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를 시킨 일도 없는데 우체국 택배란 말에 문을 열었더니 편지봉투 비슷한 것을 건넨다. 울 남편이름 앞으로 온 서류봉툰갑다 하고 받았다. 찬찬히 들여다보니 낮익은 이름이 보인다. 시아버님 이름 석자가...
순간 많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요즘 형편이 좋지 않으니 팔아 쓰라고 땅문서라도 보내셨나?ㅋ
이체하면 간단한데 돈을 넣어 보내신건가?ㅋㅋ
그것도 아님 옛스럽게 손글씨로 아들에게 편지를 쓰신건가?
남편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엔 내 궁금증이 인내심을 눌러버렸다ㅜㅜ 안에 내용물이 다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뜯었다. 꽤나 두툼했다.
뭘까???
노란색 기름종이 같은 것에 붉은 색으로 알아보기 어려운 그림같기도 하고 글씨같기도한 것들이 그려진 부적...
여러장을 넘기면서 보니 다 다른 그림들이고 밑에는 누구의 것인지 어떤 용도인지가 작은 글씨로 적혀있었다.
남편과 나, 그리고 두 아들 것이며, 집과 가게, 차에 두어야할 것들이 따로 분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편지 한 장...
남편, 나, 큰아이, 작은아이, 그저 건강과 안부를 묻는 얘기였다. 재료를 사다가 직접 쓰셨고 정성을 생각해서 싫어도 꼭 지니고 다니라는 얘기였다.
그리고 올해는 무슨 일이든 잘 풀릴테니 걱정말라는...
가슴이 따끔거리고 목구멍에 무엇인가 걸린듯 아파왔다. 삐툴삐툴 꾹꾹 눌러쓴 글씨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90노인네가 돋보기를 고쳐써가며, 떨리는 손은 다른 손으로 잡고 몇 시간은 족히 씨름했을 것이다. 이건 아들꺼, 이건 며느리꺼, 이건 손자들꺼,,,
작년에 남편이 좀 이른 나이에 명퇴를 했다. 몇 달을 고심 끝에 편의점을 시작했다. 대기업 다니던 잘나가던 아들이 장사를 한다니, 그것도 최저시급 오르고 다들 힘들다는데 하필 이런 시기에...
온가족이 매달려 안하던 장사를 한다고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럽고 걱정도 되고, 뭘 도움줄게 없을까 고심하셨을 것이다.
그동안 내가 너무 무심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도 자주 못하고 이번 설에도 찾아뵙지 못했다. 하긴 잘지낸다고, 생각보다 힘들지 않고 장사도 잘된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부모 마음은 또 다른거니깐...
그런데 죄송하게도 우린다 너무 잘지내고 있어요.
적응도 잘하고 있고 심지어 나름 재미도 느끼고있어요.
늦은 나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엔 딱 좋은 시기라는 생각도 드는걸요.
아버님 저희 걱정은 마시고 그저 맛난거 드시고 좋은거 보시면서 하루 하루 즐겁게 사세요~~~~~
사랑합니다 아버님, 어머님^^♡♡♡
아 얼마나 걱정하시면서 한자 한자 썼을까요
정말 사랑이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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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부모님 사랑이 얼마나 큰지 새삼 느끼는 부끄러운 하루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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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 어두워 돋보기를 쓰시고
자식, 손자를 생각하시면서 글를 쓰시고 부적을 그리시는 구순의 노인이그려져 마음이 저릿해 오네요. 어른들이 걱정하는 것보다 자식들은 늘 잘 먹고 잘 지내고 있는데도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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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부모는 자식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항상 더 큰 사랑을 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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