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2017년 고려대 수시 구술면접 고사 (학교장 추천전형) 인문계 문항을 다루어 보겠습니다. 고려대는 오전/오후로 나누어서 별개의 면접 문항을 구성했었네요. 준비시간이 12분이고, 면접시간은 6분이니 비교적 간략하게 답변해야 하는 문제로 보입니다. 답은 편의상 문어체를 사용하겠습니다.
(가) 지난 18일 OO지법이 2심에서 처음으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병역 거부에 대해 무죄 를 선고한 일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법원 형사 3부는 입영을 거부해 병역법 위반 으로 기소된 A씨 등 3명에 대해 "병역 기피의 정당한 사유가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병역법 제88조 1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종교적 신념이 병역 거부의 '정당한 사유'라고 본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종 교적 이유로 집총을 거부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이며 국제적 추세에 따라 우리도 이를 권리로 인정해야 한다"며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고 A씨와 같은 병역 거부자를 형사 처벌하는 것 은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고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나) OO회사에 근무하는 B씨는 채식주의자이다. 개인적인 신념에 따라 오랫동안 채식주의자의 길을 걸어왔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를 아직도 '유별난 사람'으로 여긴다. 그가 채식주의자임을 밝 히면 많은 사람들은 "편식해서 건강 해치지 말고 아무거나 그냥 먹어라"라고 이야기한다. 그 러나 B씨에게 채식주의는 동물이 요리재료가 되기 위해 사육되고 가공되는 과정에 문제의식 을 갖고 임하는 일종의 의식운동이다. B씨는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 동료들과 식사를 할 때 메뉴 선택에서 걸림돌이 되는 기분을 느끼는 것이 매우 불편하다.
(다) 비록 한 사람을 제외한 전 인류가 같은 의견을 갖고 있고 오직 한 사람만이 반대 의견 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그 한 사람이 권력을 가지고 있어서 전 인류를 침묵시키는 것이 부당 한 것과 마찬가지로 인류가 그 한 사람을 침묵시키는 것도 부당하다. -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1. 제시문 (가)와 (나)에 소개된 사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하시오.
[조선생 답]
(가)와 (나)의 사례 모두 사회적 소수자들에 해당하는 경우이다.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나 동물이 사육되고 가공되는 과정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의식적으로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것 모두 일반인들보다 조금 과하게 그리고 더 근본적인 태도를 가지고 사회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이라 볼 수 있다. 다만 (가)의 경우는 현행법상 논란이 되는 사회적 문제로 이것을 인정했을 때 미치는 파장이 상당히 큰, 그리고 악용의 소지가 있는 사례이고, (나)의 경우는 개인의 신념에 따라 비교적 자유롭게 실천할 수 있으나 이 역시 어느 정도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는 불편을 줄 수도 있는 사례이다.
2. 제시문 (다)의 관점에서 제시문 (가)와 (나)의 사례를 설명하고 바람직한 문제해결 방안을 말해보시오.
[조선생 답]
(가)의 경우 지금까지 수 십년에 걸쳐서 특정 종교를 가진 사회구성원들이 겪고 있는 문제이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가진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구체적으로 군 복무의 어떤 부분이 그들의 양심을 침해하며 복무할 수 없는지 구체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가능하면 그들을 군 복무에 수용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파장은 엄밀한 검증을 통해 상당 부분 가려낼 수 있어서 생각보다 그 폐해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는 법적 강제가 아닌 사회적 배려를 통해 그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찌 보면 사회적 소외를 자초할 수도 있는 사안인데,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 우리 사회가 배려하는 쪽으로 전반적인 의식이 바뀔 때 제대로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법적 강제로 그들의 소외감을 해소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사회적 소수자 문제에 대한 소통과 토론을 통한 문화적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3. 사회의 가치와 개인의 신념이 충돌하는 경우, 둘 중 어느 쪽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 하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조선생 답]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사회적 가치가 우선한다고 본다. 사회적 가치라는 것도 본질적으로는 그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신념이 구체화 되어 보편적으로 적용된 경우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존재이며 사회를 떠나살 수 없는 존재이다. 자신의 신념과 사회적 가치가 충돌할 경우 자신의 신념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질서에 순응하는 쪽으로 가야 사회가 유지될 수 있으며, 그 사회가 유지될 때 개인의 삶도 보장되고 자신의 이상도 펼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4. 사회적 소수자를 존중하기 위한 방안을 지원 전공분야와 관련하여 설명하시오.
여기서 제 전공을 밝혀야 되네요. 고려대에 아마 입학했더라면 행정학과에 입학했을 겁니다. 고려대에는 종교학과가 없죠. 지금도 행정학과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그에 맞추어 답변해 보겠습니다. 이번에는 경어체를 사용할게요.
[조선생 답]
오늘 면접 질문에서 제시된 극단적인 경우를 떠나서라도 우리 사회에는 실질적으로 소외된 계층들이 많습니다. 그들 모두 사회적 소수자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다양한 개인들이 사회적 공통의 가치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신들의 신념과 자아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보완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또한 이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존의 법과 제도를 어떻게 정비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토론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PS
오랫만에 풀어보니 쉽지는 않습니다. 답은 금방 떠오르지만 이를 어떻게 다듬어야 할지 그리고 논거도 명확히 정리해야 하는데, 두루뭉실한 답안이 작성된 듯 합니다. 댓글로 의견을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