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연재소설]무너진 세계 - 22

in kr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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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지망생 입니다.
외계인과인 전쟁 - sf 생존물 입니다.
다른 좋은 글 보시다가..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어 보세요^^ 감사합니다.
요즘 출산을 해서 육아하느라 자주올리기 힘드네요 죄송죄송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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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들이 살아가는 법 - 23

아침이 밝자 아이들과 건달들이 집 밖으로 나왔다.
당연한 소리지만 다리를 다친 소녀만이 텅 빈 집을 지켰다.
조직이네 뭐네 거창한 척 떠들어도 살아가는 방식은 별반 차이가 없다.
해 떠 있는 동안 천지를 누벼 생필품들을 모으고 날이 저물면 집으로 돌아와 쉬는 것, 그 뿐이다.

집 열쇠가 한 개인 고로..
당연히 아이들이 열쇠를 공유하지 않는 고로..
건달과 아이들은 해가 질 무렵, 문 앞에서 만나 귀가하기로 했다.
아직은 서로가 낯선 두 무리 인지라 채집활동은 따로 갈 작정이다.
극도의 경계감이 서린 서로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무리일 테니 말이다.

건달들의 출발을 필두로 아이들도 걸음을 옮겼다.
짧은 눈 맞춤 후에 그들은 별 말 없이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졌다.

"하~암~~~ 졸립다.. 하루 잠 못 잤을 뿐인데 엄청 피곤하네."

병만은 걷는 내내 하품을 했다.
다른 아이들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다.
돌아가면서 불침번을 선 아이들은 새벽 내내 음파센서를 보고 있어야만 했다.
어젯밤처럼 녀석들이 어떤 돌발행동을 벌일지 모르니 말이다.
잠을 깊게 못자니 머리가 무겁고 눈이 침침하다.
맘 편히 발 뻗고 잤던.. 녀석들이 없던 때가 하루 만에 그리워졌다.

"지호야.. 무슨 방법 없겠냐? 이거 불안해서 못살겠다. 성가시고.."

"...글쎄.. 일단은 나도 잘.."

약속이나 한 듯 함께 한숨을 쉬었다.
안식처인 집안이 불편해지자 컨디션이 하루 종일 난잡하다.
하지만 딱히 어쩔 도리가 생각나지 않았다.
병만의 목숨과 맞바꾼 평안이니 그저 참는 수밖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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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 좀 할까? 한 지붕 아래 지내는데 언제까지고 이럴 순 없잖아?"

그날 저녁이 되자 빡빡이 대장이 아이들의 방문을 두드렸다.
아이들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노려보았다.
하루 종일 길거리를 돌아 다녔지만 아무런 수입이 없었던 아이들에 비해 건달들은 어마어마한 물품들을 가져다 쌓아 놓았다.
어떻게 대량의 물품들을 찾아 왔는지 모르겠지만 필시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지 싶었다.
이러니 아이들은 조직이라는 것들이 더더욱 못 미더워 졌다.

"무슨 할 말이 있으신 건데요?"

지호가 따져 물었다.

"우리들에 미래에 관한 얘기지.. 거실에서 대장끼리 얘기 좀 했으면 좋겠는데.."

"대장?? 우리는 대장 같은 거 없는데요?"

"무슨 소리야? 네가 너희들의 대장이잖아. 무리에서는 머리 쓰는 놈이 대장이야. 정치하는 놈이 대장이라고.. 알겠어?"

"정치?"

아이들이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갑자기 뜬금없이 지호에게 대장이라는 칭호를 달아주는 사람이 생기자 기류가 묘해 진다.
장윤이 벌컥 화를 냈다.
대장 타이틀에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아저씨 갑자기 무슨 소리 하는 겁니까? 친구 사이에 대장이라니? 그런 헛소리 하려거든 문 닫고 나가세요! 그리고 할 말 있으면 공개적으로 하면 될 것이지.. 웬 비밀 얘깁니까?!"

빡빡이 형님이 씨익 웃었다.

