을 해 주죠. 그 가운데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 등이 은행이 챙기는 수익이라고 보면 됩니다. 은행은 예금한 모든 돈을 그냥 창고에 쌓아 두지 않고, 충분히 회전을 시킵니다. 돈이 돈을 번다고 하죠. 그런데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나온 사람처럼 7천만 원 가지고 230억을 만든 사람이 그것을 인출하겠다고 나서면 어떻게 될까요? 그뿐 아니라 만약 암호화폐 시장에 충격이 생겨 현금화 수요가 늘어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과거 중소 저축은행이 파산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준 적이 있었죠. 내막은 복잡하겠지만, 쉽게 단순화하면 그건 현금화 수요가 커지는데 은행이 그걸 충당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입니다. 이렇게 예상되는 시장 충격은 다시금 화폐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가치를 하락시킵니다.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죠. 은행에 있던 내 돈은 휴지조각이 되는 겁니다. 아, 5천만 원은 보장해 주겠네요. 내 돈은 이제 가치가 떨어져서 높은 물가를 마주하게 됩니다.

다양한 측면을 더 살펴볼 수 있지만, 결국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크게 오를 수 있다는 겁니다.

막연히 암호화폐 시장에서 내 자산의 원화 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좋아할 일만은 아닙니다. 단순히 암호화폐 가격이 올라서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에 대응하는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그에 따라 가격이 오른다면, 결국 내 자산가치는 동일한 겁니다. 2억 짜리 부동산이 2억 2천만 원이 된다면, 2천만 원짜리 비트코인이 2천 2백만 원이 되는 건 그냥 기뻐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기쁜 건, 부동산이 10% 올랐는데 내 자산이 100%, 200% 올랐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이든, 금이든, 암호화폐든 현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겠지만, 그냥 은행만 믿고, 정부만 믿고 내 돈을 맡겨둔다면 큰 실수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 물가 상승보다 암호화폐 시장이 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마 그 성장 속도가 둔화될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자산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불가피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그때가 물가가 폭등하는 시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현금을 보유하고는 있는 건 어느 모로 보다 불리하네요.

주저리주저리 생각 정리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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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choi님 안녕하세요. 겨울이 입니다. @joeuhw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사람들은 아직 코인을 가지고 미래에 화폐를 대체할테니 나는 토인을 지금부터 모아나야지라는 생각보다는 가상화폐를 통해 돈을 벌어 현금화하겠다는 생각이 큰 것 같아요.
결국에는 돈을 현금화해야 하는데 거래소에서 과연 전부 현금화해 줄 수 있는지는 의문이 들어요. 코인이라는 게 어느 거래소에서만 가지고 있는게 아니라 내 의지에 따라 거래소를 옮길 수 있으면 매수도도 아무곳에서나 할 수 있잖아요. 일정 한 거래소에서 뱅크런이 발생하게 된다면 그 파급효과가 다른 거래소에도 영향을 미칠수 있다고 생각되요.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럴수도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드네요.

맞습니다. 뱅크런이 일어나면 아마 연쇄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클 거라고 예상합니다. 출금 폭탄돌리기가 발생할지도... 늘 긴장은 하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들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입니다. 거래소가 실제 그 현금과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지도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홍보해

거래소 문제도 지금은 어떻게든 줄타기를 하고 있는데, 한 번 사고가 나면 도미노처럼 무너질까 걱정은 됩니다..

그렇죠. 어떻게든 자산을 굴려야....

맞아요.. 아직도 은행만 믿고 있다면..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그 선택이 오히려 가계 재정에 타격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원화채굴을 하면 할수록 감가상각을 생각하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ㅠㅠ

임금이 얼마나 물가를 따라갈 수 있을지요ㅠㅠ 그리고 설령 따라간다고 해도 정말 최소한의 안전 장치 정도일 것 같습니다.

아직 암호화폐 보유자가 그렇게많지않은것으로 알고있습니다. 20일이후 유입이 기대되네요 시중의돈이 쏟아져들어오겠죠?

네. 지금은 충분히 커지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 과일을 딸 정도는 아닐 것 같습니다^^ 부디 제 생각이 맞기를..!

잘 읽었습니다. 생각이 많아지는 글이네요.

