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정신병(강박관념)에서 조금 벗어나는 듯 합니다...

in kr •  7 years ago  (edited)

새벽시간이네요. 다들 잠들어 있을 시간이죠. 한참 스티밋에 글이 많이 올라올 때 새벽반 친구분들이 모였었는데 요즘은 안 모이는 것 같아요. 제가 모를 수도 있지만. 제가 운동 시작하면서 잠을 조금 더 일찍 자면서 새벽반 참여가 느슨해진 듯 합니다. 그래도 하나 스스로에 대한 변명을 하자면 스티밋은 의무가 아니라 즐거움이고, 취미로 해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전 그냥 원래 제 얘기 하는 거 좋아해서, 게다가 경제적 보상도 주어지니 블로그에 일기를 쓰듯 계속 하려고 하고, 지금도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독자들께서 바로 반응도 주셔서 얼마나 재미있는지 몰라요. 

이제 오늘이 7월의 마지막 날이고, 저한테는 휴가입니다. 작년 이 맘때가 기억나네요. 제가 퇴사결정을 내렸을 때 모든 게 막막했는데, 충동적인 결정이기도 하지만 뭔가 꼬여 있는 매듭을 이제는 풀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었습니다. 

내 삶의 주체는 난데, 어느 순간 자꾸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가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결혼 이후 자세히 말씀드릴 순 없지만 경제적으로도 너무 힘들었고, 직장에서도 제가 다른 이들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그 자체가 용납이 안되어 결국 그만뒀습니다. 

연봉이 상당한 액수였는데, 그 또라이짓을 하고 났는데도, 가족들이나 지인들 모두 저를 믿고 지지해줬죠.

1년이 딱 지난 지금..

그 결정은 너무 훌륭한 결정이 되었습니다. 물론 결과론이고, 아직 갈 길이 멀긴하지만, 그래도 정말 재미있게 일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원래 쓰려고 했던 이야기는 이게 아닌데,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야죠. 전 학창시절부터 강박관념 비슷한 걸 항상 가지고 살았던 것 같아요. 공부 잘 했습니다. 전교 1등은 못했지만, 마지막 고3 모의고사 때는 전교 1등도 했죠. 대학도 서울대 들어갔죠. 가끔은 학교 팔아 먹고 사는 것 같아 죄스러울 때도 많지만, 그래도 경제적으로 성공하면 사회에 더 큰 기여를 할 수도 있을 때가 생기겠죠. 

학창시절부터 뭔가 내가 생각할 때 선한 행위, 공부겠죠. 그리고 직장생활 때도 역시 가르치는 일이니 공부일테고. 그걸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뭔가 나는 잘 못 살고 있다는 그런 생각이 항상 머리 속에 가득했습니다.

일중독 비슷하죠.

제가 팔자가 그리 좋진 못한지 무진장 일을 해도 수입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여하튼 그렇게 일만 하다 살다 보니 아주 안 좋은 습관이 생겼습니다.

제가 학원 운영을 할 때 다른 이들도 저처럼 일해야, 아니 비슷하진 못해도 그런 방향으로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거죠.

한참 후에 깨달았죠. 그게 아니다.

일이라고 하는 것의 의미는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기에 즐거운 것이어야 하고, 절대 강요가 되어서도 안되고, 현대판 노예도 아닌데,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도 아니어야 하는데, 제가 노예를 강요하는 노예라고 해야 되나요? 뭐 그렇게 되더라구요..

지금도 사실 그 강박관념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긴 힘들죠.

작년 퇴사 결정 이후 한 달 정도 그냥 쉬었습니다. 친지들 찾아 뵙고, 가족들하고 여행도 가고, 창업 아이템도 구상하고, 그러다가 다시 예전에 함께 일하던 분의 소개로 성인학원에서 강의를 다시 시작했죠. 새로운 분야 강의라 다시 공부를 무지하게 했는데, 소득으로 연결은 안되었지만 그 강의를 준비하지 않았으면 공부하지 않았을 분야를 공부할 수 있어서 아주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여하튼 그러다가 현재의 직장으로 스카웃이 되고, 다시 학원 운영을 맡아서 하고 있는데, 가장 먼저 생각한 게 제게 부족한 걸 채우자는 거였죠. 공감능력입니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고, 다른 이들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면서 편하게 대해주고, 강사가 학원의 가장 중심이니까 그들의 삶의 즐거움이나 의미는 뭘까, 이런 걸 고민해 보기도 하고. 아직은 물론 갈길이 멉니다. 

