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3 눈물을 꾹 참았다. 나는 리더가 정말 싫다.(feat.의식의 흐름)

in kr •  7 years ago 

제목 그대로다.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흘려보내지 못했다.
나는 리더가, 리더 자리가 정말 싫다.

업무시작 전 아침조회시간, 직원들과 대판 싸웠다.
싸웠다기보다는 얻어 맞았다. 나는 찍소리 몇번 했고.
속상하고 서운하고 힘이 들어서
하루 종일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나쁜 사장은 되지 말아야지 하는데, 늘 나는 못된 사장이다.
직원들 의견을 잘 수렴해야지 하는데, 늘 의견은 불만이다.

그 의견을 수렴할 그릇이 되지 못해서,
내 의견을, 기존의 약속을 납득시키지 못해서,
이런 일에 마음 다치고, 해야할 일 마저 제대로 못해서,
나는 좋은 리더가 아니다.

어린나이에 많은 사람들을 책임지는 자리를 맡았다.
리더의 자리에서 물론 동시에 팔로워이기도 했지만,
그런 형태에서 팔로워의 역할이란
리더의 역할을 잘 해내는 것이 기본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당연히 잘 해낼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다가 지쳤다.
지휘견장을 빼는 날이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었다.
소대원들이 더이상 내 새끼가 아니게 되는 일이 그렇게 섭섭하지도 않았다.
외출외박휴가 타령만 하고, 근무힘들다는 얘기만 하는게 속으로 못내 미웠다.
그래서 주던 정을 끊었었다.

시간이 지나 그 때를 돌이켜보면 가장 먼저 드는 마음은 미안함이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군생활을 더 힘들게 만든 것 같아서,
함께 있는 동안 더 챙겨주지 못해서,
내 문제에 갇혀 그들의 아픔을 몰라줘서.

말라위에서 진행 중인 작은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한국인 스탭으로서
본의 아니게 리더의 자리를 꿰차고 있다.
단 한번도 바란 적 없지만, 그들은 나를 보스라고 부른다.
현지직원 10명중 9명이 나보다 나이가 많다.
새파란 동양인 여자애에게 보스라고 불러주니, 참 부담스럽고 민망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은 정말 상상초월이다.
우리가 알고있는 상식이, 상식이 아니다.
그래서 설명도 못하겠다.
국제개발협력분야를 일하는 분이라면 조금 이해해주실까.

일은 일대로 돌아가야하고,
사람들은 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고,
그 사람들의 개인사정도 중요하고,
시간도 돈도 한정적인데 해야할 일들은 많고.

한국에 있는 동안 프로젝트 관리 전문가 교육을 받았다.
프로젝트를 관리할 때 해야하는 일에 대한 총망라였다.
의사소통관리가 꽤나 중요한 파트였다.

사실이 그렇다.
의사소통은 기름칠이다.
각각의 기능들이 유연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는.
기름이 없거나 부족해도, 혹은 많아도,
어떻게든 결과물은 나올 수 있을지 모른다.
다만 어느 부분이 다치거나, 상하거나, 고장날 수 있다.
그래서 만족스럽지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다.

그 기름칠을 하는 작업이 너무 버겁다.
무슨 기름을 얼만큼 발라야하는지도 모르겠다.
기름을 칠하면 과연 정상적으로 기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의사소통관리를 더 잘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느냐
그런 것도 아니다.
겪어봐야 알고, 실수해봐야 알고, 울어봐야 아는 것 같다.
그리고 사람이란게 원래, 평생을 살아도 다 알 수가 없는거니까.

생각해보면 그렇다고 팔로워일 때가 쉬웠던 것도 아니다.
군생활을 마치고 봉사하던 교회에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한 사람은
담당 목사였다.

말라위 봉사활동 중에 나를 가장 힘들게 한 사람도
지부장이었다(이 사람도 목사였다).

두번 다 결정적인 문제는 소통이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해주지 못해서, 들어주지 못해서.

다음주에는 현지직원들한테 사과해야지.
아무리 납득하기 어려운 의견이라도 내가 리더로서 그렇게 반응하면 안되는 거였다.
아무리 보스가 나이 어린 여자라고 해도
조직 내에서 그들은 약자이고, 나는 권력자니까.

아ㅏㅏㅏㅏㅏㅏㅏㅏ
반성하고 다짐하는 것만은 안 하고 싶었다.
그냥 나 화난다고, 다 때려치우고 싶다고, 못해먹겠다고,
그렇게 하소연하고 싶었다.

