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연재소설] 무너진 세계 - 12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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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지망생 입니다.
외계인과인 전쟁 - sf 생존물 입니다.
다른 좋은 글 보시다가..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어 보세요^^ 감사합니다.


살아남은 아이들 - 12

"이야~ 가브리엘 죽이네~ 태양열 베터리.. 갑이다! 갑!"

"훗.. 난 니네 집 밥이 갑이다..크크크"

장윤네 집이 무사한 덕분에, 아이들은 앞으로 새벽이슬을 맞지 않게 되었다.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세상이 이러니 아이들은 안전한 거처가 이다지도 귀중한 것임을 세삼 다시 느꼈다.

지금은 저녁을 먹는 중이다.
음식이 귀한 때지만 어차피 전기가 나가버린 이상, 냉장보관도 할 수 없기에.. 상하는 음식은 어서 먹어 치워야만 했다.
김치나 장아찌 종류는 며칠 더 가겠지만 생계란이나 밥은 길어야 2, 3일이다.
냉동실엔 얼린 육고기도 있었다.
하지만 불을 사용할 수 없는 지금은 그저 그림의 떡...
결국 밥상위로 오른 것은 풀떼기가 전부다.
하지만 그래도 근 이틀을 굶주린 아이들에겐 더없이 훌륭한 한상이 되었다.

"그래도 가브리엘 폰 덕에 불은 켜 놓고 밥 먹는다. 이거 아니었으면 숟가락이 코로 가는지 입으로 가는지 알았겠냐? 전 부터 가지고 싶었는데.. 지금도 개 부럽네..."

장윤은 꾸적꾸적 밥알을 삼키면서도 연신 병만의 폰에 침을 흘렸다.
이미 지호와 장윤의 폰은 베터리가 끊긴 상태였다.
하지만 병만의 폰은 태양열을 이용한 자동 충전이 되기 때문에 베터리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세상을 덮은 어둠에 결코 굴하지 않고 당당히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베터리만 살았으면 뭐하냐.. 어차피 통화도 안 되는데.. 아무짝에도 쓸모없지 뭐.."

뾰로퉁한 얼굴로 병만이 푸념했다.
평소 생계란은 비려서 못 먹는 그였지만, 지금은 간장과 함께 비벼진 생계란 밥이 이다지도 성찬이다.
지호도 병만의 가브리엘 폰 후렛쉬에 의지해 몇 안 되는 찬들을 제대로 짚었다.
그러다가 무엇인가 떠올라 화두를 던진다.

"야.. 근데.. 가브리엘 폰에 무슨 기능 있지 않냐? 뭐랬더라.. [비상 대처기능]인가?.. 그 기능 때문에 재난상황에서 살아난 사람 얘기도 종종 뉴스에 나오고 했었잖아.."

하지만 병만의 표정은 여전히 떨떠름하다.

"그 기능? 모르겠는데.. 별로 쓸 일이 없어서.. 지금 세상이 이 모양인데 그깟 기능들이 무슨 쓸모가 있겠어? 그래봤자 애들 노리개 기술이었지.."

"그래..? 근데 왜 폰 성능을 몇 십 퍼센트나 다운 시켜가면서 그런 기능을 넣은 걸까? 너네는 기억 안나? 가브리엘 사에서 핸드폰 발매 프레젠테이션 했을 때.. 그때 이 기능들 때문에 욕 무진장 먹었었잖아.."

그러자 장윤도 무엇인가 생각났다는 듯 무릎을 탁 쳤다.

"맞아 맞아.. 그 기능 빼면 훨씬 더 뛰어난 성능이었을 텐데.. 가브리엘 회장이 병신이라서 그랬다든가? 뭐랬더라.."

아이들은 식사를 마치는 데로 폰 성능 탐험에 나섰다.
딱히 할 일도 없는 아이들에게 쪼물딱 거릴 수 있는 핸드폰은 더 할 나위 없는 오락거리였다.

"야.. 근데 겜 같은 건 안 깔아 뒀냐? "

이따금씩 장윤이 개소리를 하지만 지호와 병만은 이것도 익숙한 사이다.
살포시 무시한 채 그저 [비상 대처기능]을 탐험해 볼 뿐이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한 차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가브리엘사의 프레젠테이션을 떠올렸다.
약 10개월 전, 온갖 매체를 들쑤셔 놓았던 그날의 IT쇼를 말이다.


