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발왕산-3 주목(朱木)

스키를 유난히 좋아했던 G는 어느 겨울부터 서울에서 볼 수 없었다. 용평, 휘닉스 등으로 같이 스키 타러 가자던 친구 놈이 없어져 난 테니스나 철인삼종에 더 집중했고 스키는 멀리하게 되었다. 그동안 매 겨울 4개월을 용평에서 아파트 빌려 스키만 타고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원래 미친 짓을 하도 하고 다니니 그렇게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그러더니 아예 평창에 20평대의 작은 아파트를 하나 구입하여 겨우내내 거기에 혼자 머물며 하루 종일 스키만 탄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무리 스키가 좋아도 모든 걸 포기하고 서울을 떠날 용기는 내게 없다.

이번에 평창에 가보고 정말 놀랐다. 평창은 겨울 스키를 위한 도시가 아니라 여름 스포츠를 위한 도시이다. 평창군 횡계리의 아침저녁 평균 기온이 17~19도 정도로 선선하고 모기가 전혀 없어 마라톤 및 중장거리 선수들의 전지훈련지로 몰려들고 있다.

여름훈련캠프용 400m 트랙에 많은 선수들이 뛰고 있었고 텅텅 빈 테니스장, 탁구장, 차가 거의 없는 도로에서 사이클링, 등산 등 거의 모든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여름캠프이다. 에어컨이 전혀 필요 없고 특히 모기가 없는 유일한 곳이다.

고지가 700m로 높지만 그 이유만은 아니고 이 지역 특성이 그런 지역이라고 한다. 더위나 추위를 피해 치앙마이 같은 곳으로 떠나는 사람은 여기 평창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주목(朱木)

주목의 별명은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다. 천년을 살고 죽어서 고목으로도 쓰러지지 않고 천년을 버티며 아름다운 자태를 간직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관상용으로 정원에도 많이 심는 식물이다. 값이 비싼 게 흠인데 나도 이 나무를 주택을 구입하여 이사 오면서 한 그루 30만원을 주고 구입하여 심은 적이 있다.

그런데 얼마가지 않아 죽어버려 정원사에게 이야기했더니 주목은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안된다고 했다. 주목 아래에 흙을 돋우어 물이 잘 빠지게 한 뒤 다시 심었더니 그 뒤로는 잘 자랐다. 빨간 열매도 맺는데 보기는 좋지만 독이 있어 먹으면 안된다. 매년 가지치기로 모양을 잘 다듬어 주어야 예쁜데 그냥 두었더니 산에 있는 주목같은 위엄은 전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