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가 죽었다. 준비는 단단히 하고 있었지만 그게 어제의 일이 될 줄은 몰랐다...

in kr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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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가 죽었다. 준비는 단단히 하고 있었지만 그게 어제의 일이 될 줄은 몰랐다. 바깥으로는 1월의 차가운 공기가 세상의 모든 그림자를 몰고 와서 낮인데도 어둡다. 그리고 춥다. 사랑이가 죽었다.

요 근래 몇 달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나의 공통된 고민은 올해로 열여섯 사랑이에 대한 것이었다. 이 녀석은 6년 전에 시력을 잃었다. 녹내장이었다. 사랑이의 녹색 눈동자를 형광 불빛 아래로 바라보면서 맞던 새벽들이 있었다. 다음은 뒷다리가 문제였다. 2년 전 즈음부터 다리를 절기 시작하는 이 늙은 개를 안고 지하실에 자주 갔었다. 가서, 뒷다리를 만져주면 이상한 소리 같은 것을 내게 건네던 녀석이었다. 인간으로 치면 일종의 ‘안마’ 같은 것이었는데 중력에서 해방된 녀석의 다리를 만져주면 나도 사랑이도 그게 그렇게 좋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는 일. 다리를 절면서 사랑이가 눈 먼 시야로 저의 밥통을 찾아 헤매던 많은 새벽들의 어둠 덩어리를 가만히 봐야 하던 날들이 있었다. 그래도 안아 주거나 만져주면 그 검은 눈동자로 세상의 모든 평화의 형용사들이 모이는 것 같은 그 느낌이 참 좋았다. 그런 사랑이가 죽었다.

돌이킬 수 없는 병증에 사랑이가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대략 3개월 정도 전. 한밤중의 잦은 신음이 다리 탓이겠거니 짐작만 하고 있다가 수의사에게 데려간 것은 어머니였다. 그날 밤에 어머니는 많이 우셨다. 암세포가 사랑이의 몸 안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돌아오신 밤이었다. 당뇨도 있다고 했다. 오래 못 살 거라고도 했다. 사랑이가 죽었다.

2017년 10월, 아버지와 어머니, 나, 그리고 사랑이, 넷이서 대천 바다로 짧은 여행을 갔다. 서로 말은 안 하고 있었지만 우리 가족들은 그것이 사랑이를 보내기 위한 ‘애도 여행’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볕 좋은 가을 오후, 눈 먼 개를 백사장에 부려놓고서 우리 가족은 사랑이를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눈 먼 개는 먼눈으로 바다 쪽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꼼짝 않고 그냥 있었다. 파도 소리가 무서웠을까. 물새들의 소리는 어땠을까. 오로지 소리와 오로지 촉감으로 그리고 통증으로만 세계를 느끼는 일은 어떨까. 그래도 엄마 품에 안겼다가 다시 내 품에 안겼다가 사랑이는 정확하게 우리 ‘가족’이었다. 그런 사랑이가 죽었다.

2018년으로 해가 바뀌면서 사랑이의 상태는 눈에 띄게 나빠졌다. 어머니가 춥지 말라고 가져다 놓은 작은 전기장판 위에서 사랑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잦은 새벽 신음 소리. 그리고 곡기를 아예 끊어버린 녀석의 식탐. 그,리고 간간히 눈이 내렸다. 나는 사랑이를 안고 지하실에 가서 뒷다리를 만져주며 혼자 울곤 했다. 소리는 내지 않았다. 가족들 모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도저히 그 모습을 못 보겠는지 결심을 한 건 아버지 쪽이었다. 아버지가 ‘안락사’라는 말을 꺼내셨다. 나는 발작을 하듯 짧게 탄식을 내뱉었고 어머니는 모든 것을 포기한 표정으로 마늘을 다듬고 계셨다. 식구들 사이로 잦은 다툼이 오갔다. 끝까지 살게 해주자는 건 내 쪽이었고 사랑이 편하게 보내자, 아버지가 자주 말씀하셨다.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어느 저녁,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 편의점에 들러 사랑이가 그나마 먹던 유아용 소시지를 몇 개 사서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집으로 들어갔다. 어머니의 눈에는 눈물 자국.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안타깝게 쳐다보고만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사랑이가 있던 자리로 시선을 돌렸다. 사랑이가…… 없다. 아버지는 사랑이가 엄마 품에 안긴 사진 몇 장을 찍어주시고 안락사를 시키러 혼자 다녀오신 모양이었다. 옥천 양지 바른 곳에 묻어주셨다고 했다.

양지 바른 곳…… 그리고 1월의 차가운 공기. 그리고 1월의 진눈깨비. 그리고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만질 수 없는 어떤 통증이 투벅투벅 공중을 떠다니고 있었다.

사랑이가 죽었다. 소시지 몇 개를 책상에 얹어놓고 나는 물끄러미 앉아 있다.

사랑이가 죽었다.

(2018.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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