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910오늘의서울시] 시민민주주의의 가능성?:조례제정 공청회

in kr •  6 years ago 

[오늘의서울시] '무엇을 멈출 수 있는가'라는 질문

오늘 서울시에서는 시민민주주의 기본조례 제정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고 이에 대해 토론자로 참석하게 되었다. 많은 쟁점은 있겠지만, 일단 민주주의의 위기 시대에 서울시가 민주주의라는 질문을 행정 내부로 가져와 논의한다는데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던진 질문은, 시민민주주의의 힘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어떤 것을 멈출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제안했다. 이것은 기존의 서울시 혁신이 기존 행정 구조의 개혁이 아니라 기존 행정구조를 현상유지하면서 부가적인 사업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왔으며, 이의 실효성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개인적인 평가에 기인한다. 토론문을 붙인다.

*토론회 전체자료집: https://drive.google.com/file/d/0B8Te5MssCy7NTUp4TDV0cnpTZUYxLUZ2MGg3UHROUEo0TVNN/view?usp=sh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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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주주의 조례_토론문

시민민주주의의 가능성?, ‘무엇을 멈출 수 있는가’라는 질문

느닷없는 민주주의가 논란이다. 사실 민주주의 위기라는 이야기는 한국적 맥락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보편적인 당대의 문제들이다.

[‘crisis of democracy’구글 북스 Ngram Vie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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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영문으로 된 책에 사용된 언어의 빈도수를 보여주는 구글 서비스를 활용해보면, 2차 세계대전 이후를 제외하고 현대는 독일 통일과 소련 붕괴 시기인 1989년 전후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민주주의라는 것은 당대의 문제다. 따라서 이번 토론에서는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논의보다는 ‘정책화하는 민주주의’에 대해 축소해 다룬다. 기본적으로는 서울시가 혁신, 소통, 협치라는 말을 행정의 언어로 익숙하게 만들었듯이 민주주의라는 말을 행정 기구 안으로 이끌어 가려는 노력에 동의한다. 그 이유는,

첫째 지방자치제도가 지나치게 행정조직화된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현재 법상 지방정부의 위상이 지방자치‘단체’이듯이 하나의 행정단체로서 법인격을 도드라지게 지닌다. 이럴 경우 정책형성과 평가의 피드백보다는 집행과정이 압도하게 된다. 사실상 지방자치가 행정자치로 전락한 상황이다.

둘째 정치적으로 선출된 정치인이 행정가로 변화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앞의 요인과 상관하여 고도의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인 선거를 통해서 당선된 정치인이 당선 이후에 ‘탈정치적 맥락’을 당연시하고 행정의 수반으로서 리더쉽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정치는 판단이지만 판단을 회피하고 익숙한 관행을 쫒는 현상유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든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사회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갈등의 산물이고 그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동적인 과정임에도 현재 지방자치제도는 정적인 형태로 고정되어 왔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민주주의의 문제를 기존의 행정구조에 대해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방식의 고민을 하는 것 자체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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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바탕으로 현재 준비하고 있는 <서울특별시 시민민주주의 기본 조례(안)>(이하 조례안은 이 조례를 의미한다)와 <서울 민주주의 방안>(이하 방안)에 대해 2가지 질문을 드린다.

질문 1: 서울민주주의는 무엇으로부터 이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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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현재 서울시는 최초의 3선 서울시장이 등장했다. 즉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정한 경향성을 가진 정책들이 지속성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서울시가 시행했던 마을공동체만들기 사업, 공유도시 사업, 사회력신 사업 그리고 희망온돌-찾동으로 이어지는 복지전달체계의 개선과 서울형 주민자치회 등 협치 과제들은 이제 안정적인 제도화의 시간을 가져야 할 시기다. 실제로 그런가?

실제로 지난 7년 동안 서울시의 다양한 정책들이 잠재되어 있던 시민들의 다양한 필요와 욕구들을 자극하고 이를 광장으로 이끌어내는 데는 성공했다. 그런데 이들은 여전히 행정자원에 종속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원초적인 행정의 틀형에 맞춰서 필요와 욕구가 재단된다. 대표적으로 공공계약 및 보조, 지원사업의 형태가 그렇다. 여전히 갑-을 관계를 전제로 만들어져 있는 이들은 행정에서 사전에 정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항목에 맞춰서 새롭게 등장한 필요와 욕구를 골라낸다.