"다시는 리더 따위 하고 싶지 않아"

라는 결론을 내고 싶었는데,
쓰다보니 "어떻게 더 나은 리더가 될까"를 고민하게 되어버렸다.
이번 일기는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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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hink i need to learn this language ,cause all i see are boxes , sticks , zeros..

am green about this post.
i have an app that teaches me languages is this korean please.
@sunnyshinny

Ues Google translator! Lol😝 thank you for your attention👍

얼마나 고민이 되실지 잘 알 것도 같습니다. 상처입으면 본인이 가장 피해를 보게 되니 가볍고 단순하면서 냉정하게 한마디 하더라도 무게감 있게..
.화이팅하세요..팔로우합니다

전임자도 늘 그러더라고요, 그런 걸로 상처받지 말라고. 일을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데 공격받는 기분이 들어서 늘 마음이 상하나봐요. 냉정하게 분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리더십은 쉽지 않지만, 최고 인재가되지 않을 때 할 수있는 일은 없습니다. 다음은 앞서가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우간다에서는 우리가 좋은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어머니를 부릅니다.
당신의 한 가지 예가 친절하고 관대합니다.
이런 때가왔다 갔다하지만 갈 때 우리는 위대한 교훈을 남깁니다

당신의 자리에 있지 않지만 당신이 겪은 고통을 느낄 수 있습니다.

Thank you for your effort to leave this kind comment for me:-) But please make an english comment from next time in order to make it more clear!

리더의 어려움... 서니님의 일기를 통해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네요.. 저도 또 다른 방식의 리더이자 팔로워로 살아가고 있는데 참 둘 다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나이가 들어도 해결되지 않는 것 같아요. 힘내시길 바랍니다. 🌿

의사소통이 정말 어려워요. 언어가 달라도, 같아도 어려운건 마찬가지인 걸 같아요ㅜㅠ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Hi,
Have been seeing this tag so commonly.
What is Kr

kr is the steemit community of Korea:-)

힘내세요... 누군가를 책임진다는게 참 힘든일이죠..
써니님 또 다르게 보이네요 ^^*

화이팅~!

감사합니다ㅠㅠ책임지는 자리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요령이라도 생기면 좋겠네요 ㅠㅠ

actually me what iwill do is to watch korean series such that i learn that language.

Haha sorry. Just this is simple joirnal so I didn’t want to spend much time to translate it:-9 I will upload english one when I’m writing something useful. Thanks though!

타지에서 고생이 많으시네요.
그 자리는 올라가본 사람만이 알수 있답니다.
저도 쫄따구로 있을땐 상사에 대한 불만이 많았는데 막상 그 위치에 오르니 제가 그 상사보다 더하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더군요.
그러면서 그 상사분이 이해가 되더군요.
부모가 자식에게 너도 결혼하고 자식놔봐라. 그럼 알거다라고 말하는거랑 같다고나 할까요.^^;;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은 충분히 그 위치의 업무를 잘 수행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직원들도 아마 이해할거에요.
화이팅하십시오.^^

그리도 또 드는 생각은 내가 아무리 잘해봤자 상사는 상사ㅠㅠ남은 남ㅠㅠ일 거라는 생각...여러모로 비관왕이 되어가네요ㅠㅠㅋㅋㅋ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퓨.

저도 리더가 정말 싫은 1인입니다.
원래 있던 팀장님이 개인 사정으로 퇴사하게 되면서 나이도 어린 제가 덜컥 팀장을 맡게되고 나서
업무보다 리더의 역할이 더 힘들더군요.
퇴사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맘은 내맘같지 않고
그 사람들의 개인사정도 중요하고
하지만 일은 안돌아가고..

차라리 내가 그자리를 메워야지,
내가 좀 더 고생해야지,

그 마음으로 1년을 넘게 버텼는데
이제는 역부족인 것 같아요.
저는 더이상 리더따위 하고 싶지 않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써니씨니님은 더 나은 리더가 되시기를 응원드립니다 ㅠㅠㅠㅠㅠ

아ㅠㅠㅠㅠ@yourhoney 님께서도 쉽지 않은 상황에 계시는군요ㅠㅠ팀장급 월급도 안줄거면서 팀장일 시키고ㅜㅜ’내가 희생해야지, 내가 고생해야지’ 하는 건 오래가기 힘든 것 같아요ㅠㅠ 우리 힘내요 ㅠㅠ

자신의 방법이 옳다고 자만에 빠진 기득세력도 많은데 계속 고민 하시는걸 보니 시간이 흘러 경험이 쌓이면 존경받는 리더가 되실 듯 해요.
어차피 지금 처한 상황을 바꾸진 못하실 테니 '미움받을 용기'를 내시길.

미움받는 건 상사로서 당연한 일(?)이겠지요ㅠㅠㅠ상사로서 군림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때로는 그냥 밀어붙이고 싶을 때도 많네요ㅜㅜ코멘트 감사드려요

전 잘 모르지만....

참 리더이기에 참 많은 고뇌가 생기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정말 엉망인 리더는... 고민하거나 힘들어하지 않더라구요 ㅎㅎㅎ

ㅠㅠ고민하고 힘들어하고 나서, 조금 더 성장해있다면 좋겠습니다ㅠㅠ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