가브리엘사의 프레젠테이션에 얼굴을 내민 인물은 가브리엘사의 현 회장, 빅 잔슨이었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남과 동시에 열광한 관객들의 우레 같은 기립 박수가 쏟아졌지만, 정작 63세의 대머리인 그가 프레젠테이션 내내 한 일 이라곤 맥도날드에서 빅맥 세트를 시켜 먹은 것 이 전부였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가브리엘사의 프레젠테이션에 열광 했던 것일까?
프레젠테이션 내내 거만하게 앉아 햄버거를 먹는 그 대신, 가브리엘 사의 핸드폰에서 튀어나온 홀로그램이 제품설명회를 완벽하게 마쳤기 때문이었다.

"윌슨! 나 배고프니까 가까운 맥도날드에서 빅맥 세트 하나 시켜줘. 그리고 프레젠테이션도 귀찮으니까.. 네 소개는 네가 직접 해줬으면 좋겠어.. "

"네.. 주인님.. 맛있는 빅맥 세트를 주문하겠습니다. 물론.. 배달맨이 오토바이를 잘 몰아야 기다림이 짧아지겠지만요."

회장의 주문으로 시작된 프레젠테이션은 무대 한 가운데 진열된 핸드폰에서 사람 모양의 거대한 홀로그램이 튀어나오는 것으로 막을 올렸다.
윌슨이라 이름 붙은 홀로그램은 스스로 인터넷을 통해 매장을 검색하고 , 매장 직원과 통화를 했으며, 알아서 소액 결제를 하고, 정확히 세트장 안으로 햄버거를 주문했다.
덕분에 프레젠테이션이 한창 진행 중이던 도중에 들어온 맥도날드 배달원은 어안이 벙벙한 채로 무대 쇼파에 다리를 꼬고 앉은 잔슨회장에게 햄버거를 건네야 했다.
사람들은 그의 어리둥절한 모습에 한참을 웃었고, 센스 있는 윌슨은 "자신은 돈도 없고, 손발도 진짜가 아니라 팁을 못 줘서 미안하다"는 농담을 던졌다.

이처럼 홀로그램의 프레젠테이션은 완벽했다.
폰에 내재된 인공지능은 마치 [아이언맨의 자비스]와 같았고, 그 외, 가브리엘사의 독자적인 기술이 탑재된 폰의 성능도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자동 광 충전, 데이터 가속 , 홀로그램 뷰어, 초고속 연산속도 등등 기술의 향연이 이어지자 사람들은 넋이 나가고 말았다.
취재를 온 기자들은 프레젠터이션의 내용을 기록하랴, 구경하랴, 놀라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의아해 하는 기술도 있었다.
그것은 폰에 탑재된 [비상 대처기능]들이었다.

  • 음파 센서 : 폰에서 주기적인 음파를 발산, 반사되는 음파를 수신하여 반경 10미터 내의 움직이는 물체를 감지해 내는 기능
  • 레이져 거리측정 : 레이져를 쏘아 반사되어 돌아오는 속도를 계산하여 거리를 측정하는 기능
  • 무전기 : 근거리 내 무전 기능
  • 등록자 탐지 : 반경 100미터 내, 허용된 지인의 위치 탐색 기능
  • 라디오 : 라디오 기능
  • 적외선 뷰어 : 핸드폰 카메라를 이용한 야간 투시경 기능
  • 언어 번역기 : 전 세계 모든 국정 언어의 실시간 번역 및 음성지원

이 기능들은 핸드폰에 자체적으로 탑재 된 기능으로, 통신이 끊어진 상태에서도 무리 없이 작동 된다고 했다.
더군다나 비상기능은 폰의 주인이 아니어도 누구나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프로세서의 20프로에 달하는 연산속도가 저하되었다.
사람들은 왜 가브리엘사가 굳이 폰 성능까지 다운 시켜가며 이런 쓸 때 없는 짓을 한 것인지 좀처럼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자~ 이제 배도 부르니.. 제품에 대한 질문은 제가 받을까요? 나도 몸값을 해야지. 월슨! 수고 많았어. 그만 퇴근해!"

월슨이 사라지고 회장이 단상으로 나오자 질문을 하기 위한 손들이 빽빽히 허공을 수놓았다.
마치 고슴도치가 갑자기 가시라도 세운 것 같았다.
회장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제품이 공개되면 이런 반응일줄 뻔히 알았다는 표정이다.

