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가 禪 이야기 釋明正

in kr •  3 day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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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행상行相 나 할란다

지난 날 지리산 화엄사華嚴寺 강원講院에서 있었던 일이다
경을 배우는 어떤 학인 스님이 대중 스님들과 운력(運力:절의 부역)을 하다가 실수로 나무 둥치에
머리를 맞고 정신을 잃었다

그 스님은 비몽사몽非夢似夢 간에 어디로 인지 갔었다고 한다. 절 동구 밖의 어떤 낯익은 장소에 닿았는데, 옷을 곱게 차려 입은 여인들이 자꾸만 술 한 잔 먹고 가라고 한다

"스님이 술은 무슨 술"하고는 소매를 떨치고 한참 가려니까, 이번에는 한량閑良들이 화살을 쏘면서 활
한 순배 쏘고 가라고 잡는다. "공부하기 바쁜 스님이 활을 쏠 여가가 어디 있노."하면서 뿌리치고 또 어디로 가노라니, 이번에는 호화 찬란한 높은 누각에서 어여쁜 여인들이 옷을 곱게 차려 입고 놀다 가라고 자꾸 부른다.

"에이, 부질없는 짓이다." 하면서 오래간만에 어머님도 보고 싶어 '집에나 가보자' 하며 집으로 가니까, 어머님이 "오래간만이로구나."하시며 반가워할 줄 알았는데 본체만체하고 또 곁에 있는 동생도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동생더러 "형님이 오면 인사를 해야지. 그래, 본체만체하느냐."하며 머리를 만지니 동생이 그만 자지러지게 죽는 시늉을 하며 갑자기 아프다고 나뒹군다. 조금 있으니까 어머니가 바가지에 밥을 물에 말아서 자기에게 끼얹고는,
"엇쎄, 귀신아."하며 뿌리는 것이 아닌가!
"에잇, 별 일도 다 보겠다." 하며 다시 절에 돌아와 보니 아 이런 변이 있나. 멀쩡한 자기를 죽었다 하며 시식(施食:제를 올리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정작 기가 찰 일은 평소에 자기와 절친하던 도반의 염불 소리였다.

요령을 흔들면서 염불을 하기는 하는 모양인데, 염불 소리는 한마디도 들지지 않고 "니 행상 나 할란다, 니 행상 나 할란다." 하는 소리만 반복하는 것이었다.
이 스님이 생각하기를 친구가 죽었으면 "극락 세계에 가거라."하고 간곡하게 염불은 하지 않고 기껏 한다는 말이 "니 행상 나 할란다니? 에잇, 괘씸한 놈 같으니."하고 걷어찼는데, 그 순간 죽었던 자신이 깨어난 것이다.

나무아미타불
나무마하반야바라밀
나마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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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1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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