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쯤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늦은 저녁.
유난히 음식물 분리 수거에 신경쓰는 내가 게으름을 물리치고.
저녁 설겆이를 끝낸 봉지를 들고 1층 으로 내려갔다.
머플러라도 걸치고 나올 걸 하는 후회가 들만큼 엄청난 추위의 바람이였다.
계단을 막 뛰어내리려는 순간 "야옹" 어린 고양이 울음소리가 났다.
하지만 옆동 아저씨 꽁무니에 붙어 있길래 예쁘고 귀엽다고만 여기고
주인있는 고양이네! 별 생각없이 분리수거를 하고 오는데
조금 전 그 고양이가 나에게 달려와 다리 사이에 몸을 부비려하고 있는 것이였다.
하도 작고 예쁘길래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는데 시큼한 냄새가 물씬 올라왔다. 사람손을 탄 집고양이 같은데 노란 애교쟁이의 늦은 배회와 몸의 지저분한 냄새가 의문스러워 그놈을 한손에 안고 경비실로 갔다.
"아저씨, 고양이가 집을 잃은 것 같은데 잃어버리신 분 있는지 방송좀 내주세요."
그러자, 워낙 길냥이가 많아 거북스럽고 주민들의 불만도 많은 터라 동물 보호소에 맡기던지 그냥 놔두라고 하셨다.
그러는 사이 주변에 퇴근하시는 아주머니들이 몇 분 모이셨다. 다들 귀여운 외모에 냥이에게 호감을 표했고 난 잘됐다 싶어 갈 곳이 없는것 같은데 데려다 키우실 분 없으시냐 물었다. 그렇지만 쉽사리 결정이 어려운지 걱정스러운 표정들만 하고 선뜻 나서시는 분이 없었다.
추운 오늘 밤과 로드킬 위험이 있는 주변환경 때문에 수거함에 있는 옷가지와 커다란 박스를 젊은 엄마가 가지고 왔다.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을 때 나에게 오늘 밤만 재워주시면 내일 주인이 있는지 찾아 보자고 제의를 했다. 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나는 측은한 마음만 갖고 하루만 참자. 내일은 주인이 나타나겠지! 라는 마음으로 박스체 집으로 데리고 왔다.
놀란 남편이 뭐냐고 물었다. 얼어 죽을까봐 걱정되서.... 대답을 하고 바로 욕실로 향했다. 준비되어 있지 않은 탓에 사람이 쓰는 바디워시로 따뜻한 물을 받아 목욕부터 시켰다. 발버둥치는 작은 냥이는 놀란 듯 바등거렸지만 땟물이 나오는 통에 한번 더 헹굼질을 했다. 헤어드라이기로 말리면서 걱정스러움도 감추지 못했다. 감기들면 어쩔까...?
예상은 적중했다. 말끔해진 외모는 남편과 나의 마음을 사로 잡았지만 콧물이 흐르는 것 같고 기침을 하는 것 같아 작은 생명을 죽이는 건 아닌가? 그때부터 전쟁이 시작되었다. 몸을 파고드는 애교와 예쁜 얼굴이 볼수록 탐나는 만큼 그렁그렁 소리나는 목에 정신을 집중했다. 감기 시초인것 같다. 인터넷 검색을 하며 늦은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따뜻한 물을 끓여 미지근하게 식혀 먹이고 급한 마음에 타이레놀 10분의 1을 찧어서 물에 타 먹이고 자면서도 가래 끓는 소리에 다시 나는 예전에 사다놓은 판콜A를 적은 숟가락에 떠서 먹이기를 반복했지만 쓴 맛 탓인지 도리질을 연신하였다. 목에는 손수건을 감겨놓고 밤을 꼬박 새웠다. 행여 감기걸려 죽을까봐 아침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부랴부랴 냥이 박스를 경비실 앞에 내려 놓았을 때 나를 올려다 보며 자기를 버리는 줄 알고 연신 울어대는 똑똑한 냥이. 다행히 아침에 목소리도 돌아오고 움직임도 활발해 하룻밤의 수고가 헛되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좋은 가정을 만나기를 바랬지만 아쉬움도 컸다. 그 후 여러날 냥이의 얼굴과 귀여움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나도 한 번 이렇게 예쁜 고양이를 꼭 키워 봐야지......
이런 이야기가 생각났다. 옛날에 스님이 만석꾼 집을 방문했을 때 주인이나 가족 머슴까지도 부자로 살 관상이 아닌데 어떻게 해서 많은 돈을 가지고 잘 사나하며 돌아서는 데 그 집 개가 만석꾼의 상을 하고 있었다는 말. 다시 말해 강아지나 고양이도 내 식구가 되면 복을 가지고 온다는 생각으로 생명을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다. 반려견이나 길냥이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산다면 행복이 같이 오리라 생각한다.
따뜻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언젠가 고양이를 키우게 되시면 평생 키운다는 따뜻한 마음으로 키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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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냥이한테 세균옮아요.
조심하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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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길냥이만나면 주려고 간식을 가지고 다닌적은있는데, 집에까지 데려오셔서 보살피시다니 정말 쉽지 않은 일을 하셧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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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봄날씨네요.
^^가볍게 스트레칭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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