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7월 30일 (Day 02)

in kr •  6 years ago 

휴가 이틀째다. 어제는 주말이라 원래 쉬는 날이라고 하면 사실상 평일 날 쉬는 첫 날이다. 그럼에도 자고 일어나서 그냥 출근을 했다. 평소처럼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고 나왔더니 배가 고프질 않아서 그냥 바로 학원으로 왔다. 신문을 조금 뒤적거리며 음료수를 한 잔 마시다 작업을 시작했다. 어제 미처 학원에서 마무리 못한 작업을 드디어 마무리를 하고, 또 다시 다른 작업에 손을 댄다.

웬지 일하기가 싫어져서 유투브에서 조용필 노래를 검색하니 히트곡만 모아 놓은 게 몇 시간 분량이 있어서 틀어 놓고 계속 들으며 이 생각, 저 생각하다 자판을 두드려 본다. 이러고 있으니 마치 중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중3때 아마 여름방학즈음 이어폰을 꽂고 친척 누나가 사준 조용필 테이프를 들으며 공부하던 그 때가 생각난다. 그 당시 이것 저것 뜻도 모르는 채 읽은 책도 꽤 많은 것 같다. 한국 단편소설 모음집에 신소설까지.

그러고 보면 수학은 잘하긴 했지만 그다지 좋아하는 과목은 아니었던 것 같다. 늘상 관심이 가는 분야가 정치분야라 그 어릴때부터 일요신문같은 걸 사서 읽어 보곤 했으니. 지금 생각해도 나름 조숙한 면이 있었던 것 같다. 그 조숙한 면을 긍정적으로 잘 승화시켰으면 좋았을텐데, 인생이 원하는 대로 가고자 하는 대로 풀리는 것은 아니고, 때론 그저 놀고 싶은, 그저 쉬고 싶은 그런 맘으로 보낸 시절도 적잖이 있었던 것 같다.

만화책을 쌓아 놓고 담배를 피면서 하루 종일 읽던 기억도 나고. 그 당시 삐삐였나. 그걸로 좋아하던 교회 누나한테 메시지를 보내면 답장에 1818 이렇게 날라오던 기억도 나고. 지금은 애 낳고 어디서 잘 살고 있을텐데.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내가 한 마디 쏘아 붙여서 그런지 그 이후론 연락이 잘 안된다.

음악이란 게 과거의 기억을 생각나게 해주는 그런 기능도 하는 가 싶다. 연상작용이라고 해야할라나.

오늘은 그저 하릴 없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여기서 그냥 이렇게 보내련다. 내일은 오랫만에 친구를 만나러 간다. 친구 집에서 아마 하룻밤 자고 올 것 같은데, 내 체력이 술을 이겨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랫만에 세차도 하고. 놀러 갈 준비도 했지만 멀리 가긴 싫고. 사람 만나는 것도 귀찮고. 내가 그저 하고 싶은 일을 생각나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그저 하며 시간을 본내고 싶고, 지금 그렇게 보내고 있다.

이 곳에 글을 쓰는 것 역시 갑자기 쓰고 싶어져서 써본다. 일기라는 건 늘상 쓰는 그 순간도 재미있고, 다시 읽어봐도 재미있고.

아직 작업할 게 많이 있다. 아마 끝도 없이 많을텐데, 하나 하나 완성해 나갈때 주는 즐거움이 괜찮다. 그리고 바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가져다 주니까, 열심히 준비를 해 놓아야겠다. 이렇게 이번 한 주를 여유롭게 보내고 나면 다시 열일하며 보내야 하는 시간이 점점 다가올 것이다. 그렇게 시험 두 번 치르고 나면 금방 1년이 다 지나있을테고.

교과서 지문을 읽으며 문제를 만들다 보니 이런 구절이 나오더라.

여러분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은 바로 지금이며, 지금 여러분과 함께 있는 이들이 여러분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며, 그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여러분이 인생에서 이루어야 하는 목표라는 그런 이야기.

지금 이 시간을 나를 위해 온전히 즐겁게 사용하고 싶다. 그리고 나의 시간을 사는 이들을 위해 난 오늘도 나의 휴일을 음악을 들으며 작업하며 보내고 있다.

가즈앗!!! ㅋ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힘들게 작업을 해서 아이들이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걸로 또한 행복이죠. 그 자료들은 차곡차곡 조샘의 재산이 될테고...
곳간에 쌓여가는 재산을 본다는 생각으로 작업 하시면 되겠네요. 맥주 한 캔으로 보상 해 주시고...

친구 잘 만나고 오세요.

감사합니다~ 친구는 내일 보러 가기로 했으니 오늘은 이만 집으로 가서 쉬면서 나머지 작업을 해야겠습니다 ^^ 가즈앗!!!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