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와 연애] 상대의 입장이 되어본다는 것

in kr •  7 years ago 

[하루키와 연애] 상대의 입장이 되어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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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자"라는 말 정말이지 지겹게 들어본 말일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분노를 표출하기전에 꼭 이렇게 말한다. "내가 너라면 그러지 않았을거야!" 과연 우리는 충분히 상대의 입장을 생각해봤을까?

선물을 잘 고르는 사람을 보며 느끼는 것인데, 선물을 고를 때 에고가 드러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옷은 내 마음에 드네'라든가 '이 옷을 그 사람한테 입혀보고 싶네'라는 식으로 자신의 마음이 앞선다. 그런데 잘 고르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상대의 입장에서 상대의 마음이 되어 물건을 고른다. 좀 노골적인 표현일 수도 있지만 분명 선천적인 자질이 아니려나.
-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中 선물하는 사람, 받는 사람, 무라카미 하루키


우리는 쉽게 "저도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봤지만!"이라고 말을 하는데 사실 사람이 상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본다는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는건 어쩌면 하루키의 말처럼 좀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선천적인 자질이아닐까 싶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데에는 나름의 과학적인 증거도 있다. 유명한 심리학자 장 피아제(Jean piaget)는 '3개의 산'이라는 실험을 통해 인간의 자기중심주의 현상을 밝혀냈다. 실험은 이랬다. 한 아이에게 3개의 산이 그려진 풍경화를 보여주었다. 아이는 "맨 왼쪽에 가장 높은 산이 있고, 중간엔 중간 크기의 산이 있고, 맨 오른쪽엔 낮은 산이 보여요"라고 설명했다. 피아제는 이어 아이에게 만약 가장 왼쪽의 가장 높은 산에 올라간다면 무엇이 보이겠느냐고 물었고 아이는 똑같이 대답을 했다. "맨 왼쪽에 가장 높은 산이 있고, 중간엔 중간 크기의 산이 있고, 맨 오른쪽엔 낮은 산이 보여요"

물론 피아제의 질문의 정답은 "제 옆으로 작은산 2개가 보여요"다. 아이는 자신이 가장 높은 산에 올라갔을 때의 상황을 상상하고 이해할수가 없는거다. 지금 자신은 연구실에서 가만히 풍경화를 보고 있으니 말이다.

뭔가... 심리실험으로 설명을 하니 와닿지 않겠지만 나같은 경우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 인간의 자아중심주의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메일함을 열어보거나 밀린 카톡을 보면 자아중심주의 현상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을 단박에 확인할수 있다.

하루에도 수십통씩 "왜 제 고민에 답변을 안해주시나요? 짧은 답변도 괜찮다고 했잖아요!", "제발 30분 정도만 통화를 해주실수는 없을까요?", "메일 보냈는데 확인은 대체 언제하시나요?" 등의 메시지를 보고 있으면 솔직히 불편한게 사실이다. "사연을 보낸 사람입장에서는 고작 10분일지 몰라도 이걸 다 해결한다면 난 잠도 못잘텐데..."

피아제가 밝혀낸 자아중심주의 현상 때문에 우리는 타고나길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게 태어났다. 하지만 간혹, 하루키의 표현처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선천적 자질을 타고나는 사람들도 있다.

확실히 누군가의 연애상담을 해준다는건 여자친구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일이다. 그래서 최근 헤어진 여자친구도 힘들어 했다. 파티날만 되면 혹시 다른 여자와 눈이 맞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상담이라도 하게되면 한껏 예민해져서 상담 중간중간 연락을 해줘야만 했다. 그러다 결국엔 이런 만남은 서로에게 좋지 못하다고 판단을 했고, 결국 이별을 했다. 물론 요즘도 가끔 연락은 하고 지내지만 그녀는 오늘도 이렇게 말했다. "오빠가 나한테 잘해줬던거 다 알지만 그때 정말 끔찍했어." (참나... 헤어졌으면 좀 예쁘게 포장해줄수는 없었을까?)

그녀의 반응이 조금은 예민했다고는 생각하지만 나는 그녀가 충분히 그럴만했다고 생각했고, 그랬기에 당분간 연애는 쉬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몇달이 지나고 하루키가 말하는 선천적으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자질을 타고난 사람을 발견했다.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몇달 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여자사람동생이 상담을 요청하기에 반팔 스트라이프 티에 검정색 유니클로 반바지를 입고 논현에 있는 이자까야로 나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자연스레 나의 이별얘기가 나왔다. 나는 소주를 들이키고 타코와사비를 입에 넣으며 나라도 불안하긴 했을거라며 당분간 연애휴업을 하겠노라 말했다.