"돌대가리는 빠져라.. 어차피 내가 하는 이야기를 이해하지도 못할 테니까.. 어째든 대화를 해봐야 서로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을까? 어쩔거야? 정 싫으면 관두고.."

지호가 맞받았다.

"아닙니다. 일단 얘기를 해 보죠! 저희도 그냥 지내기는 갑갑하니까.."

"지호 새끼야! 대장이라고 불러 주니까 좋냐! 아이구~ 좋겠다~~ 셋 중에 대장이라서!"

하지만 장윤의 힐난에도 지호는 아무런 대꾸 없이 거실로 나갈 채비를 했다.
그러면서 빡빡이 몰래 자신의 주머니 부분을 손가락으로 톡톡 친다.
그것을 본 병만이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토라진 장윤을 달래는 동시에 대화 잘 하고 오라며 지호를 내 보낸다.

지호는 병만이 함께 있는 것이 다행스러웠다.
장윤은 죽었다 깨어도 자신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

"조금 떨어져서 앉고 싶네요. 그러는 게 서로가 마음도 편할 테니까.."

"좋을 대로 해. 나도 남자끼리 딱 붙어 앉는 건 사양이니까.. 흐흐"

두 사람은 서로가 머무는 방문 앞에 양반을 개고 앉았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필시 좋은 말 하려고 부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긴장한 지호는 표정이 굳어있었다.
혹시나를 대비해 허리춤에 채워진 총기를 만지작거린다.

그에 반해 사내의 표정은 서글서글했다.
도발적인 행동을 하려는 것은 아닌 듯 했다.

"너희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작정이냐?"

"네? 그게 무슨 말이죠?"

갑작스레 질문이 훅 들어온다.
지호는 질문의 의도가 난해하게 느껴졌다.

"말 그대로다... 앞으로 어쩔 생각이냔 거다. 설마, 지금처럼 죽을 때 까지 바닥에 떨어진 물건이나 주으면서 살 작정은 아니겠지?"

"..."

딱히 그에 대해 할 말이 없다.
이것은 지호도 가끔씩 고민하던 문제였다.
하루하루 연명으로 그치는 삶...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방향을 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지 않은가?
갑갑하긴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는 게 현실이다.

"아무생각 없구나? 너.. 크크크"

빡빡이가 지호의 빈틈을 꼬집는다.

"..."

"그래.. 그럴 줄 알았다. 대부분 이런 상황에서 뭘 계획하기란 힘들지.. 당연한 거니까 너무 자책 하지마. 너 같은 애들에겐 애당초 무리지.."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거죠?"

"뭐랄까.. 비젼 재시라고나 할까? 꿈도 희망도 없는 너희들한테 말이다."

"비젼?"

"그래... 소망 없이 사는 것만큼 비참한 인생이 없지.."

사내가 지호를 비꼬듯 말했다.
지호는 기분이 나쁘지만 잠자코 들어볼 요량이다.
협박이나 하려고 불러내나 했지만, 뜻밖에도 사내는 머리에 근육만 들어찬 놈은 아닌 것 같았다.

"너는 국가가 뭐라고 생각 하냐?"

"국가?? 나라?"

또 난해한 질문이다.

"그래. 너는 국가의 본질적인 역할이 뭔지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적이 있냐고 묻는 거다. 대한민국이 엎어진 지금.. 도대체 나라란 게 뭐지?"

"...이게 무슨 대화죠? 어쭙잖게 지식 베틀이나 해 보자고 불러 낸 건가요?"

"고깝게 굴지 마. 너에게 보여주고 있는 거야. [나] 라는 존재에 대해서.. 너희들은 나를 그저 동네 양아치쯤으로 여기고 있잖아. 안 그래? 그렇게 생각 하고 있는데 어떻게 니들이 나를 따르겠어?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너희들을 동료로 삼고 싶다. 그러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설명을 해야 할 것 아냐? 자꾸 토달아서 대화를 삼천포로 빠뜨리지 말고, 묻는 말에 답이나 해봐.. 국가란 뭐냐고?"

