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들을 만났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만남이라 옛 이야기도 하고, 공동의 적이었던 사람들 욕도 하고… 그간 어떻게 살았는지도…
지금의 직장도 좀 그만두고 쉴 계획이라고 하니 "그럼 뭐 할거냐"라는 질문이 반사적으로 돌아왔다. 산업화 시대를 겪었던 사람들에게 '쉰다'라는 말은 뭔가 '사람구실 못하는', '쓸모없는', 그리고 '돈 채굴을 왜 멈추냐' '뭐먹고 살거냐' 등의 의미를 포함한다.
태어난 그 자체로, 사람이라는 그 자체로, 인생을 향유하는 어떤 그런 사람다운 삶은 '사치'라고 생각하는 그 방식. 답답하다. 먹고 사는데 집중하면 눈만 뜨면 먹이 구하러 다니는 짐승의 삶이랑 사람의 삶이랑 뭐가 다른걸까?
당신 시대의 사람들은 그런 시대에 살았으니 너무 당연한 걸 이해한다.
그러나 이제는 여유가 생겼으니
"자신 있고 책임질 수 있으면 걱정하지 말고 좀 쉬어"
이렇게 말해주는 어른이 없으니, 당신들은 이제 우리시대의 어른은 아니다. "열심히 살아야 돼"라는 무의미한 말을 두고두고 반복하는 어른들, 그 말 밖에 못할 거면 좀 빠지세염.
지방까지 와서 오랜만에 만난 어른들의 수준이 '넘 뭐할거냐', '뭐먹고 살거냐'는 질문이 유달리 짜증스러운데, 윤석렬이 잘못한게 없다는 말을 들으니 뭔가 오래전 그 당시에 갇혀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확인하고 나니 짜증은 씁쓸함으로 변했다.
어느날 어떤 사람이 해 준 말이 생각났다.
나도 70이 다되었지만, 정치이야기 나오면 그냥 답은 하나 뿐인 것 같다. 우리가 다 죽어야 나라가 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