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 Heredity

in kr •  4 years ago 

얼마 전에 영화 유전을 보면서는, '꼭 저렇게까지 무섭고 끔찍하게 만들었어야 했나' 라며, 공포 영화에 대한 요구사항으로는 썩 난감할 법한 탄성을 내뱉았다.

그런데 문득 다시 떠올렸을 때, 절대 통제 불가능한 가족이란 질긴 끈 안에서 걷잡을 수 없는 균열이 생긴다면 그만한 공포가 또 없겠으며, 그건 한 편의 영화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수준이겠다 싶었다. 유전에서 조성되는 공포는 아리 애스터 감독의 아주 개인적인 형상화이며 그건 실제의 아주 일부에 불과할 것. 파멸하지 않는 이상 끊어낼 수 없다는 절망에 힘입어 그 영화는 관객에게 단순히 겁만 주는 데에 그치지 않고 께름칙하고 기분 나쁜 닭살도 함께 피워내는 것이겠다.

다시금 끔찍했던 영화의 장면들을 눈 앞에 그려 보았다. 더이상 그 정도로는 무섭지 않게 되었다.


뻔히 알면서도 공복에 삼킨 철분제 때문에 속이 메스껍고 어지러워 막 힘들어지려 할 즈음, 때맞춰 주문한 샌드위치가 나왔다. 살았다.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