지호는 대화의 의도를 종잡지 못해 미간이 찌푸려졌다.
건달 놈이 생긴 것 관 다르게 철학적인 질문을 한다.
혹시 사기꾼 인가?
이상한 말로 자신을 홀려 수하를 삼으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에 신경이 예민해 졌다.

"몰라요..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모여서 잘살려고 노력 하는 것? 뭐 대충 그런 거 아닌가요?"

"후후.. 교과서에는 그렇게 써있나 보지?"

"답이 뭔데요? 저를 비꼬신 만큼, 대단한 대답이길 기대해 보죠."

"그래.. 내가 답 해보지! 나라의 본질적인 역할을.."

남자가 헛기침을 몇 번 했다.
꽤마 거창한 답이라도 하겠다는 듯 눈도 게슴츠레 뜬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지호 눈에는 허세 같다.
헛소리만 늘어놓는다면 오늘부로 녀석들과의 대화는 마지막이 될 것이다.

"국가의 진짜 역할은.. [폭력관리]다."

"?.."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 대체 좋은 나라가 뭐야?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것? 모두가 차별 없이 평등한 것? 정치가 안정적인 것? 다 맞는 말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바탕은, 국가는 강력한 폭력을 행사 할 수 있어야 돼. 나라 내부에서 발생되는 폭력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어야 하지. 그렇지 않으면 인간이란 족속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미쳐 날 뛰게 되거든.. 이러면 아무것도 안 돼.. 무슨 말을 하는 거냐고? 바로 공권력에 관한 이야기야. 국민들이 자신들의 폭력에 관한 권리를 국가에 양도한 것.. 이것이 국가라는 것이 가져야 할 제 1의 전제조건이지.. 폭력관리가 되어야 정치도 있고, 경제도 있고, 평안도 있다."

"..."

"폭력 관리를 못하던 나라들을 생각 해봐.. 후진국들 말이야. 맨날 싸우지! 국가가 내부의 폭력을 통제하지 못해. 그러니 항상 내란이 발생하고, 덩달아 부정부패가 판을 치지.. 있는 놈들은 계속 잘 살고, 없는 놈들은 난민 꼴이 되고.. 이 말이야."

"..."

"간단히 말 하지.. 아무 목표도 없이 사는 너에게 미래를 나눠 주는 거니까.. 무겁게 들어라.. 나는 앞으로 나라는 세울 작정이다!"

"!"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표정이네..왜? 못할 것 같아? 지금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고 있나? 하나같이 조직을 만들고 있어. 우리들처럼 말이야.. 당연하겠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 사방에 폭력이 만연하고 있어. 자신들을 지켜주던 대한민국은 완전히 소멸해 버렸고, 개인의 목숨을 지켜줄 다른 울타리는 없으니까.. 조직이 필요한 거야. 이것이 오랜 세월 인류가 생존해 온 방식이자 본능이지.. 그러다 보면 힘 있는 조직은 어느새 나라가 돼.. 끼리끼리 지내다 보면 조직끼리의 충돌은 피할 수가 없고, 약한 쪽이 먹히거나 서로 합병 되면서 어떤 형태로든 커져가는 거야."

"..."

"너희 셋도 어떻게 보면 조직이야. 언제까지나 셋이 오붓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이런 충돌을 너희도 결코 피할 순 없어. 물론 총을 가졌으니까 맨손인 놈들 보단 낫겠지..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충돌은 있을 텐데, 총알이 다 떨어지면 그 뒤론 어떻게 될까?"

"..꼴랑 9명인 조직이 어느 세월에 나라를 세운단 거죠?"

