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본말이 전도된 스포츠이벤트 중독증, 상식적인 평가를 하자

in kr •  7 years ago 

남북평화를 위해 스포츠 이벤트 또 하자는 것은 합리적인가?

평창동계올림픽을 보는 마음이 복잡하다. 그동안 전라남도에서 추진한 F1 자동차국제경기대회나 인천아시안게임에 반대하는 활동을 해왔고,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해서도 꾸준히 유치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과 이후 분산개최에 대한 대안을 내놓는 활동을 했었다. 물론 개인의 역량보다는 [문화연대](http://culturalaction.org/)와 같은 시민단체의 역량에 기대어 함께 한 덕분이었다.

물론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팀이 참여해 그동안 경색되었던 남북관계를 개선하는데 긍정적인 효과를 낸 점은 눈에 띄는 긍정적인 면이라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의 수단으로서 올림픽에 대해선 부정적인 생각이 크다. 그에 더해 어제, 오늘 강원도 최문순 지사의 인터뷰나 기사를 보곤 화가 났다. 먼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러나 다른 (동계올림픽) 개최지들도 올림픽 기간 중에는 대개 그렇고 올림픽 이후 후광효과가 있다고 했다"]**(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405960&PAGE_CD=N0002&CMPT_CD=M0112) 라고 한 부분에선 짜증이 났다. 2012년에 올림픽을 개최했던 영국은 사후 보고서를 냈는데 이 중 순부가가치의 현황을 보면, 2012년에 정점을 찍고 다시 올림픽 전의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report-5-post-games-evaluation-meta-evaluation-of-the-impacts-and-legacy-of-the-london-2012-olympic-and-paralympic-games).

따라서 최문순 지사의 말은 기대감일 수는 있으나 사실과 다르다. 이것은 정말 다른 논문을 읽어보아도 된다. 그래서 솔직히 '적자가 걱정이다, 사실 전임자가 추진했던 사업을 최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후의 과정에서도 최선을 다해서 노력할 생각이다'고 말하길 기대했다.

그런데 압권은 다음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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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동계아시안게임을 남북한이 함께 개최하도록 추진하겠단다. 여기에 더해 2025년 세계군인체육대회와 겨울 유니버시아드도 유치하겠단다. 이 정도되면 최문순 지사가 지방정부의 수장인지 아니면 국제경기대회 브로커인지 모를 지경이다. 국제경기장을 한번 지어놓았으니 계속 국제대회를 개회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남북간의 긴장완화가 스포츠대회를 제외하곤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는지 도저히 알 길이 없다.

지난 2010년 2022년 월드컵 유치에 실패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나서서 유치전을 벌였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주요 언론들은 매우 아쉬워했고 나라 전체의 분위기 역시 낭패감에 가득차 있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2004년 173억원, 2005년 571억원, 2006년 998억원에 달하는 '스포츠토토' 수익금으로 월드컵 경기장 건설 부채를 갚았다. 그러니까 월드컵이 끝난지 3년이 가까이 그 부채를 갚기 위해 한 일이라곤 국민에게 스포츠 도박을 권유한 것이다. 이번 동계올림픽 때문에 조직위원회가 스포츠 토토의 증량 발행을 요청해 받아간 돈이 매년 수백억원을 넘어선다. 스포츠토토 업자들은 총량 규제 때문에 불법 도박사이트가 판을 친다고 주장하지만 국가가 나서서 거의 모든 편의점에 도박시설을 설치하는 나라에서 도박에 대한 경각심이 높을리가 없다. 안타까운 것은, 이번 동계올림픽 개최로 마련된 남북화해의 경로는 또다른 스포츠이벤트로 귀결되는가라는 우려다. 개인적으로는 개성공단의 복원과 남북경제협력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말이다.

마지막으로 2010년 당시 진보신당의 비상임정책위원으로 발표했던 정책논평을 덧붙인다. 이 논평을 발표하고 당시 대변인은 꽤나 고생을 했다. 당시 정책위원회 위원장은 이재영이었다.

