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서울시] 평일에 기업과 산하기관 노동자 동원, 기본부터 하자
사후 보도자료를 내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정말 자랑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이 낸 ‘쓰레기줍기 스포츠 행사’ 사후 보도자료는 의미심장하다.
이 우스꽝스러운 스포츠는 일본에서 고안된 행사다. 그것에 대한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오젬코리아이라는 기획사가 추진한다(https://www.ozemkorea.com/about). 사실 기업 홈페이지를 봐도 이 곳이 뭘하는 곳인지 알기 어렵다. 혁신, 목표, 신뢰, 발전 .... 이런 단어들이 어지럽다.
어쨌든 시설관리공단은 금요일인 오늘 시설관리공단과 협력관계인 기업과 디자인재단 직원들을 동원해 청계천 인근의 쓰레기를 줍는 스포츠대회를 개최했다.
청계천 주변의 기업들이 선발한 3명의 선수들이 정해진 시간 내에 쓰레기를 주워 승부를 가렸다. 참신하다고? 아니 전혀 그렇지 않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병원에 가야할 감기환자를 데려다 누가 누가 오래 견디나, 행사를 한 것 같다. 이유는 이렇다.
공공서비스 중 하나인 쓰레기 청소를 스포츠로 만든 건 시민봉사로 행정의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다. 이런 행사를 유치할 돈은 원래 청소하는 노동자의 임금으로 가야한다.
스포츠를 가장한 행사는 악용될 소지가 크가. 당장 <중앙일보>의 한 칼럼이 본질을 잡았다(https://news.joins.com/article/21952126). 안혜리는 이 칼럼을 통해서 이런 쓰레기 줍기가 친구를 속여 패인트질을 하도록 하는 톰 소여의 잔머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재미를 가미하면 하기싫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며 칭찬했다. 일단 재미여부는 차치하고 톰 소여의 행위는 속이는 행위로 그리 권장할 만한 건 아니다. 그런데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톰 소여가 속인 대상이 친구라는 것이다. 정부가 국민을 속여 하기 싫은 일을 시키는 걸 ‘잔머리’라고 애교섞어 말해야 하나 싶다.
마지막으로 시설관리공단의 본질에 대한 것이다. 시설관리공단의 설립목적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시설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데 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시설관리공단이 본래의 목적이 아니라 온갖 이벤트로 이목을 잡는데 골몰한다. 여기엔 2013년 이벤트/홍보 회사에 있다 입사한, 지금은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인 이지윤이 있다(http://www.ilyoseoul.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9808). 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하는 청계천은 기존의 오세훈 시장 때보다 더 많이 이벤트가 열린다. 시민들이 조용히 청계천을 거닐 수 있는 때가 거의 없다. 이걸 성과라고 자랑한다면 우스운 일이다. 왜냐하면 서울시에서 행사를 할 때마다 정작 시민들의 사용은 배제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행사는 정말 일본이나 한국적 행사라 생각한다. 평일에 노동자들을 불러내 쓰레기 줍기을 시켜도 되는 나라, 공공이 해야할 쓰레기 치우기를 스포츠로 만들어 즐길 수 있는 나라가 몇이나 되겠나.
무엇보다 이 행사에 불쾌한 것은 필요하지만 누군가 꼭해야 하는 행위에 대한 합리적 보상체계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사회의 필요 노동에 대해선 정확하게 보상을 해야 한다. 그것을 놀이로 만드는 행위는, 이후에 해당 노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 요구를 하기 힘들게 만든다.
노동특별시를 주장한 서울시가 이렇게 노동을 우습게 안다. 정말 열받는 건 쓰레기줍기 스포츠에 공단 이사장이나 협력 회사의 대표가 참여했냐는 것이다. 서울시가 좋아하는 혁신이란 것이 고작 이런 수준이다. [끝]
왜 자꾸 공공이 할 일을 민간이나 개인의 선의로 밀어버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의 히어로? 건도 그렇구요.
싸게 먹힌다고 생각해 그렇겠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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