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즘, 정신병 (Narcissism)

in kr •  5 years ago 

흔히 자기애가 높고 자아도취형의 사람들을 두고 나르시시스트(narcissist) 라고 부르기도 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이게 그다지 부정적인 의미로 느껴지지 않는 것 같은데, 사실 이 나르시시즘(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 (DSM-IV code 301.81))은 반사회적 인격장애 (소시오패쓰, 싸이코패쓰)와 같은 군(Cluster B)의 정신병에 속할 만큼 부정적인 정신 질환으로 분류된다. 이 병의 원인은 태생적일 수도 있고, 주변 환경 같은 외부 요인일 수도 있다.

우리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건 삶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가 많다. 하지만 나르시시스트들은 단순히 자신감이 넘치는 것을 넘어, 자기 자신이 다른 모든 사람들보다 우월하고 특별한, 뛰어난 존재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겉으로는 상냥하고 호감형으로 보이도록 행동할지 몰라도, 속으론 자신보다 열등한 타인들의 의견과 조언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고, 주변 사람들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게 하도록 조종하려고 한다. 뭔가 원하는 만큼 일이 잘 안 풀린다면, 그건 자신은 뛰어난데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몰라 보거나 또는 자기 삶을 방해한다는 시나리오 쪽으로 생각한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타인이 피해 입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 공감 능력이 결여된 사람, 자신에게 현재나 미래에 필요할 것 같다 생각되는 물건/사람은 어떻게서든 옆에 두려 하고 필요가 없다 판단되면 버리는 사람, 일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순간적으로 과한 분노를 보이며 이를 억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깊게 들어가 보면 이들의 이런 행동은 통념과 달리 오히려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바닥인 데서 기인한다. 속이 텅 빈 이들 은 남들에게 자신이 보이고 싶은 모습으로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이들에겐 자신감이 넘치는게 아니라, 자신에 대한 환상이 넘친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다.

미국, 한국 등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나르시시스트는 인구 중 20~25명에 한 명 꼴로 존재한다고 하니, 우리 주변에 이미 이들의 다수가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을 가능성은 거의 100%라 봐도 좋을 것이다. 이들은 평소에는 겉보기에 유능해 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며, 매력적인 외양을 갖춘 경우가 많고, 늘 다정한 웃음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 모든 겉모습들은 물론 자신의 성장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가 아닌, 자기 자신의 우월감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봐 주고, 인정해 주고, 칭찬해 줘야 한다. 아무튼, 그래서 보통 사람 입장에서는 이들을 한눈에 분간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이다.

문제 이다. 전문가들은 혹시 주변에 나르시시스트가 있는 걸 알게 된다면, 자기가 이들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일단 무조건 거리를 두고 피할 것을 권한다.이들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며 (변하려 노력하는 척을 일시적으로 보여줄 수는 있다), 주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들에 대처하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왜냐하면 이들은 가족일 수도, 친구나 가까운 지인, 애인일 수도 있어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변 나르시시스트들로 인해 분노나, 심한 경우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도 실제로 많은데, 나르시시스트 자신들은 별 개의치 않거나 행복한 경우가 많다고. 그들과 완전히 떨어지는 게 최선의 방법이지만, 가족, 직장 상사 등 물리적 거리를 두기 어려운 사람인 경우에는 최소한 그들의 조종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을 전문가들은 극구 권고한다.

어떤 연애로부터 잘 이해되지 않는 큰 상처를 입은 적이 있거나, 입고 있다면, 상대방이 나르시시스트일 가능성도 다분하다고 한다. 이들은 자기 겉모습 치장에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첫인상은 보통 좋게 평가되고 따라서 연애를 곧잘 하게 되는 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연애 상대 역시 자기 과시욕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자기 입맛에 맞게 상대를 조종하려 하기 때문에 (e.g. 가스라이팅) 시간이 갈수록 상대방은 고통 받게 된다. 또, 싸우게라도 되면, 언제나 자신이 절대 옳은 이들에겐 상대방의 사과 외에 다른 말들은 다 소용 없게 마련이다. 게다가 이들은 상대가 사과할 수 밖에 없도록 상황을 만드는 데에도 능하다.


결론은, 가능하면 안 엮이고, 혹 엮여 있다면 재빨리 끊어내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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