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더 맛있어져라! 얍얍!!"
새하얀 쉐프 차림의 훈훈한 청년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큰소리로 기운 넘치는 인사를 건넨다. 학교로, 일터로 아침부터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굳은 표정도 이들 덕분에 잠시라도 웃음기를 띄는 것 같다. 최성호, 최종은, 금태경 이들은 매일 아침 이대역 3번 출구 앞에서 웃음이 담긴 주먹밥 ‘웃어밥’을 판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기 시작한 지도 벌써 1년. 그들은 이제 이대앞 명물이 됐다. 요즘 ‘뜨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개발이 아니라 이미 포화시장인 외식창업에 뛰어든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용감해 보이기도, 무모해 보이기도 하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웃어밥 청년들을 만나기 위해 어렵게 일정을 맞춰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첫차도 다니지 않는 새벽, 그들의 일터를 찾았다. 오늘 하루는 나도 주먹밥을 만들며 웃어밥 최성호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했다.
매일 새벽부터 일하려면 힘들지 않으세요?
이제 적응이 돼서 그렇게 힘들지 않아요.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힘든 것보다 즐거운 마음이 더 커요. 내가 열심히 일하는 만큼 웃어밥이 성장하는 거니까요.
지금은 몇 명이 같이 일하고 있나요?
처음 웃어밥을 창업했을 때부터 함께한 최종은, 금태경 이렇게 두 친구하고, 요리를 담당하고 있는 최현경 쉐프, 저를 포함해 4명이 함께 일하고 있어요. 종은이는 저랑 대학교도 같이 다니고 군대도 동반 입대한 오랜 친구예요. 신뢰하는 친구여서 함께 창업을 하자고 했죠. 그리고 태경이는 대학교 때 만났는데 열정이 넘치고, 창업에 관심이 있는 것을 알고 제안을 했어요. 흔쾌히 함께해주겠다고 했죠.
처음부터 외식업을 목표로 ‘웃어밥’을 창업할 계획이었나요?
그건 아니었어요. 제일 먼저 생각했던 사업 아이템은 대학생들을 위한 부동산 서비스였어요. 대학생들이 학교 앞에서 자취를 많이 하는데 부동산 사무실에 들어가는 건 왠지 어렵고, 수수료도 비싸잖아요. 그래서 온라인으로, 저렴하게 부동산을 알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하면 되겠다 싶었죠. 그런데 막상 서울 올라와서 직접 시장조사를 해보니까, 생각보다 대학생들이 부동산을 통해서 집 구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더라고요. (웃음) 그리고 이미 부동산114 등 저희가 생각했던 모델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존 업체들이 있었죠. 그래서 '아 지금부터 해서는 기존 업체의 DB(자료)들을 따라잡지 못하겠구나' 싶었어요.
한번 지나간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첫 번째 사업 아이템이 흐지부지되니까 팀도 와해될 뻔했어요. 다들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도 해야 했고, 당장 무엇을 시작할지 정해진 게 없었거든요. 방황하다가 아버지를 찾아가서 조언을 구했어요. 아버지께서 젊은 시절을 러시아에서 보내셨는데 대형 항공기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대요. 한국에서 항공기 자격증을 따려면 항공대학을 나와야 하고 공부도 잘해야 하고 어려우니 좋은 기회잖아요. 그런데 아버지께서 우연찮게 한국에 들어오게 된 이후로는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지 못하셨어요. 러시아에서 항공기 자격증을 따지 못한 것, 그게 별것 아닌데도 계속 미련이 남는다고 “한번 지나간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지금 바로 해라.”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렇게 다시 마음을 잡고 어떤 아이템으로 창업을 할지 회의를 했죠. 제가 외식창업을 하자고 친구들을 설득했어요. 어릴 때부터 외식창업을 하고 싶은 꿈이 있었거든요. 아버지와 친척분들도 외식업을 하고 계셔서 음식을 먹고 기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사람들에게 저런 기쁨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어요.
다른 친구들도 외식창업에 관심이 있었나요?
처음에는 반대가 심했어요. 창업이라고 하면 뭔가 혁신적이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외식창업은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고, 돈이 많아서 목이 좋은 곳에 창업하면 성공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대를 했죠. 그런데 제 생각은 달랐어요. 외식업도 얼마든지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고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그리고 IT 창업을 하기에는 저희 셋 다 비전공자이고 당장 실행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제가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 설득을 했어요.
그 이후 창업 과정은 순조로웠나요?
저희가 창업을 시작하기까지 3단계의 과정이 있었어요. 그중 첫 번째는 ‘현장 경험을 쌓자’ 였어요. 그래서 저는 ‘코코이찌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일본 프랜차이즈 시스템에 대해서 배우고, 종은이는 ‘저잣거리’라는 한식전문점에서 다양한 요리를 배우고, 태경이는 ‘죠스 떡볶이’에서 일하면서 프랜차이즈의 성장과정을 지켜봤어요.
그리고 두 번째는 ‘매일 회의를 하자’였어요. 아르바이트를 하는 기간 내내 매일 밤에 방에 돌아와서 서로 느낀 점을 이야기했어요. ‘여기는 이런 점이 좋다. 이곳 주방장님은 요리는 잘하시는데 이런 점은 아쉽다. 우리는 다르게 하자.’ 등 경험을 공유하고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하나 둘 정했죠. 이때 6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배운 것들이 지금 웃어밥의 큰 밑거름이 됐어요.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성공한 분들을 만나자’였어요. 외식업계에서 성공한 리더분들을 만나서 생생한 경험담도 듣고 조언을 들었어요. ‘놀부’의 오진권 대표님, ‘국대 떡볶이’의 김상현 대표님, ‘네네치킨’의 현철호 대표님도 만났어요. 외식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인데 꼭 만나고 싶다고 손편지를 정성껏 써서 보냈어요.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 그 분들에게 우리를 인지시키는 거죠. 누군가 우리를 알아준다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만난 리더분들이 하신 말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뭐였나요?