이윽고 한 사람을 지목했다.
많은 경쟁자들 사이에서 질문 기회를 잡은 행운아는 얼굴이 심하게 상기된 채, 행여나 기회를 뺏길까 빠르게 목소리를 냈다.

"저는 CNN기자입니다. 가브리엘사는 군수업체로만 알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핸드폰을 출시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쫓기는 듯한 그와 다르게 회장은 여유롭다.

"그것은 저의 작은 변덕 때문이라고 답하겠습니다. 요즘 보니.. 에폴? 삼숭? 이런 조그만 지역 중소기업들이 별 기능도 없는 벽돌폰을 만들어 세상을 시끄럽게 하더군요. 그래서 코흘리개들에게 진짜 기술이 무엇인지 보여 주기 위해 취미삼아 만들어 보았답니다. 그런데.. 이게 잘 한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폰을 내 놓고 보니.. 한참 꿈꾸는 꼬마들을 짓밟은 어른이 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 기업들이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뭐..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는 게 미안하지만.. 아무튼 다음 질문을 받아 볼까요?"

"경제저널 기자입니다. 가브리엘사가 책정한 폰 가격이 2500달러 정도라고 알고 있는데요.. 평균 1100달러 정도인 요즘의 프리미엄 폰에 비해 턱 없이 비싼 가격 아닌가요?"

"원래는 3500달러로 내놓으려다 깎아 준 건데.. 그런데 비싸다고 안 사실 건가요? 프레젠테이션을 제대로 못 보셨나 봅니다~? 윌슨을 좀 더 잘 생기게 만들걸 그랬나 봐요. 하하하"

"월간 IT기자입니다. 폰에 탑재 된 기본 기능인 [비상 대처 기능]에 대한 질문입니다. 왜 굳이 그런 기능을 탑재 하신 거죠? 그 기능이 없었다면 폰의 성능이 더욱 향상됐을 텐데.. 소비자들의 불만이 클 것으로 예상 됩니다만.."

"네.. 아무래도 쉽게는 이해 할 수 없으니라 생각 합니다. 그 기능을 넣은 것은 저의 경험 때문이죠.. 혹시 재난을 경험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어릴 때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끔찍한 경험이었죠. 다행이 목숨을 건져 이 자리에 서 있지만.. 누구라도 그런 상황을 맞을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적어도 우리 제품을 쓰는 소비자들이 그런 악재를 피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물론.. 이 기능들 때문에 폰 성능이 저하 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도 지금 성능만으로도 신세계를 경험하기엔 충분 할 테니 크게 걱정은 마시길 바랍니다."

"혹시.. 차기작 계획도 있으신가요?"

"글쎄요.. 아직은 없지만.. 만약 다른 멍청이들이 저희 기술을 따라 잡는 날이 온다면.. 그땐 또 모르죠. 저의 회사엔 여러분들이 상상 하지도 못할 장난감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그럼 질문은 이만큼만 받을까요? 맙소사! 밤새 답을 해도 부족하겠군요. 이러다간 윌슨이 맥도날드 배달원을 한 번 더 부르겠어요. 하하하하"

그렇게 회장은 껄껄대는 웃음을 끝으로 아쉬운 프레젠테이션의 막을 내렸다.
하지만 제품에 대한 열기는 참석자들을 오랫동안 흥분으로 들끓게 했다.
당연히 다음날 세상 모든 신문의 일면은 가브리엘 사의 윌슨으로 도배가 되었다.
각종 언론 매채는 가브리엘사에 대한 기사와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로 범람했고, 난데없이 터미네이터 같은 sf영화가 한동안 티비를 장악했다.

"야! 우리도 윌슨 불러 보자! 윌슨!!"

폰에 내제된 인공지능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자, 장윤이 흥분한 목소리로 떠들었다.
병만의 폰 안에도 윌슨이 잠들어 있을 것이다.
해가 떨어지면 어두워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금 시간이다.
이럴 때 윌슨과 이야기 한다면 어느 정도 심심함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돌변한 세상에 대해 인공지능 윌슨은 과연 뭐라고 정의할 것인가?
장윤은 그것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안 돼.. 윌슨 못 불러.."

하지만 병만은 별소리라는 듯 어이없단 표정이다.
천진난만하게 왜? 라고 되묻는 장윤에게 역시나 똑같이 어이없단 표정의 지호가 설명을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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