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B C
새로운 것이 나왔다. 그래서 예전에 쓰던 것과 맞질 않는다. 그래서 망설인다. 새로운 것이 나왔으니 기존에 잘 쓰고 있던 걸 모두 버리거나 새로운 것에 예전 것을 끼워쓸 수 있는, 말하자면 이젠 익숙해진 용어 - ‘젠더gender’라는 걸 구해야 한다. 젠더 두어개만 사면 예전의 것들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때론 모자라기도 하지만.
우리는 원망한다. 아직 우리는 새것에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너무 성급하게도 새로운 것에는 새것만 꽂을 수 있게 나왔다. 불평을 한다. 새것은 왜 이렇게 빨리 나와서 우릴 혼란스럽게 하지?
내 파우치 속에 A type의 메모리가 다섯개나 들어있다. 뭐 딱히 잘 쓰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버리기도 애매하다. 그런데 비싼 젠더까지 사 끼워가며 쓰지는 않아도 되는데.
구형이 절실한 것은 아니다. 그냥, 익숙할 뿐이다. 메모리 뿐만 아니라 이런 저런 연결기기들이 다 구형이다. 그러니 남에게 줘버리거나 버리기도 아깝다. 이렇게 고민 하느니 너무 심하게 새 기술로 만들어져서 나를 이렇게 혼란스럽게 하는 새 제품을 선택하는 편이 더 좋은데, 막상 쓰던걸 연결하려니 또 불편하다.
마이크를 샀다. 양쪽에 USB 연결선이다. 본체엔 USB C를 달아놓고 꽂는 케이블 한쪽은 USB A 타입을 떡하니 붙여놨다. 이것도 결국 쓰던 사람들이 그대로 쓰라고 그래뒀나보다. 새로 나온 기술을 구형기술에 맞춰놓다니.
생각해본다. 내가 새로나온 기술을 여지없이 따라가는 편이 나은가, 그래서 필요에 따라 USB C 타입으로 바꾸는게 나을까. 아니면 젠더 하나를 사서 갖고 있는 것들을 쓰고, 새로 구매하는 것도 구형으로 사는편이 나을까.
잊어버리고 있었다. 찾으니 젠더도 안보인다. 이 때 쯤 USB를 딱 쓰면 좋겠는데, 젠더가 없어서 찾다가 포기했다. 그리고 예전 것들을 버리고 새 USB를 하나 사서 끼우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새로 샀다. 언제 고민했냐는 듯 잊어버리고 잘 살고 있다. 그런데 옛날 껄 쓰고 있는 사람의 컴퓨터에 꽂으려니 최신형인 내 USB C가 안들어간다. 또 젠더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전의 내 젠더로는 안된다. 암수가 서로 반대다.
그순간.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새로운 플랫폼에 끼울 옛날용 젠더가 아니라, 옛날 플랫폼에 끼울 새것용 젠더가 필요한게 맞는 것이었다. 그 당연함을 느끼지 못하고 그저 하던대로 하는게 익숙하다는 이유로, 구형들을 쓰기 위해 반대쪽 젠더들을 쓰고 있었다는게 정말 이상하다는 생각이 한참 뒤에야 들었다. '첨단을 달리는 사람의 생각'이, 고작 이 '물리적 기술'의 속도를 못따라 잡는다.
그래. 시간을 드리겠다. 당신에게 새 것이 헌 것 보다 익숙해질 시간, 얼마면 돼?
저도 아직은 헌 것이 익숙하네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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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흘러가는게 너무 빠르죠!! ㅎㅎ
그래서 전 새것을 안삽니다... 그냥 대충 살아 보려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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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 지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너무 빨리 변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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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할때까진 새로운 기술을 계속 따라갈거 같아요. 근데 바쁠때, 써야하는데 익숙하지 않으면 조금 짜정은 납니당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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