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일기

지나가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타는 모습을 보았다.
땀을 흘리며 계단을 오른다.
그리고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래로 신나게 미끄러져 내려갔다.
즐겁게 노는 아이들 모습에서 문득 코인을 떠올렸다.
요즘 코인 차트의 모습이 아이들의 모습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코인도 오르고 떨어지지만 아이들도 올라가서 미끄럼을 타고 내려온다.

나도 모르게 어이없는 웃음이 나온다.
그런 모습에서 코인을 떠올리다니 갈 데까지 간 모양이다.

아까 본 미끄럼틀의 아이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차트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또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오를만 하면 떨어진다.
그것도 오를 때는 천천히 오르지만 내릴 때는 순식간에 하락이다.
계속되는 반복 되는 차트에 마치 거대 세력이 장난을 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음모론을 믿는 건 아니지만 최근 계속되는 악재들 모두가 그들의 작품 같다.
머릿속으로 하락하는 차트와 그들의 행보를 연관 지어 소설을 써본다.

상상의 처음은 세력이 코인을 미칠 듯이 내리꽂으면서 시작한다.
코인은 떨어지지만 세력은 마진 거래로 오히려 수익을 얻기에 시작부터 이득이다.
어느 정도 수익이 나면 세력은 한 발 뒤로 물러선다.
하지만 거대 음봉에 놀란 개미들은 버티지 못하고 던진다.
음봉에 거래량이 터지는 패닉샐이 완성되었다.

패닉샐이 만들어진 이후 세력이 다시 타이밍을 잡아 매집을 시작한다.
그들의 매집으로 반등이 생긴다.
바닥을 찍고 상승하는 모습에 개미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지만 아직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그냥 눈을 돌려버리면 되지만 개미들은 쉽게 눈을 돌리지 못한다.
패닉샐 이후 낮아진 가격과 세력이 매집하며 만든 상승 곡선이 계속해서 개미들을 유혹하기 때문이다.

머리 한켠에는 독이 든 사과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향기에 홀려 사과를 취하는 개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들의 등장으로 상승 곡선이 커져 관망 중이던 개미들까지 유혹을 버티지 못하고 뛰어들기 시작한다.
개미들의 본격적인 합류로 차트는 상승 곡선을 그린다.
그리고 마침내 모두가 하락에서 상승으로 장이 변했다고 착각을 하기 시작한다.

때가 무르익었다.
개미들의 합류를 반기며 타이밍을 계산하던 세력이 마침내 활동을 개시한다.
다시 비트를 내리꽂는다.
이번에는 상승한 물량에 마진거래까지 이득이 더 늘어났다.

위의 이야기는 픽션이다.
맞지도 않는 퍼즐 조각을 억지로 끼워 그럴듯하게 만든 상상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변수가 많아 실행하기 힘들 만큼 구멍투성이의 계획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렇게 너무 뻔한 장난으로 개미를 털기에는 무리다.
그들은 이런 뻔한 계획보다 더 치밀하고 생각하지 못하는 방법을 사용할 테니까.

웃음이 나온다.
음모론에 너무 심취했다.
진짜 상승하기 시작하면 모두 없어질 그런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이게 모두 상승하지 못하고 계속 흐르는 코인 탓이다.
오르지 않는 코인을 탓하며 거래소 앱을 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