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in kr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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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얼마나 기다렸던가
안으로 구겨진 나날들
ㄱ자로 꺾인 채 참아왔던 울음들

얼마나 기다렸던가
청록(靑綠)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대지 위로 떨어지는 날
젖은 날개 높이 들어올려
창공(蒼空)의 여름 향기 뒤흔들 그 날

나 이제 목청껏 소리 높여 울으리라
무엇이든 붙들고 울어대리라
나를 위해 너를 위해
푸른 하늘
노랗게 물들면
다시 부를 수 없는
꿈이기에 사랑이기에
무엇이든 붙들고 울려대리라

얼마나 기다렸던가
아, 나의 울음이여

나희덕 시인의 귀뚜라미를 읽고,,,

귀뚜라미(나희덕)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은 노래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숨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 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 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 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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