물가가 폭등하고 취업시장에 문제가 생기고, 뱅크런까지 발생하는 시나리오가 좀 무섭네요ㅜ다만, 좀 현실을 부정해 보고 싶은데...한 가지 의문 제기해도 될까요?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그러나 언젠가는 이 수익들이 다시 국내 시장으로 풀리게 됩니다. 특히 적지 않은 양의 화폐가 시장에 풀리게 될 겁니다.

이 부분입니다. 생각컨대, 물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정도의 화폐가 풀리려면 엄청 많은 수의 사람들이 한 번에 현금화 시켜서 출금을 해야 할 겁니다. 사람들이 동시에 투자금액을 현금회수 하는 일이 흔치 않을 것입니다. 만약에 그 움직임이 일어난다면 매도세가 몰리면서 폭락장이 생기겠죠. 그러면 돈을 잃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고, 걱정하시는 만큼 많은 양의 화폐가 유입되진 않을 겁니다.
그리고 현재 암호화폐 가격 상승을 떠받치는 주 요인은 새롭게 유입되는 투자자들의 돈으로 형성되고 있습니다. 창출되는 가치가 없기 떄문에, 누군가 잃거나 누군가가 새롭게 들어와야 수익이 나오는 시장이죠. 전체 파이가 커지긴 했지만 돈이 순환하는 과정으로서 거쳐가는 곳 정도로 볼 순 없을까요?

다만 원래 말하려는 취지이신 원화의 감가상각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생각컨대, 물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정도의 화폐가 풀리려면 엄청 많은 수의 사람들이 한 번에 현금화 시켜서 출금을 해야 할 겁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은행에 있어서는 제가 다소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든 건, 아시다시피 현재 암호화폐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되새겨 보면, 충분히 많은 수의 사람이 한 번에 현금화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에서였습니다. 오른다고 하면 우르르 펌핑되고, 빠진다고 하면 우르르 덤핑되는 모습들도 이런 우려에 한 몫 했습니다.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요.
가령 암호화폐 시장 자체에 충격이 있거나 한국에서 투자 여건이 조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 더 이상 암호화폐 시장이 한국인에게 매력적이지 않을 때를 가정해 본다면 가능성을 아주 무시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제발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고, 많은 고래들이 수익 실현을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했으면 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현재는 시장이 커지는 속도가 매우 빨라서 큰 걱정을 할 단계는 아니라고 보지만, 문제는 그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때 그 과도기에 발생하는 충격이 얼마나 클지에 대한 우려를 해 봤습니다.
좋은 생각 나눔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긴 지금 고삐 풀린듯한 암호화폐 시장을 보면 어떤 일이 생길지 전혀 가늠이 안됩니다. 이정도 최악의 상황도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구요....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게 만드는 글이었습니다!

댓글 남겨 주셔서 저도 생각을 더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7 years ago (edited)

좋은 글 감사합니다...저는 근본적으로 법정화폐의 통화팽창을 흡수할수 있는 역할을 암호화화폐가 해주기 때문에 각국가는 장기적으로는 암호화폐를 규제하기 힘들거라 봅니다. 팽창된 통화팽창을 어디선가 흡수해줘야 하는데...과연...부동산,,,금...현물이 흡수해줄수가 있을까요? 결국 시간싸움으로 우상향은 어쩔수 없는 방향이라 봅니다...그냥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전체적인 생각은 저랑 비슷하신 것 같습니다. 흡수라는 게 무얼 뜻하는 건지 이해를 제대로 하지는 못했지만, 꼭 흡수가 아니더라도 현물의 가격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실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가상화폐로 번 수익은 어느 정도 이후에 실물 재산(부동산, 금) 등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금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다만 시기의 문제라고 봅니다. 물론 여전히 끝까지 살아 남아 큰 가치를 유지하게 되는 프로젝트는 그렇지만, 단순히 펌핑 덤핑으로 가격을 형성해 온 것들은 실현 또는 재투자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아직도 실감도 안나고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겠지요..ㅎㅎ

미래의 세계는 어찌 변할지~~~ 대략 난감합니다.

어제 몸이 안좋으시다고 하셨는데.. 많이 안좋으신가요.. 1/10일 초성게임이 아직 안올라온 것 보니까.. 조금 걱정됩니다.

앗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안 그래도 아주 정신 못 차리고 자느라 이제야 눈을 떠서 스팀잇에 들어왔네요 ㅎㅎ
남겨 주신 댓글만 봐도 감기가 다 나은 것 같습니다.
날이 엄청 추워진다는데 @gilma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다양한 관점을 보여 주시네요 ^^ 고맙습니다. ~~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