박원순 시장 7년 동안 다양한 혁신 성과에도 불구하고 언뜻 떠오르는 행정혁신의 내용은 떠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시민들이 행정의 언어에 익숙해졌고, 행정이 생각하는대로 생각해 되었다. 즉 행정의 시민화가 아니라 시민의 행정화가 된 셈이고, 어떤 맥락에서는 이를 ‘시민의 역량강화’라는 말로 포장하는 상황으로 전락했다.

그런 점에서 서울민주주의가 5%를 시민이 결정한다고 했을 때 중요한 것은 5%라는 범위가 아니다. 오히려 기존과는 다른 ‘결정’이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 더 중요하다. 5%든 50%든 사실은 기존의 행정 틀형에 따른 결정이라면 사실은 세련된 주민들의 동원체계에 불과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 조례의 제3조 원칙에는 ‘민간과 시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라고 정하고 제4조를 통해서 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명시하면서도 왜 행정의 책임에 대한 것, 구체적으로 서울시 공무원에 대한 사항은 빠져 있는지 궁금하다. 시장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있지만 실제 시민들이 만나는 행정은 스스로를 시장의 대리자라 생각하지 않는다. 공동의 한 당사자인 공무원에 대한 권리와 의무의 지정 역시 필요하다.

  • 조례의 제7조에 명시된 행정조직은 위원회 체계 내에 설치되는 상당히 독특한 위상의 행정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이 조직이 행정기구 설치조례나 지방공무원 정원 조례를 명시적으로 쫒도록 함으로서 제3조에서 명시한 ‘수평적 협력관계’라는 것이 가능할지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구체적 권한을 가진 행정과 상징적 권한을 가진 시민은 수평적일 수가 없다. 시민들의 행정참여에 대한 구상이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이 조례에는 명시적으로 시민민주주의 대상이 서울시 전체의 정책이라는 점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방안에서도 기존에 서울시가 하고 있는 정책에 대한 것이 아니라 95%와 분리된 5%를 다루는 제도임을 명시적으로 드러낸다. 시민민주주의의 대상이 서울시 정책의 모든 것이 될 필요가 있다.

라는 세부적인 질문을 드린다.

질문 2: 서울민주주의는 합의 가능한 것을 대상으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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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의 주요한 과정은 하나의 구체적인 스케일을 가지고 있다(12쪽). 마을총회, 자치구공론장, 숙의공론장+디지털 공론장이라는 절차가 그것이다. 이 내용을 보면 논의 구조가 마을단위에서 지역으로, 그리고 서울시 전체로 상향하는 그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것은 의제를 제한하는 문턱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마을총회의 의제가 될 수 없는 것들은 어떻게 되나. 기본적으로 시민민주주의라 했을 때의 ‘시민’이라는 정체성이 마을총회에서 시작하는 ‘단일한 의제 과정’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의제를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자체는 어떻게 평가를 받고 견제를 받을지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실제 공론과정의 최초와 최후에는 모두 ‘서울민주주의위원회’가 자리를 잡고 있다. 안에 따르면 총 6만5천여명이 참여하는 공론과정에 대한 의제 설정과 결과 정리의 권한이 고작 11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권한으로 부여되어 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제정한 <서울특별시 주민참여 기본 조례> 상의 제9조(시정정책 토론 등의 청구)에서 정하고 있는 ‘5천명이 요구할 경우 의무적으로 공청회를 개최하여야 한다’는 강행 규정이나 청와대 국민청원과 같이 20만명 의무 답변과 같은 강행 조치 등이 현재 서울시 시민민주주의 프로세스에는 발견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까 기존에 서울시가 하는 사업 중에서 이해관계자가 소수이거나 혹은 갈등 사안의 경우에는 애초 공론이나 숙의 대상에서 배제하는 효과를 갖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든다. 실제로 조례의 다양한 규정이 ‘공동’과 ‘합의’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역으로 합의가 가능하지 않는 의제는 다루지 않는다 라는 의도로 읽힐 수 있는 개연성이 크다.

  • 기본 구상자체가 의회-행정-시민의 합의를 전제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마치 운영의 합의가 아니라 의제의 합의를 위한 기구로 보인다. 즉, 상당히 최소주의적인 의제결정이 유도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 의제를 어떻게 처리하는가라는 과정이 아니라 ‘의제가 되는 과정’에 대한 사항이 조례에서나 방안에서도 누락되어 있다. 이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사실상 ‘합의된 의제’혹은 ‘합의 가능한 의제’만 공론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피할 수 있는 방안으로, 몇 가지 공론의 강행 규정이 필요하다.

