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일지 - 2

in kr •  7 years ago 

아주 길었던 휴가

"상우야, 검사를 한 번 더 보러 와야 될거 같애..."

부모님께서 하신 첫마디입니다. 떨림이 제가 들고 있는 전화기에까지 진동이 오는 것 같더라구요. 아니, 제가 떨고 있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저는 나름 침착하게 말한다고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래? 그럼 어차피 휴가를 또 낼 수 있으니까 내서 갈게, 걱정하지 말구."

휴가를 또 내서 나갔습니다. 보통 휴가를 나오면 부모님께서 귀찮다고 그냥 집에 계셨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역에 직접 마중을 나오셨어요. 병원에 갈 겸 저를 보러 나오셨더군요. 곧장 병원으로 향해서 의사선생님을 뵈었습니다.

"초음파 검사로는 확실하게 결과가 안나오겠는걸요? 세포흡인검사를 해봅시다."
(사실 세포흡인검사가 아니라 다른 이름이었던거 같은데, 기억이 잘 안납니다. 이하 흡인검사라 하겠습니다.)

초음파 검사는 어릴 때 해본 기억이 있어서 괜찮았는데, 흡인검사라는 건 생전 처음하는 검사였습니다. 미세한 바늘구멍으로 세포를 체취하는 검사라나... 무서운 생각이 점점 들었습니다. 이제야 의심했었던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입원

흡인검사를 하고 나서 다시 군대로 돌아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고문관이라고 놀림받았는데, 병원에 갔다왔다고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제 선임들이 그러더군요. 자기들이 암에 걸려야 하는데, 왜 네가 암에 걸려서 오냐고. 저는 잘못한게 많았다고 생각해서 또 그냥 가만히 있었습니다.

"야! 상우야! 엄마한테 전화해봐라!"

행보관님이 저한테 직접 말씀해주셨습니다. 따로 제 어머니하고 이야기를 나누셨던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상우야... 나을려면... 수술.. 크흡"

이야기 도중 어머니께서 말을 잇지 못하셨습니다. 저는 부모님께는 이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드디어 느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외동아들이었거든요. 그 때부터 군대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코골이는 더 심해진 것 같다고 동기들이 말을 했긴 했지만요.

또 휴가를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휴가가 짧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때 당시에 메르스 열풍이 불었거든요. 일부러 일병, 상병 휴가를 모두 다 붙여서 나갔습니다. 그 때가 5월 말이었습니다. 날씨가 추위에서 풀릴 때였죠.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검사할 때는 사립병원에서 검사했는데, 저희 집이랑 더 가까운 대학병원이 하나 있어서 그 쪽으로 갔습니다. 생각해보니 입원은 두번째네요. 치루 수술 때 입원해본게 다였어요.

3부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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