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풀어보는 논술/구술 면접 (9) - 2017년 고려대 수시 특별전형 국제인재 구술고사 해설 [인문계 01]

in kr •  7 years ago 

한번 시작한 일은 꾸준히 해줘야겠죠. 오늘은 2017년 고려대 수시 특별전형 국제인재 면접 및 구술고사 문항을 한 번 다루어 보겠습니다. 답안은 편의상 문어체로 하겠습니다. 

(가) 인도 북부 하리아나 주에서 벌어진 자트 카스트 집단의 시위 과정에서 19명이 사망했다. 공무원 채용 시 하층 카스트에 정원을 할당하는 것에 반발한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자트 카스트는 전통적으로 농업에 종사했으며 토지를 소유하고 있어 경제적으로 부유한 편이고 정치적 영향력도 상당해 중류 이상의 계층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공무원 정원의 절반이 하층 카스트에 배정되자, 할당제를 적용받지 못한 자트 카스트들은 공무원이 되기 어려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에 본인들을 기타하층민 계층으로 분류해 공무원 정원에서 할당제를 적용해 주거나 하층민 우대정책을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들의 주장이 가진 자가 더 가지려는 이기심의 발로라고 비판한다. 하층 카스트 대부분은 우대 정책을 적용 받더라도 경제적으로 취약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며, 이들이 차지하는 정부 일자리도 청소 업무 등 최하위직에 머무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는 인도가 전통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하면서 하층 카스트 우대 정책을 재고해야 할 때가 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나) 2016년 국내 주요 4개 시중은행의 여성임원 수를 확인한 결과, A은행 2명, B은행 0명, C은행 0명, D은행 1명으로 집계되었다. 이에 따라 주요 4개 시중은행 전체 여성임원 수는 2014년 4명에서 2015년 7명으로 증가했다가 다시 2016년에는 3명으로 줄어든 사실이 밝혀졌다. 반면 주요 4개 시중은행 전체 남성임원 수는 2014년 81명, 2015년 8명, 2016년 132명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 여성임원 수의 감소현상과는 상반된다. 이와 관련해 “이번에 물러난 여성임원 자리에 여성을 채우지 않은 금융업계 입장에서는 그들의 뒤를 이을 사람이 많지 않았을 수 있다. 만일 여성금융인들의 역량이 부족했다면 앞으로 키워나가야겠지만, 여성인재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다) 존 롤스의 <정의론>에 따르면 ‘좋은 질서를 가진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사회의 기본 제도에 대한 합의는 ‘원초적 상황’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원초적 상황이란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 지위, 성별, 가정환경, 경제적 상황 등에 대해 알지 못하는 ‘무지의 베일’을 쓴 상황으로, 원초적 상황에서 합의한 원칙들이 가장 공정하다. 무지의 베일을 쓴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유리해지는 상황을 위해 모험을 하기보다, 혹시라도 자신에게 돌아올지 모르는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있는 원칙에 합의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원초적 상황이라는 가상적인 상황을 통해 공정함을 이끌어내는 것이 ‘공정으로서의 정의’이다.

1. 제시문 (다)가 설명하는 공정으로서의 정의를 토대로 제시문 (가)의 카스트 제도, 제시문 (나)의 성 불평등이 정의롭지 않은 이유를 각각 설명해 보시오. 

[조선생 답]

(다) 지문에서는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재능, 지위, 성별, 가정환경, 경제적 상황 등을 모두 모른다라는 가정하에 사회적 제도에 대해 합의했을 때 공정으로서의 정의가 구현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가) 지문의 공무원 채용기준을 결정하는 데 있어 이와 같은 정의를 기준으로 한다면 지원자의 신분에 따른 차별은 정의롭지 못한 결과가 된다. 공무원 채용의 경우 공무원이 필요로 하는 역량과 능력이 무엇인지를 기준으로 삼아 채용기준을 정해야 할텐데, 신분제를 바탕으로 한 할당제도는 이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애초에 지원자의 사회적 배경에 대해 모른다고 전제하고 만든 채용기준을 위배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나) 지문에서 시중은행의 여성임원 수가 적은 문제 역시 임원후보자의 성별에 따른 차별이 가져온 결과라 볼 수 있다. 시중은행의 임원이 필요로 하는 역량과 능력, 기술 등의 요건을 따져 임원 채용 여부를 결정해야지, 지원자의 성별에 따른 차별의 결과는 (다)  지문에서 제시한 정의의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2. 한국의 사회 불평등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를 선정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본인이 지원한 전공분야와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제시해보시오.  