그러자 그녀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마디를 툭 던졌고 난 깜짝 놀랐다. "상담하는게 왜 불안해? 맨날 헤어진 남자친구 잡는법 알려달라고 우는 여자 상대하는게 퍽이나 좋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없지만 하루키의 말처럼 확실히 노력하지 않아도 그냥 마음만 먹어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있다.

나를 비롯해 이글을 읽는 당신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처럼 쉽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을 할 수 없을거다. (정말이지 부러운 능력이다.) 그렇다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를 포기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를 포기하면 우리는 언제고 사랑하는 사람을 비난하고 상처를 주다 결국엔 지쳐서 헤어질 수밖에 없을거다.

단번에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알려줄수는 없지만 오늘 이 글을 읽었다면 이것만큼은 꼭 기억해라.

"일부 선천적으로 자질을 타고난 사람이 아니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게 매우 어렵다. 그러니 상대를 이해하고 싶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과 더 많은 생각이 필요하다."

바쁜 스티미어들을 위한 요약

우리는 너무 쉽게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봤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선천적으로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한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건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능력이 아니다. 오히려 선척적으로 타고난 몇몇 사람의 능력, 혹은 끊임없이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노력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능력이라는걸 명심하자. 당신은 타고났나? 아니라면 끊임없이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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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죠 맞춰준다는거 정말 ㅋ

맞아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란 굉장히 힘든것이고,
많은 사람들은 왜 넌 니 입장만 생각하냐고 하지만...사실 다들 자기입장부터 생각하기 마련이죠 ㅎㅎ

선물은 정말 대충 고르는데 이것은 또다른 에고의 표출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나하나 생각해보면 아이들을 대할 때도 남편을 대할 때도 내 생각을 더 많이 하는거 같아요. 내가 정해놓고 안 맞춰지면 조급해하고... 그나저나 진심으로 하루키와 연애 중이시군요. 줄을 긋고 메모까지 하는... 저도 종종 그분과 연애를 하지만, 불같이 사랑하다 끝나는 연애를 합니다만 ㅋ

상대에게 정말 잘 맞춰주는 사람이 있긴 하더라구요
공감 능력이 뛰어닌가봐요

공감합니다. 저 역시 상대방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수용하지 못한채, 단순히 '나는 나대로 너에게 존중을 했으니 그것을 알아달라' 는 마음을 내비친 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후천적인 노력으로도 아주조금씩이나마 이런 제 모습을 바꿔 나가고 싶습니다. 물로 이렇게 말만 앞서기 보다 누군가에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을 실천하고 싶습니다. @vanillaromance 님 주말 잘 보내세요 :D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행동은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네요.
그만큼 어렵다는 거겠죠.
즐거운 주말 되세요.

노력해서 될게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요...ㅎㅎ 애를 써도 꼭 헛점이 생기더라구요.....

셀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란 육식이 배제된 사자인가요? 읽어봐야겠군요. ㅎㅎ 입장과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기준만 있으면 다른 남의 입장도 이해가 될 수 있더군요. 남의 입장이라,,, 저는 마눌과 우산을 쓰면 젖어드는 내 어깨보다 반대편 마눌의 어깨가 먼저 보입니다. 그러면 될려나요?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흠...인간은 죽을때까지 노력해야하나봐요.
어제 한 작가분의 예술관련 강의를 짧게 들었는데
성공한 소통!이라고 말할 수 있을때도 보통 20%미만이라고 하더라구요.
같은 컨텐츠를 보고도 다 다르게 해석하고는 하니깐요.
끈임없이 노력하고, 공통점을 찾으려 애써야 한다고 했는데...
하루키도 같은 조언이군요.

저도 선물 고르는게 진짜 어렵더라구요. 입장바꿔생각하는게 쉬운게아니라.. 나름 생각한다고하는데도 영 아닌거같고ㅋㅋ

남에게 선물사주는거 정말 어려워요 ㅠㅠ

글쎄요... 외람되지만 전 좀 타고난 편인것 같아요. 생각은 상대방입장에서 하곤 하지만 행동은 자기본위라는게 문제이지만요 ㅋ 결국 이기적인 선택을 한다는 이야기네요 ㅠㅠ

와.... 글이 엄청나요~
역지사지 저도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막상 저의 역지사지는 잘 되고 있냐라고 한다면 ㅠㅠ
정말 어려운 부분입니다. 노력. 노력. 또 노력이 필요하고요.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은 정말 따로 있는 듯..

힘내세요! 짱짱맨이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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