처음에는 떡볶이를 하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국대 떡볶이 김상현 대표님을 만났어요. “저희는 기왓장으로 인테리어를 하고 포졸 옷을 입고 전통 떡볶이를 팔 생각입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렸어요. 그런데 김상현 대표님이 "됐고, 뭐든 실행하고 다시 와라" 고 하셨어요. 그때 머리가 띵~하고 울렸죠. 그동안 아이디어만 많았지 아무것도 실행하지 않았던 거예요.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우리 지하철에서 김밥이라도 팔아볼까?”라고 누가 말했어요. 그때부터 이대 지하철역 앞에서 주먹밥을 천 원에 팔았어요. 주먹밥을 팔더라도 브랜드가 있어야겠다 생각해서 ‘웃어밥’이라고 이름을 짓고, 말끔한 쉐프 옷을 입고 판매를 했어요. 전 옷차림이 마음가짐을 다르게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장사는 잘 됐나요?
처음부터 잘 된 건 아니에요. 다들 경험이 없고, 노점 단속을 나오는 게 겁나서 긴장을 많이 했죠.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서 “우리 인사를 해보자.” 하고 그냥 길을 걷는 분들께 모두 인사를 건넸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쟤네는 뭐지?’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시다가 저희가 지치지 않고 계속 인사를 건네니까 하나 둘 같이 인사를 해주시고, 밝게 웃어주셨어요. 그때부터 장사도 조금씩 잘되고, 사람들에게도 웃어밥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노점에서 판매를 하다 보니까 주변 상인들로부터 신고가 들어가서 구청 단속에 걸렸어요. 판매대도 압수당하고 며칠 동안 장사를 못하게 됐죠. 그때 저는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어요. 이 기회에 우리 매장을 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으니까요. 이대역 근처에 작은 매장을 열었고, 지금은 을지로 역에 2호점을 냈어요. 이렇게 한 걸음씩 걸어 지금의 웃어밥까지 오게 됐죠. 사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가 가장 고민이에요. 아직도 비전과 방향 설정을 계속 고민하고 있고 그런 부분들이 가장 어려워요.
외식 창업을 해보신 경험자로서, 다른 청년들에게도 추천할만한 가요?
음… 글쎄요. 창업의 종류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해보고 실패하는 게,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 보다 나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도 그렇지만 어려움이 왔을 때 새로운 기회가 오더라고요. 그러니까 오래 버티면 버틸수록 성공확률이 높아지겠죠.
지금 웃어밥에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인가요?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동료’예요. 함께할 청년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힘을 모을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 만큼 성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웃어밥의 목표가 3년 안에 1000억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거라고 말씀하신 인터뷰 기사를 봤는데요. 그 목표는 아직 변함없으신가요? (웃음)
3년 안에 1000억을 달성하겠다는 것은 처음 시작할 때 목표였어요. ‘큰 꿈을 가지되 하루하루 성실하게 일하면서 때를 기다리자’ 가 지금의 목표예요. 현실을 깨달으면서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웃음)
궁극적으로 웃어밥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자발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 되고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을 웃어밥 속에서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또 하나는 2013년에 시작한 외식업 분야의 벤처 중에서는 베스트 1위가 되면 좋겠어요.
새벽 5시부터 시작된 주먹밥 싸기는 오전 11시가 되어서야 마무리가 됐다. 최성호 대표는 주먹밥이 가득 찬 박스 두 개를 짐수레에 싣고 단체주문이 들어온 수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배달차량이 없는 웃어밥은 장거리 배달을 하려면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거운 수레를 끌고 지하철을 옮겨 타고 시외버스를 탄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웃어밥을 맛볼 수 있다면 그런 어려움쯤이야 별 것 아니라는 최성호 대표의 웃음 속에 웃어밥의 미래가 밝아보였다.
웃어밥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하는 그날까지 파이팅이다!
이 인터뷰를 했을 때가 2014년 2월이었으니까 벌써 4년도 넘게 지났다. 웃어밥을 처음 만났을 때는 그보다 더 전인데, 하얀 요리사 옷을 입고 작은 아이스박스에 주먹밥 몇 개를 넣고 판매를 했었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활기차게 인사하면서 이대역 앞 아침을 깨웠다. 나도 종종 아침에 사먹곤 했었다.
이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 새벽부터 웃어밥 만들기 체험을 하고, 최성호 대표님이 강연하러 가는 장소까지 따라가면서 하루 종일 인터뷰를 했었다. 이 인터뷰는 어디에 실리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좋아서 했던 건데. 웃어밥은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준다. 다시 인터뷰를 읽어보니 뭔가 '할 수 있다'라는 무한 긍정이 되어버린다. ㅋㅋ
2015년 현재 웃어밥은 이대역점, 을지로입구점, 온수역점 3곳의 매장이 있고 그와 별개로 동대문 시장, 경희대 앞 등에서 노점 판매를 하고 있다. NHN LINE 아침식사 납품계약도 따냈다고 하니 성장세가 탄력을 받았다. 아띠 인력거 하고도 콜라보를 진행한다고 하는데 기대가 된다. 더 잘돼서 참치회 웃어밥 만들어준다는 약속이 이뤄졌으면 :)
웃어밥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useobab
웃어밥 연락처 02-713-5453
훈훈하고 유쾌한 분위기가 여기까지 전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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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이 참 힘든 일이죠^^
항상 좋은 일만 가득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도 창업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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