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sex talk without sex

in kr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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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모임을 같이 하는 친구가 지난번 글을 읽고, 이 직장에서 많이 고통스러웠겠다고 위로를 해주어서 깜짝 놀랐다. 사실 이 두번째 직장은 나의 일곱 군데 직장 가운데 가장 즐거웠던 곳이기 때문이다. 억울한 일을 당한 적이 한번도 없던 유일한 직장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일 때문에 눈물을 흘려본 적 없는 유일한 직장이기도 했던 것 같다. 물론 나쁜 직장으로 보일 수도 있는 면이 많지만, 아무래도 저번 글은 tone 조절에 실패한 듯한데...

아무튼 떨어져가는 초기 투자금을 보충하기 위해, 우리 webzine은 수익 사업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기인과 도인과 낭인의 팀장 셋은 해결책이 sex webzine 창간이라고 판단했다. 오로지 sex content만 돈이 되고 있던 시절이긴 했다. 모든 문화 content가 무료로 풀리고 있었고, 해외에서나 국내에서나 internet에서 유료 결재자를 모으는 content는 연예인 sexy 화보가 유일했다.

나는 팀장들의 vision에 회의적이었고 남성 위주의 content일 것이 뻔하므로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어차피 내 의견이 받아들여질 것도 아니고, 호기심도 느꼈다. 이때 아니면 내가 언제 sex content를 다뤄보겠는가? sex는 큰 힘을 가진 content이고 언제나 혁명을 추동하는 요소였다. 내 책장의 맑스, 레닌 책들을 보고도 아무 말 않던 엄마가, [성의 역사]를 위시한 푸코와 마르쿠제, 빌헬름 라이히의 책들을 가리키며 저것들 뭐냐고, 길길이 뛰던 기억이 떠오른다.

우리는 우선 해외(미국)의 sex webzine들을 돌아다니며 자료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당시 episode는 다른 블로그(blog.naver.com/uchatn/221192270740)에 썼으니 참고 하시길.

그리고 우리 사이에서도 자연스레 성생활 이야기가 오갔다. 아내가 고집하는 체위를 진지하게 분석하기도 하고, 매매춘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으며, 애인의 발 fetish를 고백하며 다같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던, 나름대로 재미있는 시절이었다. 성에 대한 일반론적인 토론과 남녀 관계에 대한 문답도 오갔다. 당시 늘 사무실을 방문해서 끊임없이 여직원들에게 집적거리던, 나이든 문화계 인사들을 두고, 남자들은 왜 저러는 거냐는 여자들의 우문에 대해, “남자는 0.00001%의 가능성만 있어도 도전한다”는 현답을 듣고 큰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모두 유부남인 세 명의 남자 팀장 중 한 명은 체격 좋은 미남이었고 다른 두 명은 볼품없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다른 두 남자에게만 염문이 무성했다는 것이다. 한 남자에게는 여성 손님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 연락도 잘 안 되는지, 아니면 자연스러운 방문을 의도했는지, 자리에 있지도 않은 남자를 찾아온 여자 손님들이 하염없이 그의 자리에 앉아 기다리다가 가곤 했다. 실은 그의 컴퓨터를 뒤지러 온 것 같기도 했다. 다른 한 남자는 대대적인 불륜 사건을 일으켜 사무실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sex webzine을 하고 있어서 그랬는지, 사내 공기는 불온할 수밖에 없었다.

이쯤에서, 사내 연애는 없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수도 있겠다. 혹시 있었을지 알 수는 없는 거지만, 내가 알기론 없었다. 다만, 선명하게 떠오르는 episode가 한 가지 있다. 말수도 적고 허술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찾아오는 여성이 많던 팀장을 가운데 놓고 어느날, 직원들이 작심한 듯 의아한 심경을 토로했다. 당신에게 왜 따르는 여자들이 많은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특히 여직원들의 의심스러운 눈초리와 질문 공세를 가만히 받고 있던 그 남자 팀장은 대뜸 한 여직원을 지목하며 말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당신 정도는 바로 후릴 수 있어.”

나머지 동료들은 폭소를 터뜨렸고 지목을 당한 동료는 그 자리에서 펄펄 뛰었다. 별볼일없는 상사이긴 했지만 엄연한 상사였는데, 거의 개새끼 수준의 욕이 튀어나왔다. 그 팀장은 자세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그냥 실실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옆에서 “나도? 나도?” 하고 물었지만 그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 팀장은 상당한 미인이었던 그 여직원에게 회심의 도발을 했던 게 아닌가 싶다. 나에게는 별 관심이 없으니 ‘마음만 먹으면’을 할 생각이 없었던 거고. 어떻게 해도 그 여직원에게 전혀 먹힐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 팀장의 도발은 상당히 위력적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유혹의 기술에 대해 뭘 좀 알긴 아는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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