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스러움에 대해

in kr •  17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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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스러움이 뭘까요? 식물 쑥하고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럼 그 유래가 뭘까요?
옛날에 어느 수행자가 있었습니다. 이름은 도치였는데요.
그는 스승으로부터 배운 바가 있었습니다.
“넌 세간을 초월하려하느냐? 그렇다면 속인의 일체 정(情)을 멀리해야 하느니라. 속인이 궁금해 하는게 당쵀 궁금치 않아야 하고 속인이 간절히 바라는 게 전혀 끌리지 않아야 하며 속인의 마음이며 말투가 이제 너와는 무관하게 되어야 하느니라. 할 수 있겠느냐?”
도치는 그러겠노라고 사부님께 엄숙히 서약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향마을의 친구가 그의 동굴 수행처에 들렀습니다. 물론 맛난 고기와 술도 가져왔겠지요.
그들은 음식을 먹고 마시고 대화를 하는데 도치는 오랜만에 너무나 재미가 나서 쉴 새 없이 떠들고 웃고 즐겼습니다. 옆집에 살던 복순이 이야기도 나왔고 누구집 개를 누가 훔쳐가서 잡아먹은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어느 부부가 살다가 누가 바람을 피워서 갈라선 이야기도 나왔는데 산에서는 전혀 없었던 주제라 그런지 너무도 나누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그는 친구와 더불어 분노했고 서글퍼 했으며 가슴 아팠고 걱정도 나눴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친구가 떠났습니다.
스승이 와서 물었습니다.
“무슨 이야길 나눴느냐?”
도치는 몇가지 기억나는 이야기를 말씀 드리는데 스승은 손을 들어 멈추게 하더니 말했습니다.
“도치야! 네가 돌아보면 그 말들이 속스러우냐? 성스러우냐?”
도치는 스승의 그 말씀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속스럽습니다.”
“속스러운 게 입에서 나오면 속인에 가깝고 성스러움이 입에서 나오면 성인에 가까우니라.
도치는 눈물을 흘리며 스승 앞에서 뉘우쳤습니다.
“제 자신, 정말 속스럽습니다. 속스럽습니다.”
거기서 쑥스럽다는 말이 유래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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