[정책논평] 2022년 월드컵 개최실패,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총리까진 나선 유치전이 실패로 돌아갔다. 대륙별 개최 안배를 고려했을 때, 2022년 월드컵은 아시아가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컷던 만큼 이번 결과는 다소 의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볼 때 이번 유치전의 실패는 다행스럽다. 왜냐하면 그동안 우리 사회가 관행처럼 매달려 왔던 메가스포츠이벤트에 대해 차분하게 돌아볼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2022년 유치실패는 오히려 2030년 이후의 월드컵 유치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문제는 월드컵과 같은 메가스포츠이벤트에 대한 맹목성이다. 정몽준 축구협회 회장은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에 남과 북이 단일팀을 이루었던 1991년 U-20 경기 당시의 축구공을 들고 나타났다. 오래된 수법이다. 한국에서 월드컵을 개최하면 전세계의 유일한 분단국인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월드컵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미인데, 이는 이미 2002년 월드컵에서 시효를 다한 논리다. 정몽준 회장은 2002년 월드컵 개최가 확정된 후, 2001년부터 남북단일팀 구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단일팀 구성보다 경기력 향상이 우선이다'라는 논리였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남북 경색국면에서 또 다시 남북단일팀 문제로 FIFA 집행위원들을 설득하겠다니. 정몽준 회장에게 남북관계는 오로지 월드컵 유치 할 때 써먹을 수단에 불과한가. 이런 시각이 그대로 '조선일보'니 '중앙일보'에 반영되어 월드컵 유치실패가 마치 북한의 도발로 인해 만들어진 안보불안 탓인양 하는 분석기사가 나오고 있다. 우스운 일이다. FIFA는 80년대의 상업화 전환 이후 하나의 독립적인 정치적 장으로 변했다. 따라서 이번 월드컵 개최지 결정에는 최근 'BBC' 등에서 폭로한 FIFA의 내부 비리와 이를 우회적으로 돌파하려는 노회한 FIFA의 정치공학이 만들어낸 결과다. 그런데 이런 중대한 사태에 대하여 우리 언론은 마치 월드컵 유치경쟁에 '누라고 끼칠 것'처럼 냉담했다. 공정성을 상징하는 '둥근 축구공'에 FIFA 스스로가 얼룩을 남기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단신처리하거나 이를 2018년 유치신청한 잉글랜드로의 유치를 위한 고단수 전략이라는 어쩌구니 없는 분석기사가 나왔다.

내년이면, 3수가 넘어선 평창 동계올림픽의 유치결과가 나온다. 게다가 2014년으로 예정된 인천아시안게임이 과연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얼마전에 있었던 전남의 F1 대회는 수많은 오점을 남기고, 당초보다 최소 2천억원이 넘는 건설부채만을 전라남도에 지워주었다. 만약 우리의 'KBS'가 'BBC'처럼 국제경기기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KBS'는 월드컵 유치실태의 역적이 되었을지 모른다. 그 과정에서 '설사 문제가 있더라도 유치발표까지 기다릴 수 있지 않았느냐'는 변형된 비판도 합리적인 비판인 양 등장했을 것이다.

지금껏 우리는 한번도 '왜 월드컵이 우리사회에 유치되어야 하는가'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결정은 다행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메가스포츠이벤트라는 맹목적 신화를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 왔다. 공정성이 생명인 스포츠는 불공정한 우리 사회를 비추어보는 거울이다. 그런 점에서 그런 스포츠정신을 질낮은 정치논리로 흠집내기 보다는, 스포츠의 정신에 입각하여 우리를 비추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결과는 '아쉽지만 다행이다'.

2010년 12월 일
진보신당 정책위원회(위원장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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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있다는 개발수익이라는 것도 최순실을 비롯한 지주들의 지갑에 대부분 들어갔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시안게임 유치하겠다는건 매몰비용을 속이기 위해 한번 더 큰 매몰비용을 만들겠다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