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endix] 교양을 위한 양자역학 (1) 에서 이어집니다.
내용이 저번 것보다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해가 잘 가게 해 주십사, 먼저 양자역학에 일생을 바친 물리학 영령들에게 대한 묵념으로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앞에 놓인 양자 태극기를 향해 주십시오. 일동 묵념.
교양을 위한 양자역학
양자역학은 물리학자들이 발견한 가장 위대한 법칙 중 하나입니다. 양자역학은 지금의 모든 IT기기를 만들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양자역학은 1920년대, 1930년대 아인슈타인이 제기했던 기본적인 질문에 확실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확률'과 '관찰'이 의미하는 바도 그 중 하나입니다.
보어는 현실세계의 특성이 본래 불확실하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관찰이 모든 것을 바꾼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보어의 생각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 입자를 측정하거나 관찰하기 전까지 입자의 특성을 확신할 수 없다.
- 측정 행위는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입자의 특성을 특정한다.
- 측정 행위 자체로 인해, 입자는 자기가 있을 수 있는 모든 위치를 포기하고 측정 당시 발견된 위치를 선택한다.
- 즉, 측정 행위가 입자의 선택을 이끌어 낸다.
아인슈타인은 관찰할 때 뿐 아니라 언제나 확실성이 현실세계의 특성을 결정한다고 믿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생각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 우리가 보고 있는지에 따라 우주의 실체가 결정된다는 생각은 터무니 없다.
- 달을 보고 있지 않을 때에도 달은 존재한다.
- 관찰하지 않을 때에도 특성을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 입자 하나의 자세한 특성을 알 수 없다고 말하는 양자 이론은 과학자의 의무를 포기한 것이다.
- 양자역학이 틀린 이론은 아니지만 불완전한 이론이다.
그리고 마침내 1935년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이 불완전한 이론임을 밝힐 증거를 발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양자 얽힘입니다. 양자 얽힘은 양자역학의 방정식에서 도출된 이론상의 예측입니다. 두 입자가 서로 가까운 거리에 있고,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 왼쪽 사진처럼 두 입자는 얽힐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번 얽힌 두 입자는 아무리 멀리 떨어뜨려도 여전히 연결된 채 얽혀있을 수 있습니다. 오른쪽 사진처럼 말입니다.
양자 얽힘이 얼마나 기이한 현상인지 이해하려면, 전자의 회전 운동을 한번 생각해 볼수 있습니다. 전자의 회전운동도 다른 양자 특성들처럼 관측되기 전까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확률로 존재할 뿐입니다. 관측된 순간에서야 우리는 전자가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지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얽힌 두 전자는, 하나는 지구에 그래도 두고 한 전자를 달로 보낸다하더라도 계속 얽혀 있을 수 있습니다. 둘은 얽혀 있기 때문에 지구에 둔 전자를 관측하여 회전 운동을 확정하면, 달로 보낸 전자의 회전 운동도 확정됩니다. 예를 들어 지구의 전자가 시계방향으로 회전하고 있음이 측정됐다면, 달의 전자가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고 있음이 확정되는 식입니다. 다시 말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전선이나 송신기가 없어도, 한 쪽 입자에 일어나는 관측 행위가 그 즉시 얽혀 있는 다른 쪽 입자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런 식으로 두 입자가 연결되었다는 양자역학의 주장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유령같은 원격 작용'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은 수학 방정식이 잘못된 것이지, 현실 세계는 그렇지 않다고 확신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입자가 서로 얽힐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했지만, 불가사의한 원격작용 없이 간단하게 이를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장갑 한 켤레를 누군가 상자에 담아 하나는 나에게, 하나는 남극에 배달하는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내가 상자를 열어 왼손 장갑이 있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곧바로 남극에 있는 상자 속에는 오른손 장갑이 들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나에게 배달된 상자안 장갑은 줄곧 왼손 장갑이었고, 남극으로 배달된 장갑은 줄곧 오른손 장갑이었습니다. 어느 손 장갑인지는 내가 관찰하여 결정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 처음 장갑을 상자에 넣을 때 이미 결정되어 있던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양자 얽힘 현상이 이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한번, 양자 얽힘에 대한 보어와 아인슈타인의 입장을 정리해 보자면,
- 보어는 입자들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관측에 의해 나오는 확률적 결과가 즉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고,
- 아인슈타인은 그러한 유령같은 연결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것은 우리가 관측하기 전에 결정되어 있다고 하였습니다.
둘 중에 누가 옳았는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관측 이전에 이미 확정된 물리량인지(*아인슈타인의 견해), 관측이 그 물리량을 확정한 것인지(*보어의 견해)를 검증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양자 얽힘 문제는 과학이라기 보다 철학으로 간주되었습니다.
