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일지 - 3

in kr •  7 years ago 

수술

어머니께서는 몸에 칼을 대는 것을 싫어하셨습니다. 그래서 치루 수술 때도 그렇게 반대를 하셨는데, 항문외과 선생님한테 홀랑 넘어가셔서 제가 수술할 수 있었죠. 이번에도 "수술을 안하고 넘어가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저한테 물어보시더군요.

병원 침대에 누워서 수술 시간까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밥도 못먹고 누워 있으려니 고역이었습니다. 배는 고프지, 시간은 흘러가지, 부모님은 제 손을 꼭 잡고 계시지...

저는 제 갑상선에게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잘있어라 내 갑상선 하구요. 사진도 찍었습니다. 한참 굴렀을 때라 살이 많이 빠져 있어서 갑상선 부분이 뽈록 튀어나와 있었습니다. 많이 어루만져 줬습니다. 맞다. 휴가 나오기 전에 노래방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도 했었네요.

바퀴가 굴러갑니다. 제 몸에는 초록색 옷만이 저를 걸치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손을 꼭 잡아주시면서 제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시더라구요. 저는 "괜찮을거야" 한마디만을 남기고 자동 미닫이문 사이로 들어갔습니다.

눈이 부실 정도의 조명이었습니다. 간호사분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계십니다. 저는 바쁜 그 틈 사이로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간호사 한 분이 관이 달린 호흡기같은걸 씌우고 저한테 말씀하십니다.

"10부터 1까지 머릿속으로 생각해보세요"
"네? 이게 뭔가요?"

하고 물어보고 눈을 깜빡이려고 눈을 감았습니다.

진통제

눈을 떠보니 눈에 들어오는건 중환자실이라는 푯말입니다. 눈을 뜨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생각이 딱 듭니다. "수술이 끝났구나..." 라는 생각이 머리에 든 순간, 목이 아파왔습니다. 뭔가, 뭔가가 아픈데, 아프지 않지만, 아픈 느낌이었습니다.

옆에 간호사 분한테 "혹시 진통제 좀 주실 수 없나요" 하고 물어봤습니다. 지금 당장은 놔줄 수가 없고 보통 입원실로 옮겨 갈건데 거기서 놔줄거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꾹 참았습니다. 군대에서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갈굼을 참았던 것처럼.

한 30분 참았습니다. 정말로. 그 다음에 한 방에 8명이 있는 입원실로 데려다주시더라구요. 수술 전에는 2명만 있는 입원실로 갔었는데요... 진통제를 맞으니까 살 것 같았습니다. 마음이 정말 안정이 되고 편안하더라구요. 그제서야 어머니를 똑바로 쳐다볼 수 있었습니다.

"괜찮아?"
"으... 진통제 맞으니까 살거 같네.."
"살거 같아? 정말 괜찮아?"
"그래.. 괜찮아 엄마"
"괜찮지?"
"엄마 나 지금 목을 수술해서 말을 못해"

아니, 괜찮다는데 계속 물어보십니다. 괜찮냐고... 걱정하는 걸 알고 있지만 지금 목 부분을 수술했는데 계속 물어보니까 짜증이 조금 났었지만, 그래도 어머니니깐, 군대서 계속 생각하던 어머니니깐... 저는 한 마디도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4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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