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밥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일단은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사적 취향'을 반영한 '비전문적인 감상평' - 이라는, 본심을 말하기 전에 밑밥 깔아놓는 단어들이 먼저 떠올랐다. 왜일까? 그냥 쓰면 되는데? 뒤에서 칼맞을까봐? ㅎ 사실 저런 수식어들은 다 사족인데.('개인적'이지 않는 리뷰, '사적 취향'이지 않는 리뷰가 세상에 어디있나?) 아 모르겠다. 사족이 길었다. 내가 본(또 이렇게 '내가 본' 수식어를 달게 되고..ㅎㅎ) 2018 올해의 작가상 전시는 총체적으로 별로였다.
디스플레이
내용은 차치하고 '디피 별로다'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 문제를 논하기 전에 작가에게 할당된 전시장 공간 자체가 무식하게 넓긴 하다. 올해의 작가상에 뽑히면 작가는 왜이렇게 무식하게 큰 공간을 채워넣어야 할까? 왜 자신의 몸에 맞지도 않는 스케일을 강요받아야 할까? 라는 의문부터 가져본다. 작가들에게 주어진 공간의 성격 자체가 비엔날레 예술(거대한 공간을 채워놓는 스펙터클한 작품)로 대변되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비롯됐다. 작가들은 딜레마에 빠지겠지. 안 하던 짓을 하려니(스펙터클) 굉장히 어색하고, 하던 짓을 계속 하려니 터무니없이 공간이 비어 보인다. 백현진(작년 올해의 작가상)처럼 국현 안에 자기만의 방을 만듦으로써 이 문제를 탁월하게 해결한 사례가 있긴 하다.
<올해의 작가상 2018>은, 보기싫은 스펙터클 미술은 없어서 좋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피가 아쉬웠다. 전체적으로 별 고민 없이 적당히 늘어놓은 느낌이다. 남 모를 내부적인 사정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년부터는 현재 4명에게 할당된 공간을 8명으로 늘려서 올해의 작가상 전시를 하면 어떨까?) 전시를 총 1시간 정도 보았기 때문에, 꼼꼼하게 보지 않았다. 관람객이 모든 러닝타임을 소화하려면 몇 시간을 할애해야 할까? 최소 5시간은 넘지 않을까?
![](https://steemitimages.com/640x0/https://cdn.steemitimages.com/DQmRRxxr8yENxt8UkYNq3okxa3EG3TpYEpqr6znLbn2fXFx/2018poster.jpg)
정은영
정은영의 <여성국극> 시리즈는 흥미로운 내용이긴 했으나 오랜 시간 집중할 수가 없었다. ㅠㅠ 한 작품을 앉아서 20분 정도 보다가, 또 다른 자리에 앉게 되고.. 등받이 없는 의자에서 1시간씩의 러닝타임을 소화하기가.. 아이고 허리야.. 다음에 날 잡고 와서 또 봐야지!(과연?) 하며 기약없는 다짐을 하며 지나가게 되는 정은영의 전시..
구민자
구민자의 전시는 4개의 전시 중 가장 적은 시간을 할애했다. 날짜변경선을 사이에 두고 생기는 뭐 어쩌고.. 를 수행성 퍼포먼스로 뭐 어쩌고.. 했고, 그걸 영상, 페이퍼, 설치물로 다양하게 늘어놓았는데 어찌나 관심이 안가던지.. 마치 문화인류학자처럼 장소특정성을 내세우며 여러가지 연구를 하고(수행적 혹은 리서치기반), 그것을 미술관으로 옮겨와 이것저것 늘어놓는 '의미'있는 류의 작업에 미안한 말이지만, 나처럼 마음에 평화가 없는 사람은 그 사연들을 지긋하게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다.
정재호
정재호의 그림은 평소에 많이 봤기 때문에 "응 아파트~" 라는 느낌 이외엔 뭐. 올작 전시인만큼 아파트로 뭔가 거대 설치물을 짓지 않을까? 라는 예상을 했었는데, 역시 뭔가 설치물이 있었다. 작가의 고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어마어마한 공간을 채우기엔 정말 버거워보였다. 예외적으로 정재호의 아파트만큼은, 그 커다란 천장까지 꽉 채울 정도로 .. 정말 아파트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스펙터클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일었다. 홀로 작업하는 페인터에게 국현의 공간은 항상 버거울 수밖에. 옆 방에 있는 로켓 작업은.. 음.. 뭔가 실은 덕후가 아닌데 덕후인척 하려는 작가의 가짜 엉뚱함을 들킨 느낌이랄까. 보기에 민망했다.
옥인컬렉티브
평소 좋아했던 옥인컬렉티브다. 예전에 <서울데카당스>를 얼마나 낄낄거리면서 봤나. 그런데 이번 올작에서 선보인 신작단편 <황금의 방>, <회전을 찾아서, 또는 그 반대>는 얼마나 실망스러운가. 두 작품 다 피사체에 파고들지 못하고 표면만 핥다가 끝난 느낌. 인터뷰를 길게 따고 그냥 적당한 인서트 화면 몇개 섞어서 보이스오버로 까는 방식인데.. 아마추어의 냄새가 확~ 났다. 솔직히 이런 생각도 들었다. 미술계에서 가장 높고 큰 무대인 올해의 작가상에서 선보인 작품인데, 이 두 작품(모두 싱글채널이니) 모두 독립다큐 영화제에 출품해도 예심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특히 미술계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나 인천 지역에서 거주하는 작가들을 다룬 <회전을 찾아서, 또는 그 반대>는 더 섬세하게 다뤘어야 했다. 제작자가 메인스트림에 위치한 옥인컬렉티브였기 때문이다. 피사체의 삶을 깊숙이 파고들지 못했고, 영상의 문제의식 자체도 너무 얕고, 1회적 인터뷰에 의존한 간편한 방식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그들을 '대상화' 했다는 혐의를 받기에 충분하다. 그 영상에 등장한 인천 작가들이 이 작품을 국현(졸라 메인 스트림)에서 보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다.
