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영화 유전을 보면서는, '꼭 저렇게까지 무섭고 끔찍하게 만들었어야 했나' 라며, 공포 영화에 대한 요구사항으로는 썩 난감할 법한 탄성을 내뱉았다.
그런데 문득 다시 떠올렸을 때, 절대 통제 불가능한 가족이란 질긴 끈 안에서 걷잡을 수 없는 균열이 생긴다면 그만한 공포가 또 없겠으며, 그건 한 편의 영화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수준이겠다 싶었다. 유전에서 조성되는 공포는 아리 애스터 감독의 아주 개인적인 형상화이며 그건 실제의 아주 일부에 불과할 것. 파멸하지 않는 이상 끊어낼 수 없다는 절망에 힘입어 그 영화는 관객에게 단순히 겁만 주는 데에 그치지 않고 께름칙하고 기분 나쁜 닭살도 함께 피워내는 것이겠다.
다시금 끔찍했던 영화의 장면들을 눈 앞에 그려 보았다. 더이상 그 정도로는 무섭지 않게 되었다.
뻔히 알면서도 공복에 삼킨 철분제 때문에 속이 메스껍고 어지러워 막 힘들어지려 할 즈음, 때맞춰 주문한 샌드위치가 나왔다.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