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작가의 봄꽃에 대한 표현 감상하기...

in kr •  7 years ago  (edited)

김훈작가의 봄꽃에 대한 표현 감상하기...

김훈작가의 <자전거 여행> 중에서
봄꽃에 대하여 어찌나 잘 표현하였는지 한번 옮겨 봅니다.

  •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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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잎과 붉은 꽃송이가 싱싱한 모습 그리고 눈물처럼 후드득 떨어지는 꽃송이를 보았습니다.

'동백은 한송이 개별자로서 제각기 피어나고, 제각기 떨어진다. 동백은 떨어져 죽을 때 주접스런 꼴을 보이지 않는다.
절정에 도달한 그 꽃은, 마치 백제가 무너지듯이, 절정에서 문득 추락해버린다. "눈물처럼 후드득" 떨어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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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동백꽃은 진정한 개별자입니다.

  •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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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맡은 매화향이 어찌나 좋은지, 샤넬 그 어떤 번호가 그 향을 낼 수 있을까요.

'매화는 잎이 없는 마른 가지로 꽃을 피운다. 나무가 몸속의 꽃을 밖으로 밀어내서, 꽃은 뿜어져나오듯이 피어난다.
꽃핀 매화숲은 구름처럼 보인다. 이 꽃 구름은 그 경계선이 흔들리는 봄의 대기 속에서 풀어져 있다. 그래서 매화의 구름은 혼돈하고 몽롱하다.
이것은 신기루다. 매화는 질때, 꽃송이가 떨어지지 않고 꽃잎 한 개 한 개가 낱낱이 바람에 날려 산화한다. ..[중략]...
가지에서 떨어져 땅에 닿는 동안, 바람에 흩날리는 그 잠시 동안이 매화의 절정이고, 매화의 죽음은 풍장이다. 배꽃과 복사꽃과 벚꽃이 다 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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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같은 섬진강 매화마을 풍경입니다. 매화 필때 가보고 매화 질때도 가봐야겠습니다.

  • 목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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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고 나서 다시 피어난 목련을 보니 과연 등불입니다. 하늘을 향한 등불입니다.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 꽃잎을 아직 오므리고 있을 때가 목련의 절정이다. 목련은 자의식에 가득 차 있다. 그 꽃은 존재의 중량감을 과시하면서 한사코 하늘을 향해 봉우리를 치켜올린다. 꽃이 질때, 목련은 세상의 꽃중에서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 누렇게 말라 비틀어진 꽃잎은 누더기가 되어 나뭇가지에서 너덜거리다가 바람에 날려 땅바닥에 떨어진다...[중략]...나무가지에 매달린 채, 꽃잎 조각들은 저마다의 생사병로를 끝까지 치러낸다. 목련의 죽음은 느리고도 무겁다. 천천히 진행되는 말기 암 환자처럼, 그 꽃은 죽음이 요구하는 모든 고통을 다 바치고 나서야 비로서 떨어진다. 펄썩, 소리를 내며 무겁게 떨어진다. 그 무거운 소리를 목련은 살아 있는 동안의 중량감을 마감한다. 봄의 꽃들은 바람이 데려가거나 흙이 데려간다. 가벼운 꽃은 가볍게 죽고 무거운 꽃은 무겁게 죽는데, 목련이 지고나면 봄은 다 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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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이 질때면 생각나는 그 사람....'이라는 노래 가사가 생각납니다. 떨어진 목련꽃잎을 보는 날이면 이제 봄날은 가고 여름이 되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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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