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스어워드] 2017의 인물

in kr •  7 years ago 

라이너스 어워드 일곱가지 항목중 마지막 항목은 인물 입니다.

어워드에 대한 서문:
https://steemit.com/kr/@thankslinus/3btgjn

2017년의 인물
: 조정훈 - 야구선수(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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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전역을 얼마남지 않은 시점 휴가를 나온 나는 야구 관람을 갔다가 유니폼 한벌을 샀다.
당시로서는 흔히 박혀있는 등번호가 네 종류 였는데 이대호, 홍성흔, 강민호 그리고 바로 그 조정훈이었다.
그는 순둥순둥한 외모와 달리 강한 승부욕을 가진 팀의 에이스 였다.
리그를 호령하던 김광현과의 맞대결에서 비자책 점수를 주고 글러브를 내팽겨치기도 하고
몸에 무리가 가서 남들이 만류하는 구종을 고집하며 결국 승리를 일궈내기도 했다.
야수보단 투수의 멋이 와닿는 나로서는 어쩌면 그당시 등번호 37은 당연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해 여름, 내가 전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부상을 입었다.
아시안게임대표로 나가기 위해 무리하다 생긴 부상이라고 했다. 그는 그렇게 남은 해를 병동에서 보냈고
이듬해 수술대에 올랐다.
보통 투수가 입는 부상은 어깨 팔꿈치 무릎 등인데. 그는 세 곳 모두에 칼을 댔다.
혹자는 이제 더이상 그를 볼 수 없을 거라고 했다. 어차피 재활시간도 필요하니 입대를 했다.
그리고 그렇게 잊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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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는 기대를 접지 않았다. 장원준과 조정훈과 송승준이 모두 건강히 뛸수 있는 그 시즌이 오면
롯데가 우승할거라고 믿었다.
그무렵 나는 그 유니폼을 입고 배낭여행을 다녔다.
피렌체의 언덕에서 만난 외국인이 등번호의 선수를 물었을 때, 무슨 허세였는지 나는 그가 내 친구이며
부상회복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입고 있다고 말했다.

제대한 조정훈이 재활을 하고,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기사가 몇개 나왔다.
80% 이상의 몸상태라고 자신했지만 1군은 커녕 2군무대에도 등판하지 못했다.
시범경기에 나와 깜짝 삼진을 잡기도 했지만 그 해에도 결국 정규경기에 등판하진 못했다.
기사들은 연례행사처럼 쏟아졌고 매년 우리는 기다리기만 하다가 결국 가을이 오기전에 야구를 접곤 했다.
그렇게 7년이 지났다.
그 사이 레플리카는 그가 없는 경기장을 수없이 찾았고, 수많은 국가를 여행했다.
빳빳하던 소매는 푸근해졋고 하얀 가슴팍엔 세계 각국의 먼지가 얼룩덜룩해졌다.
굳이 야구가 아니라도 스포츠팬이라면 선수에게 7년이라는 공백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는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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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 마침내 그는 마운드 위로 올라왔다.
그는 그토록 다시 서고 싶었던 그 마운드에서 감개무량하게 그곳의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감히 그 순간에 했을 주마등을 짐작할 수 있다.
팬들은 7년만에 돌아온 에이스의 이름을 연호했고 그는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에 보답하는 공들을 던졌다.
우리에게 그 순간 그가 던지는 1구1구는 얼마나 벅찬 위로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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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인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2018시즌에는 다시 에이스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

감사합니다. 저도 오래도록 보고싶은 선수입니다.

부상만 아니었으면 정말 더 높은 곳에 있을 선수죠!
2스트 이후 그의 포크볼은 정말 언터쳐블~ ㅎㅎ

맞아요 ㅠ 정말 크게 기대했던 선수인데... 그래도 공백을 딛고 잘 일어서 줘서 고맙습니다.

마지막에 올려주신 사진이 인상 깊습니다. 야구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적어도 @thankslinus님의 야구에 대한 애정만큼은 느낄 수 있네요 :)

글에 등장하는 마운드에서 하늘을 보는 장면이에요. 복귀 이후에는 매번 등판때마다 저러더라구요. 마운드에 서있을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장면이죠. 제 진심이 전달되었다니 기쁘네요. 여유 있으실때 조정훈 선수로도 그림 한번 그려주세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