하지만 1967년, 콜롬비아 대학 대학원생 존 클라우저가 무명의 아일랜드 물리학자 존 벨의 논문을 발견하면서 상황은 달라집니다. 놀랍게도 존 벨의 논문은 보어와 아인슈타인의 논쟁의 해결책을 찾은듯 보였습니다. 존 벨은 논문에서 서로 얽힌 입자를 다량으로 생성하고 비교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 수 있다면, 누가 옳은지 판단할 수 있음을 입증하였습니다. 존 벨의 논문은 양자역학의 이론적인 문제를 실험적인 문제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클라우저는 곧 실험 장치를 만들어 양자 얽힘을 실험하였고, 이어 프랑스의 물리학자 알랭 아스페가 보다 정교한 실험을 개발하며 보어와 아인슈타인이 벌였던 논쟁의 핵심을 다루었습니다. 실험의 결과는 보어의 승리를 의미했습니다.
현재 과학자들은 이 양자 얽힘 현상을 이용해 순간이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카나리아 제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안톤 차일링거의 실험은 다음 그림과 같습니다.
안톤은 이 기술을 이용해 입자 수만개를 순간이동시켰습니다. 미래에는 훨씬 많은 양의 입자를 순간이동 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도 결국 입자들로 이루어져 있으니,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입자의 양자 상태를 알 수 있다면 공상과학영화에서만 보던 순간이동이 현실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양자역학을 응용하여 현재 연구되고 있는 분야는 양자 컴퓨터 입니다. 기존의 컴퓨터는 비트로 불리는 0과 1로된 언어를 사용합니다. 0과 1을 나열하여 정보를 처리합니다. 양자 컴퓨터 역시 0과 1로된 언어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기존 컴퓨터의 비트가 0 아니면 1로 확정되었다면, 양자 컴퓨터의 비트는 전자의 회전 운동과 같이 확정된 상태가 아닙니다. 퀀텀 비트, 즉 큐빗은 0과 1을 불확실하게 확률적으로 갖는 것입니다. 0일 수도 있고 1일 수도 있는 큐빗은 다중 작업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를 미로를 빠져나오는 작업과 비교하여 설명해 보겠습니다.
기존의 컴퓨터는 미로를 빠져나갈 때 갈림길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출구를 찾아 나갑니다. 막다른 길이 나오면 다시 돌아가 다른 갈림길로 들어가 봅니다. 반면에 양자 컴퓨터는 동시에 모든 갈림길을 들어가 볼 수 있습니다. 양자의 세계에서는 입자가 어디에든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자 컴퓨터도 같은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양자 컴퓨터는 수백개의 전자만으로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연산을 수행할 수 있고, 그 크기도 모래알보다 작아질 수 있습니다.
* 예를 들어, 기존의 컴퓨터가 암호화되어 알 수 없게 된 1100011010이라는 열자리 2진법 숫자를 맞추기 위해, 0000000000부터 시작하여 0000000001, 0000000010, 0000000010, 0000000011... 차례차례 하나씩 일치하는지를 검증해야 하지만, 양자 컴퓨터는 각 자리의 큐빗이 0일 수도 1일 수도 있기 때문에 열자리 2진법의 모든 수를 동시에 검증할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의 주요 내용은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다큐멘터리의 진행자인 브라이언 그린은 '엘러건트 유니버스', '우주의 구조' , '멀티 유니버스' 등의 서적을 집필하며 물리학의 대중화에 앞장선 물리학자입니다. 꽤 두꺼운 책들이지만 물리학에 관심이 있다면 책 또한 권유드립니다. 그리고 미치오 카쿠라는 물리학자의 책도 꽤 재미있으니 추천드립니다. 미치오 카쿠의 책은 브라이언 그린의 책 보다 좀더 많은 상상력을 발휘하여 공상 과학에 가까운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물리학 교양이 늘었길 바라며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글 잘읽었어요~
팔로우&보팅하고 갑니다~^^
시간나시면 맞팔 부탁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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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저와 비슷한 때에 입문하신 분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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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건 측정기술이 허접해서 대상에 영향을 줘서 그렇게 된다는게 아니라는점이져 ㅎㅎ 신이 측정하더라도 정보를 알게되는이상 대상은 갑자기 실체화됩니다! 내가너를부르는순간 너는나에게로와서전자가된것이죠! 두두두둥 리스팀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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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에세이] 양자역학, 경제학, 그리고 진화론 (1) 제가 여기서 그걸 일부러 설명 했었습니다. 못알아 들으라고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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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컴퓨터는 정말 이해 불가입니다. ㅠㅠ
과연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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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텔에서 49큐비트 칩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었는데, 실제로 사용되는 것을 보고싶습니다. 저도 어떻게 구현했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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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과학과 예술이 헷갈릴 지경이군요~
다큐멘터리는 꼭 찾아서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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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그린, 책도 유명한 분이죠. 꽤 재미있게 잘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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