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템빨] 포크 스푼 나이프

in kr •  3 years ago 

2020년 3월. 저는 오피스텔 월세계약을 하면서 캐리어 하나로 입주한 걸 무척 큰 프라이드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 때가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절정이었거든요. 그 때 1-2년은 너끈히 쓸 거라 믿고 들고왔던 주방용품은 바로 다름아닌 타이항공에서 배식받을 때 먹고 들고 왔던 1회용 플라스틱 수저세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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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항공 플라스틱 수저세트는 굉장이 단단해서 잘 휘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저는 이걸로 예상대로 1년을 너끈히 버텼습니다. 한계는 있더군요. 팬에서 밥볶다가 앞부분이 녹는다던지… ㅋㅋㅋ 플라스틱이다보니 카레를 먹고 나면 색깔이 안빠져서 햇볕에 말려야 하는… 무엇보다 갯수가 포크, 숫가락, 나이프 해서 3세트 밖에 없어서 4명이 모이면 나무젓가락을 까야하는 뭐 그런 모종의 문제였어요.

마트에 갔다가 캠핑코너에 들른 저는 단돈 9800원에 무려 수저, 포크, 젓가락 6세트를 파우치 하나에 넣어서 파는걸 보고야 말았습니다. 샀죠. 여행갈 때 저런거 들고 가면 꽤 좋은 아이템이거든요. 근데 젓가락이 너무 짧아서 집에서 일상용으론 못쓰겠더라구요. 계속 불편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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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저는 정말 맘에 쏙드는 디자인에 그립감이 예술인 포크와 숫가락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핏자집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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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볼펜같은 스타일의 묵직한 느낌은 계속 만지작 거리게 만들었어요. 아 사고 싶다… 쿠팡을 뒤졌습니다. 몽블랑 큐티 블라블라… 한 개당 7500원 정도… 목표치인 5-6개를 사려니 가격도 비싸거니와 저렇게 돈을 주고 사면 뭐하나 싶은 생각, 또 내가 본 모델이 맞나 싶어 핏자집을 또 갔다 오는 등 한 2주를 고민하다가 그냥 포기 했어요. 결국 아주 좋은 걸 구해봐야 성격상 금방 권태를 느껴서 후회할 것 같더라구요. 그러다 그러다. 어제 다이소를 갔는데…

거의 똑같이 생기고 묵직하고 마감도 나쁘지 않은 모델을 발견했어요^^ 샀냐구요? 샀죠. 대신 실물을 써보려고 포크 딱 한개만 샀습니다. 좋으네요. 오늘 여기 지점에 가보고 있으면 싹 쓸어올려구요. ㅋㅋㅋ 제몸에 흐르는 가정주부 DNA가 발동하네요. 이제 타이항공 플라스틱 포크, 나이프들은 보내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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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이 늘으셨습니다. ㅎㅎ

저도 심플라이프 하고 싶어서 최대한 안사고 안쓰는 건 갖다 버리려고 하는데 항상 뭐가 있네요.. 뭔가 내구성 좋고 오래 쓸 수 있는게 캠핑 용품인 거 같긴한데 가격이 꽤 비싼 것 같아요ㅎㅎ

계속 진화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