[조선생 답]

우리 사회의 대표적 차별은 교육기회의 불평등을 말할 수 있다. 경제적 격차가 교육 기회의 격차로 그대로 이어진다. 비단 사교육 뿐만 아니라 공교육의 경우에도 자립형 사립고 및 특수 목적고 등에 진학해 공부하기 위해서는 대학등록금보다 비싼 수업료를 내고 학교를 다녀야 한다. 게다가 대학교육을 받는 기간 동안에서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등을 해야 하는 학생들은 자신들의 역량을 기르는 데 온전히 시간을 투자할 수가 없다. 학자금 대출 등의 제도가 있긴 하나 이는 사회진출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 역시 출발선부터가 달라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저출산으로 인해 수 많은 대학들이 앞으로 통폐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 국민의 부담을 늘려서라도 교육비 지출로 인한 격차가 생기지 않도록 복지의 상당 부분을 미래세대의 평등한 교육에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3. 제시문 (나)에서 논의되는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역량 있는 여성임원의 수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일부 남성사원들이 본인들의 기회가 박탈당했다는 주장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주장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말해 보시오.

[조선생 답]

과거 고위 여성공무원 할당제도가 있었다. 여성 합격자수가 20%가 될 때까지 합격선에 미달한 수험생을 모두 채용하는 제도였다. 지금은 폐지가 된 제도이다. 합격선을 넘은 남성합격자를 배제하는 제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시행되었었다. 여성 임원수 확대의 문제도 비슷한 방식으로 풀어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절대적인 채용기준을 정해서 성별에 관계없이 임원을 선발하고, 여성 후보자를 추가로 채용하는 제도를 통해 여성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은 남성 후보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 이상 제가 구상한 답변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정의'라는 문제가 정말 화두입니다. 시험장에서도 이 문제가 계속 제기가 되네요. 여러분들의 현명한 댓글과 조언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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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log is mine, too. Thank you!!

어머낫 입시시험 본지 너무 오래된 저는 이걸 보니 요즘 아이들 너무 어려운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입시하라고 하면 못할것 같아요 ㅎㅎ

구술이나 논술문제를 평소에 많이 접하도록 해서 생각하는 힘을 길러줄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어렵긴 하지만요~ ^^

이거 보니까 저 논술보던 날 생각이 나네요 ㅋㅋㅋ 추운 겨울에 오들오들 떨면서 차가워진 손으로 긴장잔뜩해서 썼었는데.. 통찰력 대단하세요

저의 허접한 답변에 무슨 통찰이 있겠습니까. 그저 학생들 입장에서 한 번 해보면서 연습좀 시켜야 할 것 같아서요. 감사합니다. 가즈앗!! ^^

전 공돌이라 논술의 논자도 본 적이 없는데
정말 보면 볼수록 토가 나오네요 🤯

자연계열쪽 문제는 풀 엄두가 나질 않던데요~~ ^^ 각자 전공에 따라 다르겠죠~

문제의 수준이 상당하네요. 사교육을 받지 않은 고교생의 입장에서 답할 수 있는 수준인가 조금 당혹감은 있네요ㅎㅎ 저라면 엄청 어버버 했을 것 같습니다~

겸손의 말씀을... 미리 연습하면 대처할 수 있지요~~ 가즈앗!!!

안녕하세요!! 노래 작업을 포스팅 하는 뉴비입니다^^
우연히 들르게 됐습니다 ㅎㅎ
여유가 되신다면 방문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네~~ 그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