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발 아무것도 하지마라.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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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써놓고 보니 너무 도발적인 제목을 뽑았네요. 저는 문재인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 임을 밝혀 둡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가 봅니다. 핸드폰에서 일년도 넘은 탄핵촛불집회 장면을 꺼내 보며 아 그래도 많은 면에서 저때 보다는 훨 낫지 하고 스스로를 위로해 봅니다. 인과응보 쪽으로는 시원한 방향인 거 같긴한데, 정책적인 면에서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제목을 저렇게 뽑은 이유는 이렇습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긴 어렵지만 국가에서 지정하는 중소기업 인증제도 중 제법 경쟁력이 높은 인증이 있습니다. 지원이 큰 인증들은 복잡한 서류 절차와 프리젠테이션까지 통과해야 합니다. 발표를 앞두고 배점표를 들여다 보면서 자괴감에 휩싸였습니다.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인증 및 운영 제도 목록을 뽑아 보니 아래와 같습니다.

  • 유망중소기업
  • 가족친화일하기 좋은기업
  • 일자리 우수기업
  • 일하기 좋은기업
  • 여성고용 우수기업
  • G마크 인증
  • G-노사상생우수기업
  • 수출프론티어기업
  • 착한기업
  • 스타기업 육성사업 참여
  • 벤처빌딩 입주기업
  • 미래성과공유 협약
  • 내일채움공제
  • 청년내일채움공제
  • 우리사주제도 운영
  • 스톡옵션 운영
  • 정규직 전환
  • 일자리 함께하기
  • 가족친화인증
  • 청년친화강소기업
  • 노사문화우수기업
  • 인재육성형중소기업
  • 인적자원개발우수기업
  •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
  • 일자리안정기금 지원기업

참 많지요? 저희는 스톡옵션 말고 해당되는게 없네요. 100퍼센트 정규직이라 정규직 채용 전환도 0점입니다. 다른 인증은 어떨까요? 상기에 빼곡한 고만고만한 인증들을 따려면 관리부 직원 하나는 인증만 전담으로 진행해야 할 판입니다. 지긋지긋합니다 정말. 별 도움도 안되는 저런 인증 딸 시간에 차라리 일을 더 했으면 합니다. 효율면에서 최악인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 이유는 아마도 GDP, 성장율 때문일 수 있습니다. 지원금 100만원을 굶주리는 100명에게 1만원씩 나눠줄 일을, 100명 중에 누가 제일 착하고(착하니까 2만원), 누가 키가 작은지(2만원 어치 먹고 더 커야지), 누가 아픈지(정말 아픈건 맞는지) 조사하고, 그 조사할 인원을 선정하며, 그 기준에 대한 적합성으로 논의하고 나눠주는 사람을 고용하는데 시간과 비용을 소모합니다. 전체적인 GDP는 커지겠지만 굶주리는 100명 중 결국 30명에게만 돈이 돌아가게 되고 나머지는 비용으로 소모됩니다. 민주주의, 자본주의 사회니 합리적인 수준까지는 이런 절차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 하지만 요즘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맘먹고 저런 인증만 전문으로 따고, 국가 연구과제비를 쏙쏙 빼먹고 실속은 없는 기업이 판을 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정말 아름답게 꾸며놓은 환경이에요.

청년내일채움공제도 한번 살펴 볼까요. 뉴스를 보니 2월 고용동향 신규 취업자 수가 8년 1개월 만에 가장 낮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오늘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신규 취업자에게 정부가 1000만원 '상당'의 지원을 한다고 합니다. 5년간 소득세 전액 면제로45만원, 채움공제등으로 800만원, 전월세 보증금 저리 대출 주거비지원으로 70만원, 산단근로시 교통비 지원으로 120만원 합이 1035만원+a라고 합니다. 한숨이 나옵니다. 중소기업 운영하는 실무진과 한번이라도 소통을 해봤는지 묻고 싶습니다. 직원들에게 혜택이 될 수 있을까하여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자세히 알아본 적이 있습니다. 중기청 직원에게 문의전화도 넣었습니다. 일단 직원이 저 800만원 가량의 돈을 지원받으려면 2년만근할 수 있는 정규직 신규채용(혹은 전환)자가 300만원을 2년간 적립하고 기업이 400만원을 적립하면 정부에서 900만원을 보조하여 청년이 2년근속 후 1600만원을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단 채용 30일 이내에 신청해야 합니다. 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생각인지 묻고 싶네요. 회사입장에서 30일만에 인재에 대한 평가가 나옵니까? 어차피 회사에서 400만원의 비용이 든다면 회사는 복잡하게 처리하고 골머리 썪어가며 직원이 2년 후에 1600만원을 받게하는 것 보다 한 6개월 일 시켜보고 1년만기 때 보너스 200만원, 1년또 있다가 보너스 200만원 주면 그만입니다. 어떻게 될 지 모를 신입직원의 받을 수 있을지 없을 지 모를 1600만원을 위해 2년간 400만원 추가 지출이라는 모험을 감행할 회사가 얼마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악덕 고용주라면 2600만원 연봉계약으로 채용해 놓고 200만원은 너 공제금 적립을 떼갈테니까 그렇게 알아 하며 실질 지급을 2400만원으로 한정할 수도 있겠네요. 신입직원이 회사 관리부에 당당하게 입장하여 나 내일채움공제신청할테니 청약신청 해주세요 라는 배짱이 있을 지도 걱정이 됩니다.

