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형제의 무덤과 만체스터 대학교의 이집트학

1907년, '이집트 고고학'의 아버지 플린더스 페트리는 이집트 중부의 이슈트 인근의 데이르 리페 (Deir Reifeh)에서 흥미로운 무덤을 하나 발견합니다. 무덤에는 형제로 보이는 두 남자가 함께 묻혀 있었는데, 부장품들도 도굴되지 않은 채 온전히 남아 있었고 두 피매장자의 미이라도 상당히 양호한 상태였습니다.

미이라는 정밀한 조사를 위해서 즉시 영국으로 옮겨졌는데, 이 조사를 당시 마가렛 머레이(Margaret Murray, 여성 이집트학자, 종종 '이집트학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분)에 의해서 막 이집트학 강의가 개설된 만체스터 대학이 맡게 됩니다. 마가렛 머레이가 이끄는 만체스터 대학 조사팀에는 해부학자, 섬유 전문가, 화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연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 대학의 한 강의실에서 공개적으로 미이라에 감겨진 린넨천을 풀면서 조사를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만체스터 대학의 이집트학은 현재에도 미이라에 대한 형질인류학-생의학적 연구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권위를 갖고 있는데, 이 자랑스러운 역사는 바로 저 두 남자의 미이라를 조사하는데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물론 그 두 미이라와 관련 부장품들은 현재 만체스터대학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습니다. (사진)

미이라에 대한 조사와 추가적으로 이루어진 발굴품 및 관련 자료들에 대한 연구는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들을 밝혀냈습니다.

무덤에 매장된 두 남자 가운데 한 명인 크눔 나크트는 흑인(누비아인)인데 반하여, 나크트 앙크는 전형적인 이집트인이었습니다.
무덤에 남겨진 기록에 따르면 두 남자는 아버지는 달랐지만, 어머니가 같았습니다.
나크트 앙크의 경우에는 거세된 것으로 보아 환관이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크눔 나크트는 관절염을 앓고 있었으며 30대후반에서 40대 초반에 사망하였습니다.
나크트 앙크는 폐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그것이 원인이 되어 60대에 사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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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두 사람 가운데에 한명이 다른 한명의 가계로 입양되었거나, 정말로 같은 어머니에게 태어난 '씨다른 형제'라는 의견이 정설로 받아들여집니다. 그 이외에도 두 남자가 동성연애자였고 서로 연인관계였다는 설도 있기는 하지만, 이 설을 뒷받침하는 확실한 근거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몇년전 만체스터 대학의 로잘리 데이비드 교수 연구팀은 최신 기술을 활용하여 두 남자의 미이라를 다시 분석하여 20세기 초반의 조사 결과를 몇 가지 수정하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기존에는 크눔 나크트가 기형적인 발을 갖고 있다고 여겨졌으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는 미이라 제작 과정에서 골격 훼손된 결과로 밝혀졌습니다.

만체스터에는 벌써 4번째 오는 것인데, 올 때마다 만체스터 박물관의 이집트관은 수리중이었던지라 오늘에서야 비로소 이 박물관의 굉장한 소장품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