  • 민주주의는 갈등의 제도이므로 다수의 합의와 숙의 외에도 소수의 목소리와 숙의에서 배제된 이야기들 역시도 제도로 들어갈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의제의 선정이 아니라, 의제에 따른 공론화의 수준을 ·토론회 개최 ·제도개선안 마련 등으로 다양해서 다루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라는 세부적인 질문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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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1.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까지 멈출 수 있는냐가 기준이어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는 ‘결정’과 관련된 것에서 나온다. 현재 서울민주주의 방안의 주요한 사항들은 대부분 ‘무엇을 할 수 있는 것’ 중심으로 짜여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멈출 수 있는 결정에 대한 것이다. 실제로 행정기관화 된 지방정부의 가장 중요한 한계는 일단 시작한 행정절차는 거의 완전한 견고함을 지니며 집행된다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시민민주주의의 가능성은 견고한 것을 말랑하게 만들 수 있는 힘, 확정된 것을 모호하게 만드는 힘과 깊게 연관된다고 생각한다. 과연 서울시에서 준비하고 있는 시민민주주의는 어디까지 멈출 수 있을까. 이를테면 좀 논쟁적인 의제를 제안한다면, 박원순 시장이 제안한 경전철 4개 노선을 민자사업에서 재정사업으로 전환한다는 이 문제가 시민민주주의의 의제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시민민주주의는 역설적으로 ‘양해된 민주주의’의 형태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제안 2. 시민-의회-행정이라는 주체가 함께 바뀌는 민주주의여야 합니다.

지난 7년 간의 서울혁신에서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시민들이다. 반면 가장 바뀌지 않은 것은 행정이다. 사실상 별도로 고립되어 있는 곳은 의회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민주주의의 과정은 이것의 주체가 스스로 바뀌는 전환의 과정을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단적으로 말하면, 참여예산사업이고 4개월에 가까운 공론과 협의 과정을 거치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행정의 사전절차로 돌아가야 한다면, 이것은 시민참여의 성취가 아니라 시민참여라는 절차를 시민들이 감수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를테면 지금과 같이 협치형 사업이 변화하지 않는 행정절차로 인해서 3차에 걸친 유찰 이후에 수의계약을 해야 하고, 민간 기업체와 동일한 기준으로 보고의 형식(내용이 아니라, 형식이다)을 준수해야 하며 적격성을 가져야 한다면 참여제도는 그 자체로 시민의 몸을 행정의 틀에 맞추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지난 7년 동안 서울시의 핵심적인 행정절차나 규정, 지침 들이 얼마나 바뀌었을까.

제안 3. 주민과 대립하는 ‘시민’의 구성이라는 부분에 주목해야 합니다.

서울시의 다양한 혁신 정책들은 여전히 정주성을 기반으로 하는 근린성의 직접성을 바탕으로 구성된다. 소위 풀뿌리라는 인식인데, 문제는 스케일로서 풀뿌리는 착근성을 기준으로 나뉘는 기준이 아니다. 몇 년 살았는지, 어디에 살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구축되는 구체성의 다른 말이다. 왜 도시의 다양한 공유지는 모두 근린성의 이해관계가 주민참여라는 이름으로 특권화 되는가.

풀뿌리는 이동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보편성을 획득하는 과정의 하나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그때 그때 다르다는 결론과 동시에 어디에서나 그래야 한다는 결론이 같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조례나 방안의 내용은 주민인 시민으로만 한정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민주주의위원회의 공론과정이 동별 구성에서 점차 확장되는 피라미드의 구조를 띠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최초의 의사결정이 이후에 간섭되고 변경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호하다. 이를테면, 모 지역에서 장애인 시설이 거부될 때 이를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오게 될까?

이상의 3가지 제안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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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서울시 참여예산제도 운영에 참여하면서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부분은 이 제도를 ‘잠정적인 제도’로서 매년 1~2차례의 조례 개정을 통해서 끊임없는 변화를 꾀해 왔다는 데 있다.

이상의 제안들을 다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한 가지 고려했으면 하는 것은, 서울민주주의 제도를 어떤 제도보다 탄력적으로 만들어 달라는 부탁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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