<회전을 찾아서, 또는 그 반대>에 등장하는 다수의 인천 작가들이 <올해의 작가상 2018>에 나오면 어땠을까? 그 상상을 하는 편이 훨씬 재미있었다.
다시 한번 오쟁님의 그림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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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국립현대미술관 작가로 밀어주시면 꼭 ukk님의 초상화 그림을 벽에 걸고야 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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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벽에 걸리자말자 바로 도장깨기하러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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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거까지 퍼포먼스로 구성하면 되겠네요 ㅋㅋㅋ 도장깨기로 완성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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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긍정적인 오쟁님....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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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라고 하시니 더욱더 감상하고픈 욕망이 생기네요. 이런걸 마음을 뭐라고 부르죠?^^ 감상평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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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그런가요? 검색해서 평들을 보면 좋았다는 분들도 많아요. 직접 보고 판단하는게 가장 좋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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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오셨군요. 저도 다녀왔는데,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아서인지 볼만했습니다. 정재호 작가의 아파트 그림들은 우리나라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파트는 앞으로도 많이 활용되는 오브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구 작가의 날짜경계선을 활용한 작품은 사실 움베르트 에코의 <전날의 섬> 제목 이상의 새로운 것은 느끼기 힘들었지만 직접 실행에 옮긴 것이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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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집중력있게 보았나가 전시의 호불호를 가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저는 괜히 급한 성격이라.. 막 이리저리 산만하게 다니다가 나와버렸네요. ㅎㅎ 저는 아마 정재호 작가가 상을 받게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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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말씀 드리는건 본인이 별루라고 지루하다고 보셨다면...
올해의 작가상이든 천재의 작품이든 그건 별루의 작품 인겁니다.
극단주의자.. 아니구요^^: 전 그렇게 생각 한다는거에요^^:
오해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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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러니까 별로였다는 말을 이렇게 돌려 하게 되었습니다 ㅎㅎ 아무리 권위있는 기관에서 인증을 해도 별로인게 별로 아닌걸로 느낄 수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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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별루인건 별루 인거죠 이건 개인의 의견 입니다.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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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지난 주엔 미술관을 가볼까싶어서 홈페이지로 전시 스케쥴 확인하다 봤는데 아무래도 구미가 당기지 않더라구요. 감상평은 잘 읽었습니다 딱히 칼맞을 정도는 아니고ㅎㅎ 윗 분 말씀처럼 오히려 직접가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가벼운 마음으로 전시가 끝나기 전에 다녀올까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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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아무도 별로라는 평이 없길래 ㅋㅋㅋ 괜히 혼자 뜨끔했습니다. ㅋㅋ네~ 겸사겸사 주변 갤러리도 돌아볼겸 다녀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올작은 전시 기간이 꽤 긴 걸로 알고 있습니다. 천천히 여유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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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쟁님 평론(?) 후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ㅎㅎ 현대미술 문외한인 제가 보기엔 정재호 작가 작품은 꽤 재미있었어요 :) 근데 .. 국립현대미술관에선 저같은 문외한도 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전시는 하면 안되는 건지.. 지금까지 봤던 전시 중 그나마 이번께 나을 정도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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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후기입니다 ㅎㅎ 아마도 정재호 작가가 상을 타지 않을까 저도 생각하고 있어요. 가장 인기도 좋고 또 그럴만도 하고. 국현 전시가 왜 재미없는지.. 저는 사실 그렇게 자주 안 가봐서 모르겠어요. 하나 분명한 문제점은 20-30대 젊은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설 자리가 없다는 것입니다.(맨날 노땅들 기획전이나 외국 거장들 불러오기..ㅠㅠ) 젊은 작가의 작품이 소개된다면 훨씬 전시가 다양해지고, 관객들의 제각각인 취향에 더 들어맞을 거 같아요. 여러모로 아쉬운 미술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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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쟁님의 밑밥에 편안히 감상했습니다.
늘 예술에 대해 생각지 못한 견해를 들려주셔서 즐겁게 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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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별로라는 이야기를 할 때는 밑밥을 깔아야 마음이 편할까요..ㅋㅋㅋ 후~~~~ 아무튼 말하고 났더니 속이 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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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작가상같은건 흥미로움과는 반대로가는거 아니었나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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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ㅎㅎ 특히 이번 전시는.. 역대 최악이라는 평도 나돌더라구요. 국립현대미술관에 방문한 관람객이 저 작가들을 처음 발견했다면, 아마 흥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 말고는.. 딱히 점수를 줄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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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thelump, thank you for sharing this creative work! We just stopped by to say that you've been upvoted by the @creativecrypto magazine. The Creative Crypto is all about art on the blockchain and learning from creatives like you. Looking forward to crossing paths again soon. Steem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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