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공부방1] 과목이 정해지지 않은 과외를 시작합니다

in kr •  6 years ago 

#1.
금융협회에서 주관하는 사랑의 공부방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답니다.
('좋은 일은 당장 시작 해야한다' 는 신념에 따라..<허세인가;;헤헤>)

6개월간 하기로했고, 지금 사는 곳 근처 아동센터와 연계하여
고등학생 1명, 중학생 1명을 배정받았지요~
(고등 1명이 더 있었는데 공부가 싫다고 안옴..ㅋㅋ)

처음에는 수학과외를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서점에서 고1수학 문제집을 보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뜨악! 하기도 했지만)

직접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니 이 친구들은 여러모로 수학이 상당히 많이 부족한데다 수학을 무서워했어요. 모르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수학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었지요.

이건 함께 이야기를 해보니 너무나도 이해가 되었어요.

수능을 보고 대학을 들어갈 계획이 없는 특성화고 학생들이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수학을 일반고에서 미술체육 다루듯이 하는 듯했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만 수업이 있다고 하네요..

오히려 전공인 헤어나 네일 메이크업 수업이 중요한 아이들.
몰랐는데, 미용학교는 오후 1시반이면 수업이 끝나고, 점심도 먹지않고 하교 한다고 합니다.

#2.
이것도 편견이였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 학생들을 매칭해 주시는데, 일반고가 아닌 특성화고 학생들이라고 하셔서, 괜시리 다소 ‘쎈’ 아이들이 쿵쾅대며 오지 않을까? 새가슴으로 약간 조마조마했었거든요..ㅠ

그런데, 십여년전 사춘기에 입나왔던 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순수하고 꼬임없고 때묻지 않은 맑은 아이들인 겁니다!!
정말 만난지 5분만에 파악이 되었지요.
아 물론 화장이나 피어싱한 모습하고는 별개로요~~

“너희는 학교 일찍끝나는데 끝나면 뭐해? 학원도 안가는데?”
“그냥 집에 와요. 아니면 여기(센터)에 와서 놀아요.”
“저번주에는 PC방 가서 게임했어요.”
“아 근데 거기 오빠들은 너무 늦게까지 새벽까지 놀아서, 그건 아닌거 같아서 자주는 안가요.”
(그냥 웃음 ㅋㅋ)

#3.

몰랐던 부분인데, 미용고등학교는 2년제라고 하네요.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내년이 지나면 졸업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괜시리 안쓰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뭘 하고 싶냐는 질문에,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대학은 갈수도 있고 안갈수도 있고. 취직하기는 싫어요.. 그런데 대학가면 엠티가고 그러면 재밌어요?”

처음엔, 왜 이 친구들은 계획을 세우지 않을까? 한 창 하고싶은게 넘치도록 많을 나이인데.. 하는 마음이들었던 것도 사실인데요..
하지만 아이들과 한시간 반 가량 대화하고 느낀점은…

구체적인 목표가 없는 이유는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안타까웠고,
이 친구들의 잘못이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내가 살아온 기준을 이 친구들에게 당연한 듯 적용해선 안된다고 다짐 또 다짐.

#4.
뭐랄까.
하루를 무료하고 특별한일 없이 보내는 아이들에게 일주일에 한번을 만나더라도 특별하고 의미있는 시간으로 기억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음. 그런 욕심이 정말 강하게 들었죠!!!
'일주일에 한번을 특별한 한번이 되게 해주자.'

며칠을 고민하고 든 생각은,, 이 친구들에게 수학계산이나 이론은 의미가 별로 없었고 재미를 주기 어려우니,,
수학이 아닌 경제교육을 해주면 어떨까? 싶은 겁니다.
어쩌면 처음엔 어렵게 느껴질 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아이들의 실생활에 좀 더 가깝게 다가오지 않을까?

머릿속으로 떠올렸던 주제들은,,

  • 다양한 직업군 알려주기 (왜냐면, 아이들은 미용실 취직, 네일샵 취직, 커피숍 취직 외에는 잘몰랐거든요…)
  • 신용카드vs체크카드의 쓰임 (차이점을 전혀 모르고있음)
  • 소득과 세금
    그 외에도 한달에 벌어야할 돈과 내야할 돈/ 보험이나 위험 등…
    하다보면 더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겠지용;;??ㅜㅜ

#5.
정말!! 유쾌 상쾌 통쾌 ㅎㅎ
첫 만남인 한시간 반 내내 즐거웠어요.

게다가ㅋㅋ
(가장 감동스러웠던 부분)
중 3이 “선생님은 대학생이에요?” (세상에 나보고 대학생이냐니!!!!!!!!!!)
“아니. 이미 졸업하고 직장인이야.”
“우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고등학교 갈 때 면접봐야되요. 무서워요.”
“내가 면접볼때 어떻게 하면 좋을 지 나중에 말해줄께. 우리 회사에서 신입사원 뽑을 때 나도 가끔 면접들어가거든.”
“우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밑도 끝도 없이 그냥 몰랐던 새로운 세계 이야기에는 우와!! 로 반응하는 나보다 덩치 큰 애들을 보노라면 내내 그저 웃게됩니다.

#6.
지금 목표중에 하나는,
이 친구들에게 실제 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경제개념 알려주기.
그리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복돋아주기.
그리고 일년에 한권정도는 소설책이라도 읽게해보기..(어려울거같음..)

"얘들아, 내가 영어도 조금 알려줄까?"
"(손사래를 치며) 아니요!! 싫어요!! 영어 싫어요. 어려워요!!!!!!!"
ㅋㅋㅋㅋㅋㅋ
"너네 나중에 여행도 가고 그럼 생활영어는 필요하지 않겠어?"
"싫어요. 여행안갈꺼에요. 한국에서만 살꺼에요!!!!!!!!!"
ㅋㅋㅋㅋ 나참;;;;;;;;;;;ㅋㅋㅋㅋㅋㅋㅋ 눼눼;;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당장 이번주에 어떤 내용으로 함께 공부해야하나..,,, 고민이 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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