학생들한테 억지로 어려운 수업을 강요하지 않고, 지금까지 하던 것과는 정 반대로 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렇게 놀고 있지요. 놀아도 됩니다. 뭔가 자꾸 경제적으로, 학문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그 생각 자체에서 벗어나야 삶이 즐거워질 것 같습니다.

지금도 사실 그 생각에서 벗어났다고 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상당부분 좋아졌다 생각합니다. 물론 공부 자체가 즐거운 사람은 그걸 계속 해야죠. 그런 사람들이 대학원에도 가고, 순수학문도 연구하고, 교수도 하고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기 일을 더 재미있고, 즐겁게, 그리고 더 경제적 보상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공부하는 건 당연히 좋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그게 강박관념이 되어 나를 옥죄는 그런 생각은 조금 버려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요즘 해봅니다.

어쨋튼 제가 욕심을 버리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그런 생각으로 일을 하고, 사람을 대하고 그러니까, 물론 다른 원인이 더 클 수도 있겠지만, 일도 잘 풀려나가고, 저 자신도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kr-job이란 태그를 좀 써보자는 제안을 제가 드렸죠. 학원강사 이야기도 조금 해볼까 합니다.

학원강사 생활은 언제 시작해도 늦지 않은 일이죠. 창업도 진입장벽이 낮고, 그래서 꽤 젊은 창업자들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방송강의를 하는 1년에 몇 십억씩 버는 스타강사에는 근처에도 못 가봐서.. 그 쪽 경로는 모르겠습니다.

대신 일반적으로 평범한 영어강사들은 대개 유학을 다녀오거나, 영문학을 전공하거나, 교사를 준비하거나, 뭐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순수 국내파도 있지요. 그런 분들이 40대 이하면 거의 웬만한 학원에 다 취직이 가능합니다. 

영어실력 + 강의능력

이 두 가지를 알아보기 위해 시범강의를 대부분 해야하죠. 여하튼 그렇게 해서 면접을 보고, 급여를 결정해서 일을 시작하면 됩니다.

학원강사 월급이 10년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과외비가 그렇듯이요. 그래서 결코 저보다 어린 분들에게는 권해 드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40대 이후 진출은 창업 외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가르치는 일이나 영어강의와 관련된 일을 하신 분들은 예외로 하구요.

여하튼 가르치는 일 자체를 좋아하고, 아이들을 좋아하고, 공감능력이 좋고, 인간적인 매력이 있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 하면 딱 좋은 직업입니다. 아이들을 주로 상대하기 때문에 정서적으로도 좋은 일이고.. 물론 학부모님들과의 상담이 조금 어렵죠. 특히 처음에는. 저도 상담을 잘 하는 편이 아니라서 저보다 정말 대박 Good Listener이신 Owner께서 주로 하십니다.

저는 노가다를 하지요. 나름 유머감각이 있어서 아이들과 호흡도 잘 맞는 편이고, 외모도 조금 웃기게 생겨서 애들도 아주 편하게 대합니다. 여하튼 제가 노가다라고 표현하는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영어는 내신 준비할 때 학교, 학년마다 교과서가 달라서 인원 수가 적은 학교, 학년 학생들을 일반적으로 꺼리거든요. 준비해야 할 건 많고, 그에 비해 보상이랄까 보람은 조금 적어서요. 그런 수업을 제가 다 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인원이 되고, 학습역량도 좋아 가르치는 재미가 있는 반은 선생님들한테 주죠. 

이전에는 그 반대로 했습니다. 당연히 학원이 원장이 맡은 반만 잘 되죠. 그리고는 맨날 강사탓을 하는거죠. 이게 잘 못된 부분이라는 걸 더 빨리 깨달았으면 더 일찍 성공했을 수도 있겠는데, 이제서야 조금씩 실천하려고 노력중입니다. 그리고 훌륭한 조력자를 스카우트해서 저랑 비슷한 마인드로 노가다를 시키고 있습니다. 이 친구랑은 나중에라도 함께 계속 일하고 싶은 친구라 있는 얘기, 없는 얘기 다 하며, 항상 고민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성공했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그래도 강의는 학습내용을 가지고 아이들과 나누는 대화이고, 서로 말이 통해야 하니, 그래서 그 부분에 집중하려고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이나 이런 류도 가끔 해보려고 생각은 하고 있죠. 페이스북 친구를 맺어 아이들 하는 대화도 살펴보고, 어떤 생각들을 하고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 똑같아질 수는 없지만, 그리고 그래서도 안되지만 그래도 아이들 문화를 배워가려고 합니다. 