"그러니까 사람을 모으는 거 아냐? 너희 같은 청춘들을.. 지금은 미약하지만 어느 조직이든 처음은 다 이런 거야! 그래도 우리 조직은 폭력이 매우 강하지. 우리 애들 봤지? 대부분이 나랑 같이 격투기 하던 애들이거든.. 물론 한명은 야구하던 녀석이지만.. 의사랑 꼬마도 있네..
어째든 이 폭력을 바탕으로 우리는 외부로 부터의 위협에서 조직원들을 확실하게 보호해 줄 거다. 외부를 공고히 다져 놓으면 너 같은 머리 쓰는 녀석들이 행정을 통해 내부를 다져 갈 거고.. 어때? 재밌지? 괜찮은 꿈 아냐? 나라라는 게 별거냐? 나는 꿈이 있는 리더다. 앞으로도 확실한 철학 위에 여기저기 흩어진 내 백성들을 모을 것이다. 어때? 내가 세울 나라의 초대멤버가 되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지 않나? 어차피.. 딱히 할 것도 없잖아!"

"뭔가 착각 하시는 것 같은데! 그럼 외계인은 어쩌죠? 외계인들 때문에 이 꼴이 됐다는 걸 모르시는 건 아니겠죠?"

"외계인은 나중 문제야.. 일단은 생존이 먼저라고! 외계인 때문에 당장 뭘 어쩔 건데? 싸울 수 있는 현실 적인 계획이 있나? 조직이 있어야 군대도 양성되고 다음도 있고 그런 거 아니겠어?"

"..."

"잔 말 말고 우리 조직에 들어오는 게 어때? 우리 [두 번 사는 자]에.."

".. 두 번 사는 자? .. 이건 중동의 테러단체 이름 아닌가요?"

"후후.. 이름은 들어 봤을 거야.. 하지만 실체에 관해 찾아 본적은 없겠지?
중동지역에 생긴 테러집단이지. 소위 선진국들이란 것들의 간섭 때문에 지역의 자립이 힘들게 되자, 열 받은 어떤 돈 많은 사업가가 전 재산을 들여 만든 조직이라더군.. 두 번 사는 자의 맹활약 덕분에 중동지역은 외부 세력으로 부터 어느 정도의 자립을 인정받게 됐지.. 물론 선진국들은 고약한 테러에 시달려야 했지만.. 그래도 얼마나 멋져? 나는 그들을 본받아 우리 조직의 이름도 [두 번 사는 자]라고 지었다."

"..."

"생각보다 괜찮지?.. 나란 사람 말이야."

"..쳇."

빡빡이 사내가 웃었다.
지호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사탕발림인지 모르겠지만 사내의 말은 묘하게 설득력 있다.

이제 보니 매력도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무식하게 생긴 외모 속에 담겨진 어울리지 않는 박식...
이번 대화를 통해 나름의 철학을 가진 사람임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나라를 세우든 사기를 치든.. 어쨌든 이 사람은 해 먹어도 크게 해 먹을 놈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선뜻 조직에 가입 한단 소리를 뱉을 순 없다.
나머지 아이들의 의견도 필요했고, 한 번의 대화로 남자를 100% 신뢰할 순 없으니 말이다.

"일단 생각을 해 봐야겠어요. 솔직히.. 좀 혼란스럽네요."

"그래.. 그럼 그렇게 해..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말이야.. 한국이 사라진 지금 생존자들이 다시 집단을 이루고 나라를 세우는 것은 당연한 이치야. 거창하게 들렸어도 심각하게 여기진 말도록 해."

"세우려는 나라는 목표가 있나요?"

"목표?? 하하.. 목표라.. 글쎄.. 거기까진 아직 생각 안 해 봤는데.. 일단 단기적인 목표를 말해보자면 다시금 사람들에게 국가가 제공했던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고나 할까.. 강력한 울타리부터 만들어볼 생각이야. 그 다음 방향은 내가 세운 틀 속에서 살아가는 사는 사람들의 몫이겠지.."

"..나는 외계인 놈들한테 꼭 한방 먹여야겠는데요!"

"그것도 좋지.. 허나, 어쨌든 나라를 세운 뒤에 볼일이다."

"그렇긴 하죠.."

두 사람은 대화를 마치자마자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
지호가 방으로 들어서자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그 후, 빡빡이 와의 대화에 대해 밤늦도록 토론이 이어진다.
역시나 장윤은 "그게 무슨 개소리야?"라며 혼자 툴툴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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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20화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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