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런던에서 서울로 돌아온 직후에 굉장히 힘들었다. 커피를 마실 곳이 없었다. 카페는 많았지만, 제대로 된 커피를 내주는 것은 찾기 힘들었다. 런던에서 자주 가던 Bar Italia 와 Monmouth가 굉장히 그리웠다. 당시 서울은 스타벅스를 비롯한 프랜차이즈가 대부분이었다. 알맞은 로스팅과 블렌딩이 결합된 제대로 된 에스프레소가 없었다. 가끔 친구들이 오래된 드립 커피점을 추천해줬지만, 에스프레소와 드립은 전혀 다른 음료다.
10년이 지났다. 정말 많이 달라졌다. 서울은 세계에서도 유명한 커피 시장이 됐다. 한 집 건너 카페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많은 카페와 홈카페, 홈로스팅이라는 단어도 그다지 낯설지 않은 곳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좋은 커피를 마시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너무 적은 것도, 너무 많은 것도 제대로 된 선택에 방해가 된다. 이제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시점이 된 것 같다. 인테리어와 컨셉은 상향평준화 된 것처럼 보인다. 다만 공간이 아닌 커피는 어떨까? 아직도 아쉬운 곳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마포구 연남동 한적한 골목에 자리잡은 리이슈는 특별한 곳이다.
예전에 한 잔의 맛있는 커피를 찾으러 서울을 헤매다 홍대의 카페에 한 곳에 정착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더 이상 가지 않지만, 얼마동안 갈증을 채워주던 고마운 곳이었다. 말 그대로 매일 가던 곳이라 바리스타들과 친구처럼 지냈는데, 어느 날 모두 그만두고 낯선 사람들로 채워지더라. 사람이 변하니 맛이야 당연히 변했고.
그 후로 다시 카페를 유랑하다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아는 얼굴을 만났다. 예전 그곳에서 가장 진지하게 커피를 대했던 바리스타. 지금은 리이슈의 대표로 자신이 원하던 커피를 만들고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요즘 유행하는 카페와 다르다.
Faema E61 머신. 클래식하다.
카운터 벽의 네온 사인. Old-Fashioned Coffee, 추구하는 맛을 알 수 있다.
Oldies, but Goodies.
선반 위의 가득한 책.
카푸치노를 시켰다. 이탈리아에서 먹었던 카푸치노처럼 진하고 아련한 뒷맛을 남긴다.
한 잔으로는 아쉬워서 'Latte Reissue'를 시켰다. 이곳의 시그니처 음료. 아이스로만 제공되는데 차가워질수록 단맛은 죽고 쓴맛이 강해지는데, 우유를 적절한 중화와 조화를 만들어낸 독특한 라떼였다.
이곳의 특징은 트렌드를 따르지 않은 올드스쿨이라는 점.
우선 맛에 대한 소감. 요즘 SNS에서 많이 회자되는 카페들은 커피의 3rd wave와 스페셜티 유행을 따라 가볍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이 대부분이다. 미국 포틀랜드의 블루보틀에서 시작되어 한국에도 상륙해버렸다. 밸런스도 좋고 가볍게 마시기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깊고 진한 맛의 표현이 떨어진다. 맛의 스펙트럼이 짧다고 할까. 리이슈는 베이스를 깊은 이탈리안 스타일로 잡아서 깊고 풍부한 맛을 낸 뒤에 유행하는 깔끔하게 떨어지는 특징을 더한 느낌이다. 기승전결과 이어지는 마무리가 명확하달까.
그리고 인테리어.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카페보다는 바가 더 잘 어울리는 진한 느낌이다. 하얀 벽에 통유리 그리고 밝은 조명, 원목 가구,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이 요즘 대부분 카페 인테리어다. 거기다 가벼운 라운지 음악 튼다. 이제 좀 흔하다.
주인의 개성이 드러나야 하는데 너무 한쪽으로 쏠린다고 할까. 리이슈는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약간 어두운 조명에 높은 키의 스툴, 음악도 베이스 둥둥 대는 재즈 위주로. 색다른 재미가 느껴지는 공간.
거기다 리이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녀석들.
리이슈 듀오. 생각치도 못한 귀염둥이들 ㅎㅎㅎ
커피와 공간 그리고 사람, 카페를 구성하는 요소 하나하나가 요즘 보기 드문 독특한 개성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서울에서 꼭 가봐야 하는 카페 중 하나.
에스프레소 매니아로서 제대로 된 에스프레소 찾기 힘들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예전에 관악구에 제가 단골이던 가게가 있는데 아직까지 거기를 넘어서는 가게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시흥쪽에서 사무실에 기계 두시고 손님 대접용으로만 쓰시는데... 한국 갈 때마다 거기는 꼭 들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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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에 있는 곳 한 번 가보고 싶네요. 전 리이슈를 제일 자주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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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집에 에쏘머신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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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찌아 클래식이라고 가정용 머신이 하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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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거기가 택배주문은 되어서 필요하시면 연락처 알려드릴게요. 저도 브레빌 900 사용중인데 가끔 주문해서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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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중에 연락 따로 드리겠습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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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이라... 저도 드립 참 좋아합니다만... 조금 다른 드립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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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다양한 드립; 좋아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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