또 얘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새었는데, 여하튼 그래서 지금은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조금은 벗어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버릇 남 못준다고 또 언제 원래 모드로 돌아갈 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학원강사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해볼께요. 영어 잘 가르치려면 공부 많이 해야합니다. 많이 할수록 가르치는 내용도 풍성해지고. 토익 900점. 이 정도론 솔직히 약합니다. 교재보고 강의야 하겠지만, 아이들 이해시키기 쉽지 않습니다. 자신이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아이들을 이해시킬 수 없으니 자꾸 암기만 강요하게 되거든요. 그럼 공부가 재미가 없어지죠. 실력은 최소 토익 만점 정도에, 눈 높이는 아이들 눈 높이로 가져갈 수 있어야, 농담도 하고, 여유도 부리면서 점수도 나오게 할 수가 있죠. 최소 4~5년 정도는 강의를 하면서 완전히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때 창업을 하는 게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이젠 변호사도 영업이라는데, 괜한 자존심으로 학부모님들을 상대해선 조금 곤란할 듯 합니다. 공장에서 물건 만들듯 성적이 딱 나오지는 않지만, 최소한 사교육은 점수를 올려놓아야 무슨 얘기를 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공부에 질리게 만들지 않도록 하는 게 바로 노하우고 지혜겠죠. 

전 성향이 사업가라기보다는 가르치는 쪽이 더 맞는 건 분명한 듯 합니다. 그렇지만 이제 40에 접어들었고, 15년 이상 이 쪽에서만 일을 했으니, 분명 경영능력도 배우고 익혀야 할 듯 합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감정을 다스릴 줄 알고, 다른 이들과 함께 소통하며 공감할 줄 아는 넉넉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또 다른 강박관념으로 '공부'에 대한 강박관념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글이 조금 많이 길었네요. 1주일 이내에 저 아래로 내려갈 글이라 참 다행스럽습니다. 스티밋은 그게 좋은 것 같아요. 나중에 혼자 다시 읽어보겠지만. 그리고 또 다시 이런 비슷한 일기류의 글을 쓸 때는 조금 더 통찰력 있고, 깨달음이 담긴 눈이 즐거운 글을 써야겠죠. 그럼, 일주일 멋지게 시작하시고, 다들 화이팅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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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께선 사명과 특히 소신을 가지고 계신것같아... 많이 부럽습니다. 저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있는데 여러가지로 힘드네요...

저도 힘들 때가 있었습니다. 특히 한 5~6년 전에는 다른 일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다가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처음부터 시작해보자는 맘으로 다시 하다 운이 좋아 원장역할도 해보게 되었죠~ 분명 고비는 있겠지만, 그럴수록 동종업계 분들과 얘기를 많이 나누시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짧은 소견 드립니다~ 새벽시간 댓글 다신거 보니 낮에 출근하시는군요.. ^^

화이팅 입니다
응원 합니다

부지런하십니다~~ 저도 늘 응원하고 있습니다~!! ^^

아이를 둔 부모로써 이런 선생님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즘은 그냥 학원에 보내도 공부공부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죠. 그럼 당연히 점수는 나오지 않을겁니다.
흥미있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관심 분야로 선생님이 연구하고 노력한다면 분명 아이들에게도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고 생각됩니다.
요즘 부모님들이 워낙 쎄셔서(?) 선생님들이 엄청 힘들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소신있는선생님들이 많이 나오셔서 전적으로 선생님들에게 교육을 믿고 맡겨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과 소통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으로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ㅎㅎㅎㅎㅎ
그럼 오늘 하루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_^

아구.. 감사합니다~~ 그냥 편하게 맡길 수 있는 학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

  ·  7 years ago (edited)

저도 한때 영어강사를 해볼까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아르바이트 하던 영어학원의 원장선생님께서 절 좋게 봐주셔서, TESOL 공부하고 그 학원에서 강사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주셨거든요.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제 갈길은 아니다 싶어서 접었지요.
영어를 잘한다고 다 좋은 강사가 되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말씀하신대로 아이들도 좋아해야 하고, 말하는 것도 좋아해야 하고. 강사로서 철학과 신념이 있어야 하는 일이죠. @tutorcho 님은 천상 영어 선생님이시네요. :)

보통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전업으로 가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시작했죠. 철학과 신념까지는 아니어도 아이들을 자식처럼, 조카들처럼 좋아하긴 합니다~~ ^^

막 퇴근하며 늦은 점심겸 저녁 먹으며 보는데 무언가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저도 kr-job에 글 올리겠습니다. 힘내셔요^^

제가 다소 무겁게 쓴 듯 하군요... 밝은 마음으로 썼는데.. . 학교 이야기도 한 번 써주시면 좋을 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