이러한 공제가 맘에 안드는 두번째 이유는 입사30일 이내의 신규직원에만 해당된다는 사실입니다. 현 시점에서 30일이 지난 직원들은 다른 공제 제도를 가입해야 하는데, 그 정책상품은 직원과 회사 부담(+세제지원)만 있고 정부 지원(앞서 언급했던 900만원)이 전혀 없어 메리트가 떨어집니다. 다 양보해서 신입사원들에게 채움공제 가입해 주면, 앞서 들어왔던 직원들과 열심히 일하는 인재들은 다 뭐가 됩니까. 일시적인 신규 취업자 수 늘리기 위한 꼼수로 느껴지는 이유가 이런 겁니다.

정 청년에게 돈을 주고 싶으면 정부에서 그냥 주세요. 일하기 바쁜 우리 직원들한테 귀찮게 신청하라고 하지 말고 고용보험 찍히면 그냥 나라에서 돈쏴주고 문자로 '아무개야 취업하고 열심히 일하는 구나 정부에서 돈쏴줬다 열심히 해라' 문자 보내주세요. 출산율 왜 낮은지 조사하고 소득 상위 10% 조사해서 양육비 차등지급할 바에야 그냥 애기 태어나고 5년동안 일정하게 돈으로 쏴주세요. 기저귀를 사든 옷을 사든 어린이 집을 보내든 알아서 하겠습니다. 제발 나서서 뭐 복잡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머리 그만 쓰고, 뭘 최대한 덜하고 효율적인 정부를 추구했으면 좋겠습니다. 에스토니아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냥 제발 쫌 정책을 위한 정책은 그만 만들어 주세요. 당연히 정부가 아무것도 안하면 안되죠, 이럴거면 아무것도 하지말라는 푸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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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보상 지급된 이후에 발견한게 아쉽네요. 청년내일채움공제가 채용 삼십일 이내에만 신청가능한거군요. 정말 정부지원받을거만 챙기는사람만 받을수 있겠네요..저는 정책의 맹점을 지적하는 이런글 좋습니다. 팔뤄했으니 글챙겨볼게요~

감사합니다. 가끔 정부 정책들 만드는 나랏분들이 알면서 그러는지, 치밀하지 못해서 모르고 그러는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서로 다른부서에서 만들어 중복된 정책들이 나오기도 하고 당사자 입장을 잘 모르거나 세심한 배려가 부족해서겠죠

이런 좋은 글이 2명 밖에 보팅을 못받았다니요 ㅠㅠ
규제를 해야 국회의원, 관료들이 먹고 사니 규제만 늘어나지요.
저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생각도 한 몫한다고 봅니다.
바로 국회의원, 관료에게 세금으로 국민이 돈을 줬으면 무언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국회의원, 관료들에게 월급을 바치고 제발 가만히 계세요 하고 애원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규제가 없어지고, 정부내의 비효율적인 조직이 사라집니다.
정부에게 자꾸 뭔 대책을 내놓으라고 하니 정부는 점점 거대해지고 사실 아무일도 않하는 거지요.
예산과 인력, 장비가 없다는 핑계는 늘 따라오구요^^

감사합니다. 쓸데없이 긴 내용을 너무 톡식하게 써놔서 공감을 못받았지 싶습니다:(

사실 이런 글은 읽기가 힘들기 때문에 문장을 짧게 하고, 사이사이에 재밌는 사진같은 걸 넣어주면 좋습니다. 그러면 좋은 내용을 좀 더 많은 분들이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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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이미지 올리는게 서툴고 저작권에 쫄아서 읽는분들 고려를 못했네요. 다음글에서 적극 반영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