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생 20년을 늘 자랑하며 살았건만,
어느 순간 끼니가 '즐김'에서 '챙김'일 때가 있다.
늘 '먹고싶은 것'이 있었는데, '뭘 먹어야 하지'라는 자문을 할 때가 잦다.
아, 처음 자취할 때 즐기던 그 마음을 돌이켜 본다.
조금만 생각하면 즐거운 일인데, 대충 때우지 말아야지.
귀차니즘이다. 그리고, 하루에 세 끼씩 꼬박꼬박 돌아오니
먹는게 하찮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서 걸핏하면 라면을 먹고, 남은 것들을 함부러 우겨넣기도 하고…
포레스트라는 영화 내용이 가끔 떠오른다.
뭔가를 열심히 만들어 그냥, 혼자 먹는 장면들.
끼니를 챙기는 것이 내 삶에서 중요한 일이다.
과정이 아니라, 목적이다.
그래서 귀찮지만, 야채를 사서 잘게 썰고,
굴러다니는 된장들을 섞어서 소스를 만들고
어묵과 버섯을 볶고
물을 끓여서 라이스 페이퍼를 챙겨서 즐겁게 싸먹었다.
남은 야채들로는 들기름과 생들기름을 모두 넣고 초장을 넣고,
밥을 지어서 비비고, 또 된장을 끓여서
정성스럽게 먹었다.
주말, 밥을 챙겨 설거지까지 하고 나니, 2시간이 흘렀다.
뿌듯하다. 뭔가 중요한 일을 해 낸 것만 같다.
다만 문제는, 여지없이 반복되었다.
너무 많이 먹었다. 숨쉬기가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